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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지식재산권 침해상품의 국내 반입적발 건수가 폭증하고 있다. 가품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배경으로 오픈마켓의 느슨한 규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특송화물 목록통관 과정에서 가품의 적발건수는 2018년 1만403건에서 2022년 6만2326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해는 8월까지 적발된 건수가 이미 4만1343건으로 이러한 상승세라면 연말엔 10만건을 넘어설 가능성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국내로 들어오는 가품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목록통관은 송수하인 성명, 전화번호, 주소, 물품명, 가격, 중량이 기재된 송장만으로 통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오픈마켓 사업자는 진품 여부와 상관없이 거래 당사자 간 알선을 대가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통신판매 중개자가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만 고지하면 가품 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가품 판매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에게만 있다.

이같은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관세청은 ▲통신판매중개사업자(오픈마켓)가 부정 수입 유통 방지를 위한 인력과 기술, 검증체계를 제대로 갖췄는지 ▲부정 거래 내역을 발견했을 시 판매 중지, 거래취소, 환불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등의 실태조사를 실시해왔다. 사실상 오픈마켓에도 관리책임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관세청은 올해부터는 쿠팡, 네이버, 11번가, 지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 8개 오픈마켓 사업자 외에 명품류, 인테리어 제품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까지 합해 15개 업체로 확대해 조사하고 있다.

[사진-오픈마켓, SNS 이용 부정수입물품 판매 적발 사례.출처-관세청]
[사진-오픈마켓, SNS 이용 부정수입물품 판매 적발 사례.출처-관세청]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식품위생법, 수입식품법 등 요건을 구비하지 않은 상품의 유통이 늘면서다. 관세청을 올 상반기에만 약 200만점, 300억원 상당의 부정수입물품을 적발했다. 적발된 부정수입물품의 온라인 유통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곳은 오픈마켓(39%)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해외 오픈마켓 사업자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만큼 해외 오픈마켓을 통한 짝퉁 반입도 늘고 있다고 추정한다. 이에  그동안 관세청 실태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왔던 알리익스프레스나 아마존과 같은 해외 오픈마켓 사업자도 내년부터는 지식재산권 침해상품 유통 실태조사의 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9일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이 해외 오픈마켓 사업자에 대해서도 부정수입물품 판매실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픈마켓의 분쟁과 관련해 ‘자율규제’를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과 유럽은 오픈마켓에 책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9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유해한 위조상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자상거래에서 가품를 차단하는 유해상품판매금지법(SHOP SAFE)이 도입됐다. 아마존·이베이 같은 오픈마켓에서 판매자가 가품을 유통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련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제품을 등록하기 전 가품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기술을 사용해야 하고 가품 거래에 연루된 판매업자는 3번 이상 적발되면 퇴출하도록 한다. 만약 가품 판매자로 판명되면 관련 정보를 사법당국과 지식재산권 소유자에게 제공해야 하고 판매자는 정품이라는 사실을 오픈마켓에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미국보다 더 강력하게 오픈마켓을 제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럽 최고 사법기구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아마존과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티앙 루부탱’과의 재판에서 가품이 유통됐을 때 오픈마켓 또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빨간색 밑창을 특징으로 하는 구두로 유명한 브랜드다. 이들은 가품 판매업자들이 상품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아마존이 가품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국회에선 오픈마켓에 가품 방지를 위한 사전 의무와 책임을 묻겠다는 법안 개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오픈마켓으로 불리는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가품 유통에 대한 철저한 사전 모니터링을 의무화하고, 소비자 피해 발생 시 고의 여부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연대책임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사진-의안정보시스템]
[사진-의안정보시스템]

2020년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표법」 일부개정안 외에도, 지난 7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국민의힘 윤두현 의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국민의힘 권명호 의원) 등이 발의됐다.

이에 오픈마켓 업체들은 이러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기본권 침해일뿐더러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쿠팡, 지마켓, 11번가, 위메프 등 오픈마켓 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이익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발의된 오픈마켓 가품 방지법에 대해 “연대배상책임 의무는 통신판매중개자의 헌법상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이어 “통신판매중개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는 것 통신판매중개자의 입장에 비용 등의 측면에서 영업상 중대한 제약이 생겨 영업에 관한 권리가 불합리하게 침해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형 브랜드만 입점 가능해져 중소 브랜드가 오픈마켓을 통해 성장하는 사례가 점점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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