[사진-27일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 초등교사노조 회원들, 출처-뉴시스]
[사진-27일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 초등교사노조 회원들,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교육부가 추진 중인 늘봄학교에 대해 시민단체와 초등교사노동조합 측에선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늘봄학교’는 기존의 초등학생 방과후 학교와 돌봄 기능을 통합한 형태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체계다. 양육 부담을 덜고 교육격차를 해소하고자 지난해 시범 도입됐으며, 경북 41개 학교를 포함한 전국 459개 학교에 시행됐다.

교육부는 올해 저출생 극복을 위해 시범도입 중인 ‘늘봄학교’를 전 학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24일 발표한 ‘2024년 교육부 주요정책 추진계획’에 따르면 늘봄학교는 올해 1학기 2천여 곳으로 확대되고, 2학기에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 1학년 중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내년에는 대상자를 2학년까지, 2026년부터는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늘봄학교 확대 방침에 대해 학교 현장에선 “학교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강사 충원 어려움과 부족한 유휴공간 등 학교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강행한데다, 교사 대신 교육공무원들이 관련 업무를 떠맡게 될 것이라는 반발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27일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늘봄학교’ 업무의 지자체 이관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교육부는 교원 업무 부담을 고려해 2025년까지 교원 업무와 늘봄학교 업무를 분리하고 기간제교원 등 늘봄학교 전담인력을 늘린다고 발표했지만 노조는 “기간제교원도 교사인데 교사들을 늘봄학교 업무에서 배제하겠다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 역시 “책임있는 돌봄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시설과 인력 모두에서 공공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엔 가장 시급한 과제인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고려나 언급이 없어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말한다.

참여연대는 정부 정책이 지자체와 동떨어져 있음도 지적한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정부의 정책이 초·중등교육이 지자체와 분리·독립되어 나타나는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담고 있지 못하다.”며 “오후돌봄과 저녁돌봄의 구분, 입출입 통제 등 공급자 중심의 운영방식에 대한 개선 계획과 늘봄학교 확대를 위해 중요한 고려사항인 공간과 인력 계획 등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초등교사노조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복지 선진국들의 돌봄은 지방정부, 민간에서 운영하는 곳이 많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초등 돌봄이 세계적으로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덴마크의 경우에는 돌봄의 약 25%를 민간기관에 위탁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66%를 민간기관에 위탁하고 있다.

덴마크는 OECD국가 중 학령기 아동의 방과후돌봄 참여율이 가장 높다. 2007년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보육, 방과후활동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지방정부가 특수아동을 포함한 아동 지원과 관련한 행정 체계를 구성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6~8세 아동의 방과후돌봄 참여율은 77.7%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덴마크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이 80%가 넘는 이유 중 하나로 방과후 돌봄을 들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시의 경우 공적 방과후 돌봄은 6세에서 18세까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방과후센터(10세 미만)와 청소년 센터(10~14세), 청소년 클럽(14세 이상)으로 구분된다. 돌봄 서비스 내용과 이용 비용 등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으며 청소년클럽은 무료다. 

초등 저학년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방과후센터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아동의 귀가 시에는 보호자가 자녀를 데리러 오거나, 아동이 혼자 집에 갈 땐 반드시 직원이 동행하도록 한다. 학교 휴업일 등에도 아동이 온종일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다. 고학년이 방과후 이용하는 청소년센터는 저녁시간에도 운영한다. 

일본은 「아동복지법」과 「사회교육법」에서 방과 후 돌봄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방과 후 아동클럽’ 등을 통해 오후 6~7시까지 방과 후 활동을 운영한다. 관리는 기초지자체인 시정촌이 맡는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지자체와 교육청이 합쳐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체계가 일원화돼 학교내에서 방과후아동클럽이 학교 내 유휴교실을 사용할 수 있고, 학교와 지자체의 연계 및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또 일본 학교의 현직 교사들은 방과 후 학교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학교 연구 활동 및 수업 준비에 전념하도록 교원 업무 부담이 전혀 없는 것도 특징이다. 안전관리의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의 초등 돌봄교실은 단위 학교가 책임지고 있으나 방과 후 아동클럽은 기초지자체가 책임을 진다. 

미국의 방과 후 돌봄 정책은 ‘21세기 지역사회 학습센터’(21th CCLC)와 ‘아동 돌봄 발전 포괄 지원금’ 등을 들 수 있다. 21세기 지역사회 학습센터는 가정·학교·사회가 협력해 지역사회 교육에 참여하도록하고 학교를 개방해 아동·청소년의 기초교육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아동 돌봄 포괄 지원금은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13세 이하 아동을 둔 저소득층 학부모에겐 바우처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정규수업 전화 및 방학 동안 운영되는 돌봄 프로그램 이용 비용을 지원한다. 

또 미국은 방과 후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지역사회 단체와 기관이 있어 이들이 많은 역할을 담당한다. 

최종진 경기도 평생교육원 주임교수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현재 정책은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행하는 부분이 있어, 여러가지 문제점이 일어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최 교수는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시설과 인원에 대한 부분을 충분히 준비해놓고 나와야 하는 부분인데, 아이들이 충분히 쉬고 자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지 않고 학교에 오래 상주시키는 것은 아이들 정서차원에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 7시에부터 운영이 되는 것도 어른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추다보니 만들어진 시간"이라며 "정책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좀 늦춰줘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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