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가 발간한 성희롱 성폭력 스토킹 등 사건보도 참고수첩,출처-여성가족부]
[사진-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가 발간한 성희롱 성폭력 스토킹 등 사건보도 참고수첩,출처-여성가족부]

[이코리아] 성희롱과 성폭력, 스토킹 사건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언론 보도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을 담은 개정본이 출간됐다. <이코리아>는 성폭력의 2차 피해를 막기위해 세계 언론들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는 성폭력·성희롱 근절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지난 2014년부터 ‘성희롱·성폭력 사건 보도와 관련한 참고 수첩’ 제작하고 있다. 올해 네 번째 개정본이다.

개정본은 2022년에 제작한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참고수첩’에 스토킹, 교제폭력 등 신종 범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더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보완·집필하고, 언론계, 피해자 지원 현장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성희롱·성폭력 외에 스토킹, 교제 폭력, 가정폭력 등 폭력사건 보도 시 참고할 수 있도록 개념, 보도사례 및 유의사항 등을 추가했다. 또 언론중재위원회 시정 권고 사례 및 법원의 판례도 넣었다.

보도 참고수첩에 따르면 ‘성폭행’이란 단어는 사용해선 안 된다. 물리적 폭행이 수반되는 성폭력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고 의미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수첩에서는 올바른 용어로 성폭력, 강간, 준강간 등을 사용할 것을 제시했다.

발바리, 짐승 이란 표현도 자제해야 한다. ‘발바리’는 가해자 개인의 ‘변태적 성욕’을 부각하는 표현이라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이나 범죄의 흉악성을 무시하고 범죄를 희화화하하기 때문이다. ‘짐승’이란 표현은 가해자를 사람이 아닌 특정한 존재로 보여지게해 성폭력 범죄가 주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여가부는 성폭력 관련기사 하단에 피해 신고 및 상담 전화번호(1366번)를 안내하는 문구를 게재하여 피해 구제에 동참해줄 것을 권고할 예정이다.

여가부는 “성희롱, 성폭력, 스토킹 등 폭력 피해자의 조속한 일상회복을 위해서는 2차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홍보, 법·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하고, 관계 기관과 연계, 협력해 피해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보도 참고 수첩은 여가부와 기자협회 홈페이지에서 전자책 형태로 내려받을 수 있다.

성범죄 보도와 피해자 인격권 보호 사이에서 기준을 정하는 일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 여러나라 역시 상황에 맞춰 변화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주로 언론사와 시민단체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사건 조사 중 무관한 증거의 제출이 미디어에 보도될 경우, 피해자의 인격권이 크게 침해될 뿐만 아니라, 배심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영리 학술연구소와 시민단체들은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하여, 언론사가 윤리적 차원에서 성범죄에 접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성범죄보도 가이드라인은 주로 적합한 용어 사용과 취재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면 성범죄보도 관련 용어 선택에 있어 대표적인 예가 바로 ‘피해자(victim)’와 ‘생존자(survivor)’이다.  학계에서는 비관적이고 패배적인 용어인 ‘피해자’가 아닌, 무력한 상태에 갇히지 않고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뉘앙스의 ‘생존자’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생존자’라는 용어가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용어 사용에 대한 논의는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피해자 인격권 보호라는 대전제 하에, 기자가 보도 시 고려해야 할 주요 사항들을 취재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일부 언론사에서는 기자 개개인이 피해자 인권 보고의식 함양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특수사건 전문기자와 보도감시제도를 도입해 피해자의 목소리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미투 운동 이후, ‘젠더에디터’ 직을 만들고 여성 독자의 목소리를 일정 부분 이상 반영하자는 논의를 해나가고 있으며, 젠더 관련 카테고리신설, 젠더 이니셔티브를 런칭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에 앞장서고 있다.

영국 언론사들은 성범죄 법에 근거하여 성범죄 보도로 인해 성범죄 피해자의 정보가 알려지거나 2차 가해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자율적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 언론사들은 IPSO라는 독립적인 언론 규제기관을 설립하여 영국 언론사들이 지켜야 할 자율 규정인 ‘언론인 실천 강령을 수립하고 있다. 실천 강령에서 성범죄 관련 보도 역시 다루고 있다.

언론사 자체적으로 성범죄 보도를 규제하고 성범죄 피해자의 인격권을 보호하는 경우 규정을 마련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 대표 방송사인 BBC다. BBC는 범죄 피해자나 목격자의 신원 보호에 대해 법적으로 피해자 및 목격자의 익명성을 보장해야 할 때, 이름은 물론 주소, 사진이나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어떤 단서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근친상간’이라는 단어 대신 ‘심각한 성폭행’과 같은 대체어를 써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범죄의 피해자이거나 목격자인 경우에 대해서도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BBC는 18세 이하의 피해자나 목격자에게는 추가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이름이나 주소, 학교 등을 보도하기 전에 이들의 취약성에 대해 반드시 먼저 판단해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소년법원의 모든 재판에 대한 보도를 제한하고 있으며, 가정법원의 재판 중 어린이가 관련된 재판, 가족 내 성적 학대와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피해자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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