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6일 '금융감독원장-회계법인 CEO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출처-뉴시스]
[사진-6일 '금융감독원장-회계법인 CEO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출처-뉴시스]

[이코리아] 은행권의 초과이익 환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 당국은 금융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일각에선 초과이익에 대한 횡제세도 거론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1일 발표한 국내 18개 시중은행들의 경영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5대 은행(하나·우리·KB·신한·NH농협금융)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36조2071억 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유래 없는 성과로 5대 은행은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5대 은행의 지난해 상여금(경영성과급, 성과보수 등) 총액은 2조2988억 원으로 2년 전(1조9142억 원)보다 20%가량 늘었다. 

상여금의 증가는 1억원이 넘는 평균연봉을 가져왔다.  5대 은행 직원들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006 만원을 기록했다. 5대 은행뿐 아니라 18개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1억541만 원)도 지난해 1억 원을 넘어섰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실질 임금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4443만 원)의 약 2.4배에 달하는 액수다.

반면에 서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은 여전히 크다. 은행들이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 금리를 조금 내리면서 인상기에는 가파르게 올리는 탓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구당 월 평균 이자 비용은 12만4000원으로 지난해(8만7000원)보다 43%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타운홀미팅에서 은행을 향해 “은행은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며,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선 절대 안 된다”고 말하며, 은행의 ‘이자 장사’를 질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7일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올해 은행 이자 이익이 60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인데, 3분기만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합친 것보다 크다”며 “은행이 어떤 혁신을 했길래 60조원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었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 5대 금융지주는 현재 시행 중인 ‘상생금융’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금융권은 빠르면 이번 주 내로 올해 두 번째 상생금융 패키지의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주요 은행 중 첫 번째로 지난 3일 소상공인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개인사업자 고객 11만5500여명에게 캐시백 형태로 대출 이자 665억원을 돌려주는 게 핵심이다. 하나은행은 또 소상공인들에게 에너지 비용, 통신비, 사업 컨설팅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상생금융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고, 소상공인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거나 이자를 면제하는 방안, 자영업자의 입출식 예금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안 등을 검토 중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 NH농협금융도 조만간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대출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인 차주의 이자를 일부 감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한금융은 이미 시행 중인 상생금융 프로그램의 기간을 연장하거나, 금리 인하 폭 등을 더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16일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과 간담회를 앞두고 있다. 이 간담회에서 은행권의 자발적 재원 출연 및 서민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만약 재원 출연이 충분하지 않다면, 횡재세 등 구조적 이익 환수 방안으로 논의가 확장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16일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과 간담회를 가진다. 이 간담회에서 은행권의 자발적 재원 출연 및 서민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만약 재원 출연이 충분하지 않다면, 횡재세 등 구조적 이익 환수 방안으로 논의가 확장될 수 있다.

은행의 초과수익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8월 은행에 40%의 횡재세를 부과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들의 순이자 수익에 일회성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은행 횡재세로 20억 유로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렇게 모든 자금은 고금리로 고통받는 가구와 기업에 대한 지원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은행권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금리로 고통받는 가정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탈리아 정부의 결정은 금융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횡재세 발표날 증시에서 이탈리아 주요 은행인 인테사 산파올로와 우니크레디트, 방코 BPM는 5.9∼9% 떨어졌다. 에쿼티 캐피탈의 거시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튜어트 콜은 이탈리아 정부의 횡재세 부과 결정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다른 유럽 국가의 횡재세 도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은행주들이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밖에도 헝가리와 스페인이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리투아니아도 국방비 조달을 위해 은행에 대한 횡재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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