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그린수소(좌)와 핑크수소(우),출처-한국원자력연구소 유튜브 갈무리]
[사진-그린수소(좌)와 핑크수소(우),출처-한국원자력연구소 유튜브 갈무리]

[이코리아] 미래 사회의 주요 에너지원 중 하나로 청정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청정수소 인증제를 도입해 핑크수소를 청정수소에 포함할 예정이다. 특히 원전을 활용한 핑크수소 생산은 그린 수소의 단점인 경제성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물이나 화석연료 등 분리 대상 원료(수소 함유 화합물)와 투입 에너지원의 조합에 따라 다양하며, 생산 방식에 따라 색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레이 수소’는 천연가스를 개질해 추출한 수소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발생하는 수소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수전해해 생산하는 ‘그린 수소’, 원전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핑크 수소’ 등으로 나뉘어 진다. 

[사진-한국에너지공단 유튜브 갈무리]
[사진-한국에너지공단 유튜브 갈무리]

그 중 청정수소는 수소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현저히 적게 배출하는 수소를 말한다. 이산화탄소 발생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그린 수소와 핑크 수소뿐인데, RE100은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아, 원전을 통해 생산하는 핑크수소도 친환경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재생에너지만 사용해야 하는 RE100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작을 경우 그 대안으로 원전이나 연료전지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CF100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라별로 진행 중인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핑크수소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월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초소형모듈원전(MMR) 전문 기업 USNC는 핑크 수소 생산을 위해 연구개발을 추진했다. 1GW(기가와트)급 원전에서 연간 2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핑크 수소는 그린수소 생산 이전까지 대안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산업부는 핑크수소를 청정수소에 포함해 탄소중립 달성에 다가가려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개정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해 청정수소의 법적 정의를 내렸으며, 수소 선진국들 역시 각 국가별 상황에 따라 수소 생산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청정수소를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청정수소 인증제도는 수소 생산 전체과정(저장·운송 포함)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기준으로 수소의 등급을 매겨 청정수소 임을 인증하는 제도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회장은 청정수소 인증제도에 대해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린수소냐 청정수소냐 인증을 해줘야 한다”며 “기업들과 정부, 수소융합얼라이언스가 중심이 되어 설계해 내년 초쯤 확정할 생각이다”고 답변한 바 있다. 

산업부는 한수원의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 기반연구」을 토대로 핑크수소 생산 실증 및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핑크수소가 경제성뿐만 아니라 에너지안보 강화에 기여하고, 원전 수출과 연계하여 수소생산 플랜트의 수출산업화 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5일엔 한국수력원자력, 수소융합얼라이언스와 함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원자력 수소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OECD 산하 원자력에너지기구, 프랑스 원자력 및 대체에너지 위원회 등 국내외 산학연 전문가 150여 명이 참석하는 원자력 청정수소 국제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다.

최근 청정수소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미국, EU 등 주요국 역시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를 청정수소 범주에 포함하여 지원방안을 마련하였거나 검토 중이다, 또한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회 산업연구에너지위원회(ITRE)는 지난 2월 ‘저탄소 수소(Low-carbon Hydrogen)’의 정의를 채택하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와 동등하게 취급키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EU 집행위가 2021년 제안한 'EU 가스 및 수소 패키지'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 이외의 발전원을 통해 생산된 수소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최소 70% 기준에 부합하고, 수소 생산시 발생하는 CO2가 3.38kgCO2e/kgH2 이내인 경우’ 저탄소 수소로 판단하고, 그린 수소와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규정에 의한 것이다. 

이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 수소의 기준이 3.38 kgCO2e/kgH2인 기준과 같은 것으로,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을 통한 수소 생산 시 탄소집약도가 2.77kgCO2e/kgH2인 점에서 원자력 발전을 통한 수소 생산을 길을 열어준 것을 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서 청정수소 기술개발과 산업화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대형 상업원전을 활용한 수소실증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 대형전력사인 FirstEnergy Solutions이 소유하고 있는 Davis-Besse원전, Arizona Public Service(APS)의 Palo Verde, Xcel Energy의 Prairie Island원전을 수소생산 실증 프로젝트에 활용하기 위한 가동중 원전으로 선정하였다. 

또한 2020년에는 Exelon이 운영하는 Nine Mile Point 원전에 고분자 전해질 전기분해장치를, Palo Verde에는 저온전기분해를 이용하며 2천만 달러(약 240억 원) 중 DOE NE에서 8백만 달러(약 96억 원)을 지원하였다. 

일본 정부는 ‘그린성장전략’을 앞세워 2030년까지 300만t, 2050년 2천만t의 수소생산 역량 확보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관련 로드맵에 초고온가스로(VHTR)를 포함한 원자력수소를 포함했다. 일본원자력기구(JAEA)는 VHTR과 천연가스 수증기 개질을 연계하는 실증연구를 2030년 내 완료할 계획이다. 미쓰비시사도 철강회사 수소환원제철을 위해 일본원자력연구원에 천연가스 수증기 개질실증을 제안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수소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다. 2020년 기준 약 2,500만t으로 전 세계 수소 소비량의 28%를 소비한다. 2022년에는 중앙정부 차원으로는 최초로 ‘중장기 수소에너지계획(2021~2035년)’을 발표하여 수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2025년까지 연간 그린수소 10~20만t 생산, 이산화탄소 배출량 연간 100~200만t 감축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2030년까지 비교적 완비된 수소에너지 산업 기술 혁신 시스템과 그린수소 생산 및 공급 시스템을 갖추며, 2035년까지는 운송, 에너지 저장, 산업 전반에서 수소를 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엔 세계 최초로 초고온가스로형 선진원자로 HTR-PM을 웨이하이시에 건설하여, 2021년12월에 자국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였다. 2021년 9월엔 HTR-10을 보유한 칭화대, 중국원자력회사, 중국철강회사 등이 초고온가스로 탄소중립 수소생산을 위한 산업 협의체를 설립하였고, HTR-PM의 후속사업인 6모듈로 구성된 HTR-PM600의 경우 2개의 모듈은 전력을 생산하고 나머지 4개의 공정열을 생산할 계획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미국의 원자력 수소개발 동향과 시사점’에서 박찬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을 위해 규제 개선과 인프라 구축, 수용성 제고 등을 위한 중장기적 전략 마련과 실행이 필요하다”며 “수소법, 전기사업법, 녹색분류체계 등 관련 볍제도 개선을 통해 원자력 수소 개발·실증·사업이 용이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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