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국세청
자료=국세청

[이코리아] 지방이 소멸 위기를 겪는 가운데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감세 혜택도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억원 이상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 69%가 수도권에 소재함에 따라 세액 공제 금액도 80%가 집중됐다.

지난해 국내 법인세 신고법인 총 98만2456개 가운데 30%(29만9581개)가 서울 소재 법인이었다. 이들이 내는 법인세액은 총 45조342억원으로 전체 부담세액(87조7949억원)의 51%를 차지했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으로 보면 법인세 신고법인 수의 60%, 전체 부담세액의 79%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특히, 과표구간 200억을 초과하는 주요기업의 분포 격차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이 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과표 200억을 초과하는 기업 2,052개 중 48%인 982개가 서울에, 21%인 437개가 경기도에 소재하는 기업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업이 받는 감세혜택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난 2년간(2021-2022년) 통합투자세액공제에 따른 법인세 감면액은 모두 1조9337억원으로, 이중 80.1%에 달하는 1조5480억원의 감세혜택이 수도권 기업에게 돌아갔다.

통합투자세액공제는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지난 2020년 세법개정을 통해 신설된 제도다. 기업이 시설에 투자하면 투자 금액의 일부를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지난해 기업의 연구개발(R&D)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혜택도 3조6173억원 중 84.0%(3조377억원)가 수도권으로 돌아갔다. 

그런 와중에 수도권 밖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세액감면 혜택도 몇 몇 특정 지역에만 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밖 본사 이전 세액감면을 통해 지난 4년간(2019-2022) 1조 8,134억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제공됐다. 이중 42.7%인 7740억원이 제주에, 31.6%인 5722억원이 경남에, 9.6%인 1742억원이 부산에 돌아가는 등 극심한 쏠림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와 부산·경남권의 본사 이전 공제액은 전체의 83.8%에 달했다.  

하지만 전북의 경우 18억원으로 0%대를 기록하고, 전남도 2%대에 그치는 등 호남권의 본사 이전 성적은 지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향후 수도권 세제혜택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가 낸 2024년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비과세·감면을 통한 국세감면액이 올 69조 5000억 원에서 내년 77조 1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정부의 기업 감세 정책에 따라 통합투자세액공제는 3조6000억원,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1696억원 각각 증가할 전망이다. 

그간 관련 공제액의 80% 가량이 수도권에 몰렸던 점을 감안하면 해당 공제액 증가분의 대부분은 다시 수도권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 기업의 세액 감소분만큼 지방의 국비예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한병도 의원은 "균형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근본적인 세제개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또 "기업의 지방 이전 사업에서조차 인프라가 잘 발달된 특정 지역에만 쏠리고 있다"며, 낙후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기반 투자와 강화된 세제 혜택 적용 등으로 지역 간 투자 여건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수도권 기업이 본사를 비수도권으로 옮길 때 법인세를 최대 10년간 100% 감면하고 신규 설비 투자에 나설 때 일정 부분 투자액을 보조(지방투자촉진보조금)하는 등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알짜 기업의 지방이전 없이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노력은 허사로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아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지역 유치를 위해 법인지방소득세 감면 및 지방세 자율성 확대와 같은 방안으로 세제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기업들은 지방 이전을 위한 핵심 대책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꼽는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197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수도권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조세정책으로 법인세율 인하(43.1%)가 지목됐다. 취득세·재산세율 인하(12.2%), 법인세 투자세액 공제(10.7%), 산업단지 취득세·재산세 감면(6.6%) 순으로 응답했다. 

최진섭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7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균형발전 세제의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해 균형발전 공간구도 재설정도 필요하지만 본사이전 시 감면책 외에 기업의 지방신설 시 법인지방소득세 감면 등 획기적인 감면 방안이 나와야 된다"고 말했다. 조례감면·탄력세율 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과 관련해 최 부연구위원은 또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발전을 위한 지방세정책을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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