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023 청년 기후 정책 해커톤 본선에 참여한 청년들, 제공-그린피스]
[사진-2023 청년 기후 정책 해커톤 본선에 참여한 청년들, 제공-그린피스]

[이코리아] 총선을 100여 일 앞두고 청년들이 머리를 모았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갈 당사자로서 필요한 정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이코리아>는 청년 기후 정책 해커톤 대회에 나온 정책들과 국내·외 청년 기후단체의 활동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다.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1.5℃ 지구 평균기온 상승 제한을 위해 우리나라에 부여된 탄소 예산은 총 45억t(톤)이다. 그러나 정부가 계획한 탄소 감축 정책 목표에 따르면, 2030년까지 41억t이 소진되어,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청년과 아동에게 남은 탄소 예산은 4억t에 불과하게 된다. 이는 청년과 아동 세대가 기성세대의 ‘탄소 감축’ 짐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현재 청년들을 이른바 ‘기후 위기 세대’로 불린다. 이전 세대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쌓인 결과 지금의 기후 위기를 만들어 냈다. 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기후 위기를 겪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의 대부분은 ‘기후우울증’에 노출되어 있다. 2021년 영국의 여론조사업체 ‘원폴’에 따르면 59%의 미국인이 기후위기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24~39세의 청년들의 71%가 기후위기로 정신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기후우울증은 우울감 같은 감정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낮은 확신 때문에 출산과 같은 생활방식과 진로까지도 바꾸게 한다. 여론조사에 응답한 18~23세의 청년들의 78%는 기후위기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답하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맞서기도 한다. 일회용품을 안 쓴다거나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으로 대응한다는 응답자의 85%가 24~39세의 청년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제시하는 정책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이 내는 정책들은 모두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마주한 생계와 주거, 일자리, 교육 분야 등 삶의 고민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지난 28일 서울 성수동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청년 기후정책 해커톤을 개최하고 최종 우승팀을 발표했다. 20여 개 팀 가운데 예선을 통과한 10개 팀이 본선에 진출해 청년 기후 관련 정책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대상은 음식물 쓰레기 감축 정책을 제시한 에코푸디(Eco-Foodie)팀이 차지했다. 영국 런던 정경대 재학 중인 1인 참가자 이한슬 씨는 매일 식비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자취생으로서의 생계 고민을 정책에 녹였다. 이 씨는 카페나 식당 등의 음식점에서 팔리지 않은 음식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20% 감소하면 온실가스 177만 톤을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해당 정책을 정부 주도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주거 관련 아이디어 정책도 눈길을 끌었다.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학생들로 구성된 팀명 ‘친환사이’는 친환경 기업의 물품을 구매하거나 친환경 봉사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정부가 청년 주거 대책으로 발표한 청년 주택 드림 통장과 연계해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팀명 ‘환친자들’ 역시 텀블러 사용이나 자전거 이용 등 친환경 활동에 대한 주택청약 가산점 부여안을 내놓았다.

유엔한국학생협회와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등 소속 학생들인 ‘에코드림’ 팀은 최근 정부의 그린리모델링 사업 이자지원 중단과 관련해 정부가 민간 노후 주택을 매입해 그린 리모델링을 실시한 뒤 청년들에게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이밖에도 기존의 자동차 도로를 점진적으로 자전거 전용 도로로 대체하자는 수송 부문 정책과 노후 석탄발전소를 청년 고용 창출을 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일자리 정책 아이디어, 공유 텀블러를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그린피스는 청년들이 제시한 기후정책 제안을 포함한 정책 제안서를 내년 1월 중순 주요 정당에 전달해 기후위기 당사자인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적극 전달할 계획이다.

[사진-기후변화청년단체]
[사진-기후변화청년단체]

기후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청년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기후변화 청년단체 GEYK(Green Environment Youth Korea,긱)은 전지구적 이슈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청년들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임의단체다. 

현재 약 70명의 회원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 및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촉구하고, 지속가능한 일상의 확산과 국내외 청년과의 상호협력을 통해 기후위기를 마무리하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긱은 Power Shoft Korea, 꿀벌프로젝트, 국민의 기후행진 등을 개최했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에 2014년부터 매년 참관하여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적으로기후위기에 대한 청년들의 목소리가 구체적인 영향력을 갖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엔 ‘석탄화력공론화 프로젝트’를 통해 강원도 삼척 지역의 역사적 착취문제와 기후 부정의를 야기하는 시설의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목격하게 하는 사진전을 개최했다. 긱은 삼척에 지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주제로 삼척 주민들의 목소리와 실제 촬영한 사진을 통해 정의로운 전환과 기후정의라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청년들의 기후대응을 위한 움직임은 거침없다. 2022년 스웨덴 환경단체 ‘오로라’는 스웨덴 정부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약 40명인 오로라(Aurora) 회원들의 평균 나이는 22세다.

스웨덴에서 정부와 맞붙는 ‘기후 소송’을 낸 건 오로라가 처음이다. 이들은 스웨덴 정부의 기후정책이 아예 없고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고소했다.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파리협정을 채택했는데 스웨덴 정부가 이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스웨덴 정부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스웨덴의 탄소배출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지 않고 이를 줄이기 위한 실행가능한 감축 계획도 없다며 집단소송과 시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독일·네덜란드 등에서 유사 소송과 관련해 정부 패소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승소할 희망이 있다는 게 오로라측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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