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건설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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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바다 위의 유전’이라고 불리는 해상풍력발전.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세계 여러 나라들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그 속도가 유독 더디다. 이유는 무엇일까.

해상풍력발전은 바다에서 부는 바람의 운동에너지로 선풍기처럼 생긴 대형 발전기의 날개를 회전시켜 전기를 얻는 발전 방식이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이나 태양광에 비해 월등히 이용률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태양광이 17% 수준, 육상풍력이 25% 수준을 보이는 데 반해, 최근 건설된 단지의 해상풍력 이용률은 40~50%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육지에 비해 입지의 제약이 적은데다 삼면이 바다인 지정학적 특성상 대규모 발전단지 건설에 유리하다. 게다가 계절풍이 강해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규칙적인 점, 산과 같은 장애물이 없는 점, 덕분에 일정 수준의 에너지를 꾸준히 얻을 수 있는 점도 이점이다.

블룸버그NEF는 향후 약 15년간 해상풍력 설치량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세계 해상풍력발전 누적 설치용량은 57기가와트(GW)에 불과하지만, 2035년에는 2021년 대비 약 10배 늘어난 504GW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준비는 미흡하다. 2021년까지 국내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은 124.5MW로 전체 풍력 설치량의 7.4%에 그치고, 해상풍력 부품 외산 잠식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부가 지난 2010년 발표했던 ‘해상풍력 추진 로드맵’은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를 구축, 국내 해상풍력발전을 2019년까지 2.5GW 규모까지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지난 2021년, 2022년에 상업 개시된 해상풍력 단지는 한 군데도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풍력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은 세계 기업 대비 약 70~80% 수준에 불과하다”며 “고품질·저가격의 외산 발전기의 국내시장 장악 우려로 관련 공급망은 붕괴 위기에 몰렸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지적에 정부는 풍력발전 비율을 현재보다 늘리겠다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태양광 비중이 높은 현재의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변경해 풍력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량 규모를 비교하면 2021년 기준 87대 13으로 태양광의 규모가 압도적인데, 정부는 이를 2030년까지 60대 40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전체의 22%로 설정해, 국내 해상풍력 설비 보급을 지난해 기준 12.7GW에서 2030년까지 5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한 것도 해상풍력발전이 더딘 이유 중 하나이다. 윤범석 국제해상풍력협회 회장은 “개발사들의 복잡한 사업개발 인허가 과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해상풍력 단지개발을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이 부재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제도를 보안하기 위한 특별법도 발의되었다. 특별법은 사업자가 직접 입지선정부터 각종 부처 인허가, 계통 계획까지 책임지던 방식을 국가 주도로 전환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올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과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해상풍력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2일 산자위 소위에서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서, 결국 내년 총선 이후 법안을 다시 설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회 회기가 끝나면 법안이 자동폐기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터빈을 사용하는 기존의 고정식 해상풍력이 아닌 ‘부유식 해상풍력’은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지금이라도 우리가 산업육성 방향을 잘 설정해 추진한다면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터빈을 해저 지반에 고정된 기초 위에 설치하는 고정식과 달리 바다위에 떠있는 부유체에 터빈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윤 회장은 “정부가 해상풍력 사업이 진행 중인 지자체에서 어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민간 개발사와 어민들이 직접 소통하는 데는 한계와 어려움이 명확하다. 에너지 전환이 전 세계적 목표임을 알리고 어민들의 현실을 개발사에 전달해주는 중간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해 정부가 나서 신뢰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기업들도 발 빠르게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대형 부유식 설비에 대한 건조 기술력을 확보했다. 무탄소 연료를 이용한 수소 및 암모니아운반선 건조 인증 역시 획득해 이를 통해 해상풍력 발전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 신재생 에너지 사업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해양 신재생 에너지 가치 사슬은 해상풍력 발전기를 통해 수소·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이를 전용 운반선으로 운송하는 방식으로, 전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청정에너지를 생산 및 확보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경쟁우위를 보이는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과 부유식 설비 제품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이를 위한 기술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풍력터빈 설치선(WTIV)을 수주한 경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9.5메가와트(MW)급 대형 해상풍력 부유체 독자모델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도 15MW급 부유체 모델 개발을 완료한 상황이다. 또한, 제주 지역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에도 참여하고 있다.

7일에는 울산 앞바다에서 추진되는 귀신고래 3호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설계·조달·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이 선정되기도 했다. 울산항에서 동쪽으로 약 60km 떨어진 해상에서 추진하는 1.5GW 규모의 발전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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