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 등 입법 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출처-뉴시스]
[사진-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 등 입법 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출처-뉴시스]

[이코리아] 법무부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제한에 관한 법률을 26일 입법예고한다. <이코리아>는 해당 법안과 해외 주요국의 성범죄자 관리 법을 비교해  살펴봤다.

재범 위험이 높거나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출소 후 지정된 시설에 거주하도록 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성폭력 범죄자의 성 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오는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거주지 제한 명령은 기본적으로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범행했거나 3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 중 성범죄로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성폭력범이 대상이다. 또한 법원이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에게 거주지 제한 명령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한국형 제시카법의 위헌 및 이중 처벌 논란에 대해 보안처분이기 때문에 위헌 요소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장관은 2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거주지 지정은 보안처분이라서 위헌이라는 것(지적)은 이미 해결된 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와 헌법학자들은 한국형 제시카법이 성범죄 전과자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해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헌법 14조가 규정한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에 반한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 같은 경우 아동시설과 학교 반경 500m로 거주를 제한하면 달동네 말고는 전과자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없다”며 “형기를 마치고 처벌받고 나온 전과자들의 재사회화가 필요한 상황에 영원히 격리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라고 말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학회도 법무부의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5월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 시 법무보호복지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2023년 춘계 학술대회에서는 제시카법이 성범죄자의 거주 제한이 지역 간의 평등권 침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진용 중앙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이 과밀화돼 있어 인구 밀집 지역의 거주를 제한하면 잠재적 범죄 위험이 다른 지역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어 지역 간 평등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의 성범죄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볼 수 없고 이는 결국 다른 지역 주민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중처벌이라는 주장이 무색하게 이미 많은 국가에선 성범죄자의 강제격리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다수 주는 성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정신이상·인격 장애를 가진 성폭력범죄자에게 형기 종료 후에도 입원치료를 명령하고 있다. 

특히, 캔자스 주의 「성폭력 흉악범 법안」은 출소가 임박한 고위험 성폭력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이 높고 정신이상·인격장애자로 판단되면 법원이 입원치료를 명할 수 있다. 대상자의 상태가 호전돼 치료시설에서 퇴원한 후에도 치료계획과 준수사항을 위반할 경우 다시 입원치료시설로 되돌려 보낼 수 있게 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보호수용 제도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 캔자스주는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중인 헨드릭스에게 처음으로 가석방을 조건으로 보호수용하는 「성폭력 흉악범 법안」을 적용하려고 했다. 헨드릭스는 이 법이 자신의 헌법적 권리와 이중 처벌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법원은 그의 주장을 기각했다. 보호수용은 피고인들의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그들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지역사회의 이익을 위해 추가적으로 이뤄지는 ‘민사적 조치’라며 헌법적 보호의 의무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스위스 역시 정신장애와 연관이 있는 범죄자 중 입원치료를 통해 재범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법원이 입원치료를 명령할 수 있다. 기간은 원칙적으로 5년이지만 계속 갱신이 가능하다. 스위스는 지난 2007년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고, 지속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무기한 격리가 가능한 무기감호까지 도입했다.

오스트리아의 법률은 정신적 또는 심리적 비정상 상태로 범죄를 저지르고 재범 위험성이 있다면, 법원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정신이상자에 대한 시설수용을 명령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설수용 상한에는 제한이 없고, 법원은 직권으로 시설수용 필요성을 매년 검사한다.

프랑스 역시 강력범죄를 저질러 15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특별폐쇄 수용시설에 수용해 의학적, 사회적 치료를 받게 하는 보안유치제도를 운용한다. 해당 결정은 1년간 유효하며, 1년 단위로 계속 갱신이 가능해 사실상 상한이 없다.

반면에 보호수용제도를 시행하다 위헌결정을 통해 제도를 개선한 나라도 있다. 독일은 형벌과 상관없이 자유 박탈적 보완처분에 해당하는 보호수용제도를 실시해왔고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의 경우 출소 후에도 재범 위험성이 클 경우 보호수용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유럽인권재판소에서 독일의 보호수용이 형벌과 같은 것이라 보았으며,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결정이 내려져 대대적인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고려대 법학연구원에서 발간한 ‘보호수용법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독일 보호수용제도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독일은 보호수용제도를 유지하되 자유형과 집행방식을 명백히 다르게 하는 차별화 원칙을 지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개선된 보호수용은 포괄적인 처우조사를 통해 적합한 돌봄을 제공해야 하며 일반적인 생활관계에 부합해야 한다. 또한 보호수용의 집행을 회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치를 반드시 취할 것을 요구하여 피수용자의 권리 역시 강화했다. 무엇보다 단순히 격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재사회화를 위한 개별적이고 개방적인 처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시카법 유래

제시카법은  2005년 발생한 아동 성폭행 살해 사건의 피해자인 제시카 런스포드의 이름을 따서 제정됐다. 범인은 제시카 이웃에 사는 40대 남성 성범죄자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시카의  아버지는  "성범죄자가 이웃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딸을 보호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성범죄자의 거주  제한을 촉구했다. 이에 플로리다 주 의회 차원에서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와  공원의  2000ft(약 610m) 이내에 거주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혔다. 2023년 현재 미국 30개 이상 주에서 이 법이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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