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워싱턴으로 출국하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출처-뉴시스]
[사진-워싱턴으로 출국하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일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등 도·감청 의혹 정황이 담긴 문건 보도와 관련해 방미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한미 양국이 정보 동맹이니까 정보 영역에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긴밀하게 지금 함께 정보활동을 펴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신뢰를 굳건히 하고 양국이 함께 협력하는 시스템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사·안보전문가인 김종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11일 유튜브에서 김 차장이 출국하면서 말한 ‘정보동맹’이란 말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정보동맹은 파이브 아이즈를 말한다”며 “우리나라와 미국은 ‘정보교류협정’은 있지만, 정보동맹처럼 기밀을 공유하는 사이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코리아>는 김 차장의 주장처럼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정보동맹’에 해당하는지 팩트체크했다.

미국의 정보동맹은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라고 부른다. 비밀리에 운영해 오다가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그 실상이 알려졌다. 파이브 아이즈란 UKUSA 안보 협정을 맺은 다섯 정보기관들이 소속되어 있는 나라들을 가리킨다. 다섯 정보기관은 미국의 NSA, 영국 GCHQ, 캐나다의 CSE, 호주의 ASD, 뉴질랜드의 GCSB으로 각 나라에서도 주로 신호정보(SIGINT)를 담당하는 기관들이다. 이들은 군사 정보의 수집, 공유 및 활용에 관한 협력을 목표로 한다.

스노든에 따르면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은 미국의 도청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들은 미 국방부 및 국무부 정보망인 SIPRNet에 접속이 가능하고, 에셜론(ECHELON)이라고 불리는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간의 기밀 정보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또한 PRISM, XKeyscore, Stateroom 등의 비밀 정보 수집 프로젝트를 세계 각지에 있는 대사관 등에서 공동 운영한다고 폭로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게 정보공유가 가능한 우방일까? ‘로버트 김 사건’을 보면 미국이 우리나라와의 정보공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면적으로 알 수 있다. 

미국 시민권자이자, 미 해군 정보국에서 컴퓨터분석관으로 근무하던 로버트 김은 북한의 동향을 필요로 했던 주미 한국 대사관의 백 모 대령에게 북한 잠수함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자료를 넘겼다. 이 자료는 호주, 뉴질랜드 등은 이미 알고 있던 자료였으나, 한국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던 상태였다.

1996년 9월 24일. 로버트 김은 이 행위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미 해군의 군사 기밀을 한국 측에 넘겼다는 혐의였다. 이후 그는 연방법원에서 ‘간첩음모죄’로 징역 9년에 3년의 보호 감찰을 선고받았다, 

재판 당시 로버트 김은 이런 자료는 우방국에게도 공유하는 자료고,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를 넘기는 것에 대해 큰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국가 기밀을 누설한 스파이 혐의를 쓴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고, 결국 그는 긴 옥고를 치렀다. 이 사건은 한국과 미국이 정보  동맹국이  아님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최근엔 미국에서 한국의 파이브 아이즈 가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2021년 미국 하원에선 국방수권법(NDAA) 중 기존 파이브 아이즈에 대한민국과 일본, 인도, 독일을 포함시키는 안건이 올라왔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 내에서 여러 논쟁을 거쳐 결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최종안에서 제외함으로써 없던 이야기가 되었다. 

2022년에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파이브 아이즈 가입 여부가 잠시 언급되었다. 프랭크 켄달 공군장관은 “그것은 공군 차원에서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며 최소한 국방부 수준에서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한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이전에도 이런 논의가 있었지만, 공군에서 진행할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2022년 5월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국제방송인 VOA는 “파이브 아이즈 동참 관련 제안을 받은 적 없으며, 구체 사항을 검토한 바 없다”는 한국 외교부 당국자의 말을 전한 바 있다.

[검증결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발언한 “한미 양국이 정보 동맹”이란 말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은 최근까지 우리나라에 미국의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가입을 제안한 적 없다.

※ 참고자료

미 하원 군사위원회- 2022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개정안

미국의 소리 VOA

로버트김 후원회

월간조선 백동일 대령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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