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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18일은 유엔(UN)이 전 세계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자고 약속한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이코리아>는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우리나라는 외국인력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하여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이주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정부는 협약을 맺은 16개 나라 출신 노동자가 대상으로, 업종별로 이주노동자 수를 관리한다.

체류자격은 단순기능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비전문취업사증인 E-9 비자와 재외동포가 받을 수 있는 방문취업 비자 H-2로 구분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3년 8월기준 우리나라 총 외국인 수는 243만3318 명이다. 그 중 이주노동자의 수는 전체의 21.3%인 52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E-9 비자를 발급받은 이주노동자는 39만2192 명으로 절반이 훌쩍 넘는 58.1%에 이른다. 

​내년엔 더 많은 이주노동자이 입국 허가된다. 정부는 E-9 비자로 국내에 입국하는 이주노동자 규모를 올해보다 4만5000명 늘어난 16만5000명으로 결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인력 도입 규모 확대가 권리 없는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정책이라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판의 근거는 강력한 고용주의 권한에 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고용주 승인을 받아야 이직이나 추가 입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3년 안에 최대 3회 직장을 옮길 수 있지만, 사용자 승인이 있거나 부도·임금체불 등 극히 예외적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폭력 등에 시달리면서도 직장을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진-전국이주노동자대회. 출처-민주노총]
[사진-전국이주노동자대회. 출처-민주노총]

지난 8월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모인 ‘전국 이주노동자대회’에선 캄보디아 출신 건설노동자 팃 사라이는 한국에서 일한 지 6개월 만에 고국으로 내쫓길 처지라며 호소했다. 고용주가 그를 미허가 작업장 여러 곳에서 일하도록 시켜 사라이가 근로계약 위반이라고 문제 삼자 갑자기 해고한 뒤 ‘무단으로 도망쳤다’며 고용센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사라이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가족을 위한 수입이 끊어지고 새 직장을 가질 자격도 없어졌다”며 “우리 이주노동자도 다른 나라 노동자처럼 사업장을 바꿀 권리를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지난 7월 사업장 변경을 하더라도 첫 직장을 얻은 지역 내에서만 허용하는 ‘권역별 이동제’를 추가로 도입해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도 문제다. 2020년 캄보디아 출신 여성노동자 누온 속헹씨는 제대로 된 난방시설도 없는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병을 앓다가 숨졌다, 이 후 고용노동부가 2021년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와 조립식 패널 등 가건물을 숙소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현장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자 입장에선, 고용주에 등을 돌리는 부담을 안고 불만을 제기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들은 매달 15만~ 30만 원의 숙소 이용료까지 임금에서 꼬박꼬박 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체류기간도 문제다. 이주노동자의 체류기간은 1번만 연장이 가능해 최장 9년 8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더 오래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고, 가족을 데려오거나 영주권을 받을 수도 없다. 그렇다 보니 기간을 넘겨 불법으로 체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비자를 발급받고 들어온 사람들 중에 2022년도 기준 새로 발생한 미등록 외국인이 3만1,926명이다.

전문가들은 비전문취업비자의 불법체류 이유를 현실과 제도간의 괴리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일이 손에 익을 때쯤 고용허가 기간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주노동자보다 오랜 기간 기술을 배워 실력이 좋은 미등록 외국인를 선호하기도 한다.

현장 근로자들은 주로 도급업체를 통해 계약된 금액만 지급하고 현장으로 파견되는데, 미등록 외국인 단속을 하더라도 기업 현장에서는 파견된 근로자들이기 때문에 “미등록 외국인인지 몰랐다”는 핑계가 가능하여 미등록 외국인 고용을 막기 위한 처벌이 실제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주 입장에서 미등록 외국인들은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줄 수 있고, 해고도 유연하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고용주와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 언어가 통하지 않아 큰 문제인데, 이럴 경우, 언어를 잘 알아듣는 미등록 외국인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이 23만 명인데, 미등록 체류자가 2배 이상인 43만 명이다. 이에 이러한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 국회에선 ‘외국 인력 활용에 따른 상생과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 포럼이 개최되었다.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현행 정부 방침은 ‘사후적 단속과 추방 일변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고 지적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숙련된 비합법적 인력을 내보내지 못하는 사업장의 어려움도 존재하기에, 합법 조치 등 과감하고 전향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노동시장 인력수급에 따라 3~5년 단위로 외국 인력을 유치·활용하는 정책을 1차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우수한 인적 자원의 정주화를 유도하는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인구 정책으로서 이민자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가족 동반을 허용할 정주형 인력과 순환 인력을 어떻게 선별할 것인가 등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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