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A씨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출처-뉴시스]
[사진-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A씨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등 약물에 취해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할 법 규정이 미비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달 2일엔 서울 강남에서 A씨가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혔고 11일엔 B씨가 강남 논현동 도로에서 람보르기니 차량을 주차하다가 시비가 붙어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뒤 달아났지만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B씨에게서 필로폰·엑스터시·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마약류 등을 오·남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약물운전 처벌은 음주운전과 유사하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약물 운전을 금지·처벌하는 규정만 존재하고 단속 규정이 없다.

[사진-도로교통법 음주운전 및 약물운전에 대한 벌칙조항]

법적 근거가 없으니 단속 장비도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조차 어렵다. 실제 음주운전은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측정할 수 있지만 약물운전은 약물 복용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도 운전자 동의가 없는 한 현장에서 약물복용 여부를 측정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자동차가 일찍 보급된 미국에서는1970년대부터 약물운전이 교통사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알코올의 혈중농도 검사와 혈액 및 소변의 약물검사를 함께 실행토록 법이 제정되었으며, 2000년 이후로는 효과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뉴욕주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든 사람은 알코올 및 약물 함량을 결정하기 위해 호흡, 혈액, 소변 및 타액 중 하나 이상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여 단속하고 있다.

캐나다의 앨버타 주는 정지신호를 위반하거나 과속한 운전자에게도 음주・약물 검사를 시행한다. 캐나다 물질중독 및 중독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대마초 사용은 충돌 위험을 평균 2배가량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흡 측정, 혈액 채취를 거부한 이들은 90일간 면허가 정지되며, 면허를 돌려받은 뒤에는 1년간 의무적으로 ‘시동 잠금 장치’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만약 이 프로그램 참여를 원치 않는다면 면허 정지는 1년으로 늘어난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노르웨이 경찰은 모든 운전자를 임의로 세운 뒤 현장에서 무작위로 약물 복용 여부를 측정할 수 있다. 운전자의 타액(침)이나 땀에서 나오는 성분을 분석하는 휴대용 키트를 이용해 필로폰·대마초·코카인 등의 복용 여부를 확인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도 경찰이 운전자가 운전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경우 차를 정지시키고 시료 채취, 간이 검사 등을 할 수 있다.

국회는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상다. 11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약물운전에 따른 처벌수준을 현행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한, 「특별범죄 가중처벌 등의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음주운전과 약물운전을 분리하고, 약물운전으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또는 무기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수준을 강화하였다.

지난 7월엔 약물운전도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운전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 공무원의 강제측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되었다. 국민의힘 정운천의원에 의해 대표발의된 이 개정안에 따르면 측정에 응하지 않는 사람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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