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국 연방수사국(FBI)의 Think Before You Post 캠페인]
[사진-미국 연방수사국(FBI)의 Think Before You Post 캠페인]

[이코리아] 최근 신림역 살인예고 범죄자에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범죄에 대해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A씨는 지난 7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직후 인터넷에 “신림역에 칼을 들고 서 있다. 이제부터 사람 죽인다”는 글을 올려 협박하고, 경찰을 현장에 출동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판사는 지난 9일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담당판사는 “피고인은 이전에도 (비슷한 글을) 10회 올렸다고 진술했고 익명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는 등 수법과 죄질이 좋지 않다”며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지만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초범인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15일 검찰은 협박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판결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에 불복, 항소했다.

검찰은 “"1심에선 게시글을 열람한 사람들 중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과 신림역 인근 상인 및 주민에 대한 협박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예고 등 공중에 대한 위협과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범죄에 대하여 엄중히 대처하고, 피고인에게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형사처벌과 상관없이 살인예고 글 게시자는 민사책임까지 철저하게 묻겠다는 입장이다. A씨를 상대로 43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긴급상황으로 오인하게 해 경찰이 투입된 비용을 배상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손해배상액으로 산정된 4300여만 원에는 출동한 경찰관 수당 및 차량 기름값 등이 모두 포함됐다. 법무부는 “112신고 접수부터 검거까지 경찰기동대 등 703명의 경찰이 투입됐고, 수당과 유류비 등 혈세가 낭비됐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법무부는 지난 8월 불특정 다수 시민을 상대로 범죄를 예고하는 ‘공중협박죄’ 신설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불특정 다수에 대하여 살인을 예고하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은 없다. 따라서 흉기를 준비하거나 특정한 대상을 상대로 살인을 예고하는 등의 행위가 없는 이상 단순히 온라인에서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인예고 행위의 경우 처벌은 쉽지 않다.

처벌가능한 법률이 없다는 지적에 국회에선 이를 규율하려는 법률안이 여러 건 발의되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법일부 개정안」은 공중협박죄를 신설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발의되었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에 유포, 게시하여 것에 대해 최대 5년 이하 징역,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률이 없어 처벌이 어려운 우리나라와는 달리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위협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독일은 「형법」에서 범죄위협에 의한 공공평온교란죄를 규정하면서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다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살인예고 행위라도 일정한 수 이상의 사람들이 위협을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며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독일 법원은 페이스북에 무차별 살인 예고를 게시한 사건에서 공공의 평화를 방해하는 행위는 적지 않은 수의 독일 국민의 일반적인 우려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며, 소수의 지인들만이 읽을 수 있는 페이스북 게시의 경우 고의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미국은 독일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한다. 미국 연방 법률은 ‘사람을 납치하겠다는 위협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겠다는 위협이 포함된 통신문을 주간 또는 외국 상업에서 전송하는 자를 벌금형 또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거나 벌금형과 징역형을 병과한다’고 규정한다.

미국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위협이 포함된 글이 전송되기만 하면 범죄가 성립한 것으로 본다. 이는 상대방이 이러한 위협을 실제로 인식할 수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범죄 성립 범위가 굉장히 넓어진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는 "Think Before You Post(게시 전 생각해 봐)"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소셜미디어,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학교나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난사한다는 등의 글을 게시하거나 전송하는 사람을 불특정 다수를 향한 '허위 협박'으로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실제 협박 글을 게시한 경우 10대 청소년의 경우도 징역형에 처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밖에도 오스트리아. 스위스, 노르웨이에서 「형법」에 규정을 두어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위협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살인예고 등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협행위 규제 논의의 쟁점' 보고서를 작성한 이소영 조사관은 살인예고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위협행위를 규제하는 법률 규정 신설논의에 있어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충분한 논의 후 입법이 추진되야 한다고 말한다.

이 조사관은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기존 법률로 규제할 수 없는 위법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다만 충분한 논의없이 입법이 추진된다면, 이를 시정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이에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 측면에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는지, 규정을 신설할 경우 적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 것인지, 처벌의 수위의 적절성에 관하여 충분한 검토를 통해 우리나라 법현실에 맞는 실효적 입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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