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8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출처-뉴시스]
[사진-28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출처-뉴시스]

[이코리아] 가계와 기업의 빚이 국내총생산 대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와 당국의 적절한 부채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은행이 28일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 3분기 기준 우리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27%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우리나라가 2년 하고도 97일간 벌어들인 돈을 다 합해야 가계와 기업에서 진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가계부채보다 기업부채가 더 문제라고 파악했다. 올해 3분기 가계부채는 1875조 6000억 원으로 가계부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가계신용 레버리지로 보면 소폭 하락했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로 주택시장 부진이 이어져 주담대 증가세가 한풀 꺾인 데다 대출금리가 높아져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위축되어 생긴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3분기 기업부채는 1832조 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0조 원 넘게 늘었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비용이 늘어나 기업의 수익성은 저하됐기 때문이다. 자본 대비 부채 비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이자지급 능력도 크게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1053조 원에 달하는 자영업자 대출이다. 최근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도미노파산의 위험성도 커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내년부턴 변동금리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DSR’이 본격 시행되어 대출을 받기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사진-GDP 대비 신용비율, 출처-BIS]
[사진-GDP 대비 신용비율, 출처-BIS]

국제결제은행(BIS)은 우리나라의 과도한 가계부채의 원인을 집값으로 보고 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지난 11월 한국은행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거론하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를 넘는 상황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문제”라며 “금융 당국이 이런 상황을 평가할 때 더욱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하고 금융 취약성이나 높은 부채비율과 관련해 거시 건전성 정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 등 실물경제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거시 건전성 정책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한국의 가계부채는 주택 개발이나 좁은 국토면적과 관련돼 있어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건설·금융계 등이 공조해 집값을 낮추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도록 정부와 당국의 적절한 부채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뉴스에서 “경제성장률도 내년도에 2% 안팎으로 예상되고 가계부채 얘기가 대두돼서 2024년에 전체적인 우리 경기는 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와 관련 기관이 마땅한 대책과 또 한국은행 같은 경우 금리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펼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채의 늪에 빠진 기업의 파산을 막기 위해 금융사와 정부가 워크아웃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워크아웃은 기업이 자력으로 채무를 해결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에서 채권 금융기관이 개입해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제고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워크아웃은 대외신인도의 회복, 채권회수 가능성이 기업회생(법정관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신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기존 수주 계약도 유지가 가능하고 일반 상거래 채권은 정상적으로 지급된다. 

이에 국회는 지난 10월 일몰됐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이달 재입법했다. 제정안은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를 위해 제3자 신규자금지원시 우선변제권을 부여하고, 적극적인 구조조정 유인 제공을 위해 구조조정담당자에 대한 면책요건을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를 거친 뒤 내년 1월 초 시행될 예정이다. 

[출처-금융위원회]
[출처-금융위원회]

이 밖에 21일 은행연합회는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2조원+α(알파)’ 규모의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민생금융지원방안은 지난 11월 ‘금융당국-금융지주회사 간담회’ 및 ‘금융당국-은행장 간담회’를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한 공동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키로 한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은행권은 지난 11월 하순부터 은행권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해 왔다.

지원방안에 따르면 내년 2월부터 약 187만명의 소상공인이 은행별로 최대 300만원의 개인사업자 대출 이자를 환급받을 수 있다.

환급 금액은 대출금 2억 원을 한도까지 1년간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대출 금리가 7%인 경우 초과 이자 3%만큼의 대출 이자에 대해 90%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대상자는 지난해 12월 21일 이후 대출받은 개인사업자 등이며,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대출을 받은 사업자는 제외된다.

2조원 규모의 재원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배분해 분담한다. 은행별로 당기순이익의 10%를 지원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또 전기료·임대료 지원이나,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외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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