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abay]
[pixabay]

[이코리아] 학교 현장에서 ‘수업방해 학생의 교실 외 장소로의 분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명확한 근거가 없어 곤란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코리아>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와 대안은 무엇인지, 주요국의 학생분리 지도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지난해 무너진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이다.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는 지속적으로 수업을 방해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생에 대해 교실에서 분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학생을 교실로부터 분리하는 경우 누가 이를 담당할 것인지, 분리 장소 시간 및 학습 지원 방법 등을 학교가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부는 고시에서 교실 등으로부터 분리에 관한 학교별 세부사항 등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여 분리 지도의 근거만 마련했지만, 후속적으로 필요한 인력·공간 등 자원은 별도로 지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장은 보다 구체적인 지침이 있어야 학교현장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달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학생생활지도(분리) 현장 안착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정책토론회’에서 민천홍 강원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고시에서 분리 장소나 주체를 학교에서 알아서 정하도록 함으로써 현재 학교 현장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분리 조치가 징계의 일환이 아닌 학생생활지도 및 궁극적으로는 학생의 적절한 교육과정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장치임을 인식하고, 교감 차원의 일차적 대응 및 이후 분리 조치를 통한 최종 훈육은 학교장이 맡는 절차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최용 무안행복초 교장은 “고시가 시행되었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을 때 강제력이 없다는 점과 학생이 교실에서 버티며 수업을 방해하면 교실 밖 장소로 분리 조치할 방법이 없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학교장은 학교를 대표하고 책임감있게 학교를 경영해야 할 위치에 있으므로 학교에서 문제 발생 시 당연히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있으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교사, 교감, 학교장의 역할에 공통점과 다른 점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고시의 학교 적용과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국제학교들은 문제 대응 체계가 이미 잡혀있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만 하다.

제주 소재 국제학교인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NLCS) 제주는 학생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하면 사안의 경중을 따져 담당 교사가 아닌 학교 전체가 단계별로 대응한다. 신체·언어적 괴롭힘 등 중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학년부장, 교감, 교장 순으로 문제학생 면담이 이뤄진다.

수업 등 교육활동을 방해한 학생은 교장이나 교감이 별도 분리 공간으로 데리고 간다. 교사에게 폭언하거나 동료 학생에게 폭력을 가했다면 ‘블랙카드’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런 학생은 즉시 교장실로 분리되고 학부모가 호출된다. 이후 학칙에 따라 정학 등 무거운 처분이 내려진다.

제주에 있는 캐나다 사립여학교 브랭섬 홀 자매학교인 브랭섬홀아시아(BHA)의 대응도 앞선 학교와 비슷하다. 수업에 지장을 주는 학생은 즉시 분리돼 학년 부장교사의 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교장·교감과 직접 면담해야 한다. 교장은 분리된 학생을 교장실에 데려오거나 함께 산책하며 직접 지도한다. 교권도전 행동은 내부 시스템에 기록돼 모든 교사에게 공유된다.

학기 초 학부모에게 학칙에 따른 문제 행동별 조치를 미리 설명해 분쟁 소지를 줄이기도 한다. BHA는 학부모 설명회에서 ‘폭력 행위를 한 학생은 우선 분리 공간으로 보내고 부모에게 연락해 즉시 귀가 조치하게 한다’는 등의 학생 분리 조치 절차의 내용을 알리고 서명이 담긴 동의서를 받는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학생 분리 지도 관련 사항은 법률에 직접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의 쟁점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학생을 분리하는 지도 방식에 대해서는 고시의 형태가 아니라 법률 근거를 명시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분리 장소 및 분리 지도 교직원 인력 등 추가 재정 소요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입법조사관은 그 이유로 “수업시간 등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중에 학생이 교육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장소로부터 떠나도록 강제하는 조치는 학습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장은 학교 사무에 관하여 최종 조정의 책임을 갖는다는 점에서 1차 분리장소를 교무실로 지정하여 교감이 담당하고, 추가 분리 조치가 필요한 경우 최종 지정 장소를 교장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생활지도 수석교사’제도의 도입을 제안하며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교원의 증원과 공간 및 수업시수 경감 등을 제안했다. 

주요국의 교사들 역시 학생들의 문제 행위로 인해 수업권을 침해받는 일이 늘고 있다.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공립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생의 문제 행위로 인해 수업에서 방해를 받은 적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32%였다.

미국 공립학교의 경우 각주마다 학교구가 있고 학교구 별로 학생 행동 강령을 만든다. 각 학교는 이를 책자로 만들어 학사일정과 함께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이를 어기면 어떤 조치를 받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텍사스 주의 경우, 학생이 문제 행위를 했을 경우 학교구의 교구장이나 지명된 사람이 문제 행위를 조사하고 문제 행위를 일으킨 학생에게 사건을 설명할 기회를 준다. 이어 학생에게 알맞은 처벌을 내리는데 불응할 경우 교직원들과 학생 대표들을 모아서 청문회를 실시한다.

처벌의 종류는 경고, 권한 제한, 특수 과제 부여, 반환, 기숙사 계약 해지, 성적증명/학위 보류, 수강 취소 및 재입학 금지, 학생 보조금/대출 손실 혹은 자격 상실, 정학, 퇴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의 흐름은 학생 징계를 한두 명이 결정하지 않고 학교나 교육 공무원 이외에 정신과 의사, 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하게 참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은 교사의 체벌이나 훈계로 인해 학생이 자살하는 것(지도사(指導死))을 뜻하는 말이 따로 있을 만큼 빈번했다. 그래서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0년에 학교교육법을 제정하여 법률화하여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에 대한 지도 방법을 통일하여 학생과 교원 모두를 보호하고자 했다. 

문부과학성은 각 학교에 왕따, 폭력 등에 관한 대응 기준을 명확히 하여 보호자나 지역 주민들에게 공적으로 알리도록 하고, 범죄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경찰에 즉시 통보하도록 했다. 법률은 체벌을 금지하고 퇴학, 정학, 경고 이외에 방과후에 교실에 남게 하거나 과제, 청소활동 부여, 수업 참여 제외 등 육체적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징계를 부여하도록 했다. 

각 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 지도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후쿠야마 시립 시세이 중학교의 경우 세 단계로 나누어 지도를 하고 있다. ▲1단계- 훈계, 반성문 작성 및 보호자 연락, ▲2단계- 보호자와의 면담, ▲3단계- 징계(개실 반성지도, 수업반성지도, 봉사활동 등) 순으로 되어 있다. 

징계 기간 중에는 원래 있던 교실이 아닌 별실에서 징계가 행해진다. 그리고 학교에 따라, 학생의 행동에 대한 일기를 써서 학교와 보호자가 함께 볼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