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021~2022년 전자제품 공급업체별 기후위기 대응 점수 변화, 제공-그린피스 ]
[사진-2021~2022년 전자제품 공급업체별 기후위기 대응 점수 변화, 제공-그린피스 ]

[이코리아]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전세계 주요 전자 브랜드에 납품하는 동아시아 전자제품 공급업체 11곳의 기후위기 대응 성적을 매겼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낮은 등수를 기록했다. 

그린피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최종조립 부문 주요 공급업체의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분석 및 평가한 ‘2023 공급망의 변화’ 보고서를 21일 공개했다. 기후약속(25%), 기후행동(45%), 투명성(15%), 옹호활동(15%) 등의 항목을 점수화해 지난해와 비교했다.

보고서는 공급업체들의 탈탄소화 전환 의지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린피스는 “11개 업체 중 8곳은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약속했다”면서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오는 11월 30일부터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회의(COP28)와 관련이 있다. COP28에서는 각국이 파리 협정 이후 처음으로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을 공식적으로 실시하게 된다. 

이행점검은 각 나라가 과학적 조언에 따라 파리 협약의 목표인 ‘203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이행해왔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게 목적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더 줄여야 한다. 1.5℃는 기후위기 대응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상승 폭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 디스플레이는 모두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030년까지 배출량을 50%로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는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2030년까지 53%, 2040년까지 67%, 2050년까지 10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스쿠프3 배출량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삼성전자(좌)와 TSMC(우) 평가 보고서, 제공-그린피스]
[사진-삼성전자(좌)와 TSMC(우) 평가 보고서, 제공-그린피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작년과 같은 성적인 D+에 머물러 가장 낮은 점수로 기후 대응 노력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파운드리 경쟁업체인 TSMC보다 현재 재생에너지를 네 배 가까이 쓰는데도 박한 평가를 받은 데에는 2030년까지 기후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방침을 마련하지 못한 것과 재생에너지 정책 옹호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연호 그린피스 활동가는 “현재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은 TSMC보다 많지만 상황이 역전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기후 대응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기후공시가 코앞에 다가온 만큼 진전된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후 대응에 있어 목표 수립과 실제 행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재생에너지 정책 옹호 활동인데, 산업부와 한전은 용인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을 이유로 온실가스를 추가적으로 배출하는 LNG 발전소 6기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내놨다.”며 “삼성전자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안을 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코리아>는 삼성전자가 그린피스 보고서 상 반도체제조 분야 최하위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의했다. 삼성전자 측은 “2022년 신환경경영 전략을 발표한 이후 탄소중립 달성하고자 직접 배출을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PPA) 제도가 구비되고 재생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된 지역 중심으로 확대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2020년 미·중·유럽에 이어 2022년에 베트남·인도·브라질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완료했으며, 2027년까지 모든 해외 사업장과 국내 DX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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