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해 8월 한국동물보호연합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지난해 8월 한국동물보호연합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올해 초 미국에서 동물실험 의무 조항을 80여년 만에 삭제하는 등 세계적으로 동물대체시험의 개발과 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화장품의 제품 안전성 입증을 위한 동물실험 관행이 잔인하고 불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면서 지난 2013년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과 동물실험 화장품의 판매 금지 규정이 발효됐다. 또 동물대체 시험법 활성화를 통해 동물실험 비중을 이미 약 40%까지 낮췄다. 

동물대체 시험법은 화장품 등을 개발할 때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 성분 검사를 하는 방법을 말한다. 또 동물을 사용하더라도 개체 수나 동물의 고통을 줄일 방법을 이용한 시험법이다. 사람 세포 유래의 시험관 시험·오가노이드·장기칩을 포함한 미세생체조직시스템연구, 독성발현경로 연구, 통합접근시험평가(IATA)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후 한국과 스위스, 대만, 영국, 호주, 멕시코 등 42개 국가에서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동시에 화장품 동물실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며 기업들은 비동물 실험에 투자하고 개발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12월 바이든 대통령이 식품의약국 현대화법 2.0(FDA Modernization Act 2.0)에 서명하면서, 동물실험 자료가 없어도 의약품을 허가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 동물대체시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비동물실험을 위한 전문성 부족, 동물대체시험에 대한 인식과 제도상의 한계로 아직 동물실험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법적 규제시험 분야 중 공업용 화학물질 관련 법률에 따른 시험으로 희생된 동물 수는 2021년 6만 5,205마리로 2019년 5만 2,438마리에서 20% 이상 증가해 대체 시험자료 활용을 실현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인 오가노이드(Organoid), 전자회로가 놓인 칩 위에 살아있는 특정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 배양 장기칩 등은 이미 상당한 수준인 것을 알려져 있다. 

다만 유해성 시험자료에 대한 기업의 사용료를 책정할 때 일률적으로 책정하다 보니 척추동물대체 시험자료의 취득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 기업들이 사용을 꺼리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이수진 국회의원(비례대표)은 지난 2월 '화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화학물질 유해성 시험자료에 대한 사용료 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척추동물대체 시험자료의 사용료 감면 대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지난 5월에 열린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2030 화학안전과 동물복지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환경부 화학안전기획단 신건일 단장은 "현재로서 국내에는 공공기관 내 동물대체시험 전담부서가 없고 전문가도 부족한 실정이고, 민간시험기관도 수요가 불확실한 비동물시험법 인프라 구축에 소극적"이라며 "숙련도 부족으로 EU와 비교 시 비시험법 사용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어서 전문역량 또한 부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부처 간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 동물대체시험법 연구개발 등 지원,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 설립 근거 마련의 내용을 포함한 ‘동물대체시험법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대표 발의: 남인순 의원)이 2020년 12월이 발의됐다. 또 2022년 12월에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대표 발의: 한정애 의원)이 발의된 상태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 기업 중에는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19일 국내 최초로 동물실험을 중단하기 위한 '화장품 안전 국제협력'(ICCS)에 가입했다. ICCS는 화장품 제조업체와 동물보호단체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올해 2월 출범했다. 

CCS에는 현재까지 로레알, 유니레버, 에스티로더, 피앤드지(P&G) 등 세계적 화장품 기업과 각국 화장품협회, 휴메인소사이어티,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 페타(PETA) 등 동물보호단체를 비롯한 4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처음 가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부터 화장품 원료와 완제품을 대상으로 한 자체 동물실험을 중단했다. 2013년 5월 '화장품에 불필요한 동물실험 금지'를 선언하고, 협력업체에도 화장품 동물실험을 허용하지 않았다. 

동물실험을 대신해 제품 안전성을 검증할 대체시험법을 연구·개발하는 데도 힘썼다. 2015년 한국 동물실험대체법학회가 뽑은 '생명윤리 구현을 위한 학술 기여 우수단체'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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