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출처-뉴시스]
[사진-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서울주택공사(SH공사)와 시민단체 사이에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태와 관련해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SH공사가 매입임대주택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SH사장을 부적격인사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고금리로 인해 집값이 많이 안정되었다고 하나, 월세 등 민간 임대료는 집값과 함께 올라 내려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주거취약계층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이에 세입자·청년·주거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내놔라공공임대’는 지난 11월 SH공사가 매입임대주택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현재 감사원이 심사 중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서성민 변호사는 “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태가 애초 계획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일 뿐만 아니라, 천문학적인 예산을 불용하면서까지 그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 위법하고 부당한 사실이 있는지 규명하기 위해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매입임대주택이란 도시 저소득 계층이 현재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시세 30% 수준의 임대조건으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SH공사의 지난해 매입임대주택 공급실적은 연간 계획물량의 13.5%인 829호에 불과했고, 예정했던 사업을 진행하지 않다 보니 4033억 원의 불용액이 발생했다. 

올해의 경우 달성률은 9월 기준으로 연간 계획물량 5250호의 6.5%(341호) 불과하다. 공급계획 물량 자체도 매년 줄고 있다. 계획되었던 6700호를 모두 공급한 2020년과 다르게 2021년부턴 계획물량이 5300호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더 줄어 5120호로 감소했다. 

공급이 줄다 보니 경쟁률이 치열해졌다. 최근 진행한 청년매입임대주택 공급에서는 190호 공급에 3만 명이 몰려 1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 매입임대주택사업에 대한 공급 문제는 김헌동 사장 취임 1년부터 계속적으로 지적되었다. 김 사장은 과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매입임대주택을 줄이고 전세임대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매입임대주택은 지나치게 높은 매입가를 산정해 국고 손실이 크다는 분석이 깔렸다. 

이는 SH공사 누리집에 실린 CEO인사말에도 보여진다. 김 사장은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겠다”면서도, “특히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추진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SH가 토지임대부 주택에 집착한 탓에 그간 추진했던 사업이 중단됐고 정상적인 임대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도 확산되어, 매입임대주택 공급은 기존에 비해 크게 늘려도 부족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SH공사는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매입실적 산정기준이 잘못돼 대부분의 자료가 실제와 다르게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건설이 완료돼 실제로 매입이 완료되는 시기’를 기준으로 매입 실적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 산정방식이라는 것.

SH공사는 현재 구축 반지하를 그대로 매입하거나 매도자가 신규로 건설한 물건을 약정 후 매입하는 신축약정 등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신축약정 방식의 매입실적을 산정할 때 실제로 건설이 완료돼 매입을 완료하는 시기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토지 소유권 확보와 건설 허가 승인 후 매입 약정 체결하는 시기를 기준으로 매입실적이 산정됐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기준(매입약정 기준)으로 했을 때 695호(구축 249호, 신축 446호, 11월 15일 기준)이지만, SH공사가 정한대로 ‘건설이 완료돼 실제로 매입이 완료되는 시기’를 기준을 바꾸면 심의 완료 후 계약 또는 매입약정이 진행 중인 호수(2402호)가 포함되게 된다.

그러나 SH공사의 2022년과 2023년의 매입 완료 실적은 김 사장 시절이 아닌 전임 사장 시절에 매입 약정을 체결한 주택들이 대부분이다. 역대 최대치로 매입약정을 체결했던 2020년(7,200건)의 1-2년 후인 2021년(5,095건)과 2022년(4,661건) 매입 완료 건수가 가장 많았다. 

김 사장 취임 이후 SH공사는 2022년부터 매입약정을 거의 5분의 1수준으로 축소하였고, 그 결과 연초부터 2023년 11월 15일까지 매입 완료 건수가 전년 대비 30% 수준인 1,572건에 그쳤다. 

SH공사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절차상으로도 약정이 된 물건 중에서 주택이 준공되면 매입완료하는 것이므로, 매입완료 물량에는 이전 매입약정물량이 들어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SH공사는 연평균 1000세대 남짓 매입하던 매입사업을 2019년부터 매입약정 방식으로 대폭 확대했는데, 이는 부동산 폭등기에 매입한 것으로 매입임대주택 자산가치 하락 등 부작용을 야기해 향후 공사 내부 기준을 새롭게 정비해서 다양한 유형의 매입사업을 검토한 후 시민의 편리한 주거환경을 위해 매입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시민의 예산을 알뜰하게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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