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롯데 칠성 누리집]
[출처-롯데 칠성 누리집]

[이코리아] 소주값을 두고 대표적인 기업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현재 주류업계는 원자재값이 워낙 가파르게 상승해 제조사의 출고가를 계속 억누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소주의 경우 올해 주원료인 주정 가격이 10%가량 인상됐고, 소주 병 가격도 20% 넘게 상승하는 등 원가 부담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전한다. 

이에 정부는 과세표준을 변경해 물가안정에 기하려 한다. 기획재정부는 원가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는 종가세 적용 대상인 국산 주류 과세 시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금까지 국산 주류는 제조원가에 ‘판매비용과 이윤’이 포함된 반출가격에 세금이 매겨지는 반면, 수입 주류는 ‘판매비용과 이윤’이 붙기 전인 수입 신고 가격에 매겨져 국산주류의 세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진-주종별 출고가 인하, 제공-국세청]
[사진-주종별 출고가 인하, 제공-국세청]

기준판매비율은 주세를 계산할 때, 세금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일종의 세금 할인율이다. 기준판매비율이 커질수록 과세표준이 낮아져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국세청은  지난 17일 내년 도입되는 기준판매비율 심의 결과 소주의 기준판매비율을 22.0%로 결정했다.

이에 정부는 국산 증류주의 공장 원가에서 기준판매비율만큼 빼고 나머지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가령 참이슬 한 병의 공장 원가인 586원에 기준판매비율 22%를 할인하면 과세표준은 129원 줄어든다. 

21일 하이트진로는 소주 제품인 참이슬과 진로의 출고가격을 12월 22일 출고분부터 선제적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하이트진로는 “연말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하고 성수기에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고자 법 시행 전인 12월 22일 출고분부터 선제적으로 10.6% 인하된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8일 “내년 1월 1일부터 소주 제품(처음처럼, 새로)에 한해 반출가격(제조원가, 판매비용, 이윤 포함)을 인상한다”며 “처음처럼(360㎖ 병)의 경우 6.8%가 올라가며 새로(360㎖ 병)는 8.9% 인상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출고가는 이전과 비교하면 처음처럼은 4.5% 낮아지고 새로는 2.7% 싸진다"고 설명해 혼선을 빚고 있다. 

왜 이런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일까? 롯데칠성은 “출고가를 인상하지만,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라 실제 출고 가격은 현재 가격 대비 저렴해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도입한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지 않고 현재 반출가격으로만 출고가를 산출했을 때의 값이다.

현재 처음처럼 360㎖병의 반출가격은 546원이고, 출고가는 1162.78원이다. 내년에 오를 반출가격에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해 산출한 출고가인 1109.74원보다는 값이 높다. 

그러나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현재 가격에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한 상태에서 봐야 한다. 정부가 새해 도입한 기준판매비율 22%를 적용해 출고가를 계산하면 1039.08원으로. 이 경우 1039.98원에서 1109.74원으로 가격이 6.8% 인상된 것을 알수 있다.

롯데칠성이 이처럼 복잡한 설명을 내놓게 된 경위는 지난 달 가격 인상 시기를 놓쳤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11월부터 소주 브랜드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올리고 무학, 보해양조, 대선주조, 맥키스컴퍼니, 한라산 등 지역 소주 업체들도 뒤따라 가격을 올렸지만, 롯데칠성음료는 가격 인상을 미뤄왔다.

롯데칠성 측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경영개선활동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가격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출고가 인하 조처로 인한 소비자들의 체감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이미 소주 출고가를 7%정도 올린 탓에 이번 조처로 기대할 수 있는 인하 폭은 54원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주점이나 식당 매출에서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가격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주점이나 식당에서 소주 가격은 1천원 단위로 오르는데, 출고가 132원 내린다고 해서 단 500원이라도 가격을 내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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