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어싱 누리집 갈무리]
[사진-어싱 누리집 갈무리]

[이코리아] 중·노년층 사이에서 일어난 맨발걷기 열풍이 한파 속에서도 식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의학전문가들는 맨발걷기가 자칫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맨발걷기 운동을 전 국민에게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맨발걷기 국민운동본부’의 가입자는 벌써 3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발행된 관련 도서만해도 10권이 넘게 찾아볼 수 있다.

혹한기 속에서도 맨발걷기를 놓치지 않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생겨났다. 지난해 12월 초 과천 ‘우림원예가든’에는 흙길로 조성된 3,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곳곳에 난로와 좌석을 설치하고 각종 수목들을 심어 맨발걷기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회원권을 판매하고 있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으나, 일일 방문객은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100명까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맨발걷기 열풍에 지방자치단체들도 반응하고 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조성된 맨발길이 약 230곳이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 담양군은 올해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에도 2.1㎞ 흙길을 만들었다. 군 자체조사결과 맨발길 조성 이후 관광객이 전년 대비 약 44%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 서구는 2024년까지 맨발길 23곳을 조성한다.

서울지역 지자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동작구는 최근 상도공원과 현충공원에 황톳길을 깔았고 내년 상반기까지 6곳을 더 만든다. 서대문구는 지난 8월 연희동 연북중학교 후문 안산 산복도로에 길이 450m의 황톳길을 개장했다. 양천구는 ‘맨발 흙길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5년까지 총연장 3.7㎞의 맨발길 20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각 지자체의 조례 제정도 잇따르고 있다. 1월 현재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맨발 걷기 활성화 조례’를 검색하면 총 121건의 조례가 나온다. 입법예고도 28건이나 있다. 조례의 주요 내용으로는 맨발걷기를 하기 좋은 흙길을 만드는 것 뿐 아니라, 각 지역 특색에 맞춰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한 교육·문화 사업을 추진하고, 공원을 새로 만들 땐 맨발걷기용 길을 30%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 등도 담겨있다.

맨발걷기 열풍이 우리나라만 불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맨발걷기는 어싱(earthing), 혹은 그라운딩(grounding)이라고 불리며 몇 년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맨발걷기의 효과를 홍보하기 위한 단체도 있다. 이 단체의 창립자인 클린턴 오버는 건강악화로 고생하던 중 ‘땅과 분리되어 고통을 겪고 있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몸은 자유전자를 흡수해야 한다. 자유전자 없이는 우리 몸속의 해로운 활성산소와 균형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싱을 통해 지구 속을 흐르는 자유전자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싱의 효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1992년 미국에서 창간된 이후 과학, 심리학, 인류학 등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관점을 제시하는 교양 과학 잡지인 ‘스켑틱(SKEPTIC)’은 이미 2016년에 어싱이 유사과학이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서 대체 의학 회의론자인 스티븐 노벨 박사는 “어싱의 효과는 회사들이 때때로 그들의 제품이 ‘임상적으로 입증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사내’ 연구의 유형이다.”며 “이들은 위약 효과, 주관적인 발견, 이상 사냥 등을 기록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맨발걷기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은 또 있다. 의학 전문가들은 맨발걷기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고 경고한다. 맨발로 걸어 다니다 날카로운 유리조각 등을 밟으면 다칠 수도 있고, 파상풍 위험도 높아진다. 족부 전문의인 이영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맨발걷기를 무턱대고 하다 봉와직염, 족저근막염, 지간신경종 등이 생겨 병원을 찾는 환자가 갑자기 늘었다.”며 “당국이 맨발걷기를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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