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출된 문서에 대한 CNN 뉴스 갈무리, 출처-CNN 유튜브]
[사진-유출된 문서에 대한 CNN 뉴스 갈무리, 출처-CNN 유튜브]

[이코리아] 미국의 도감청 의혹이 한국은 물론 세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타인의 통화나 정보를 빼내어 ‘도둑처럼 훔쳐 듣는다’는 뜻의 ‘도청(盜聽)’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이코리아>는 미국의 도청의 역사에 대해 살펴봤다.

미국은 2차대전 당시에도 중요통신을 도청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1993년 비밀 해제된 ‘마법의 가로채기(Magic Intercept)’라고 불리는 미국정부의 문서는 당시 미국첩보원들이 적국과 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중요 전신을 가로챘음을 보여준다. 이 문서엔 일본이 항복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이 알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로시마 원폭투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포함돼 있다. 

90년대 들어 디지털 방식으로 교환기가 바뀌면서 도청은 더 쉬워졌다. 디지털 신호는 손쉽게 증폭과 변조가 가능해서 중간에 정보를 빼내더라도 들킬 염려가 적기 때문이다. 통화기록장치를 가동시키면 특정 인물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내용의 전화를 걸었는지도 파악이 가능하다.

다수의 정보를 채집하는 일도 쉬워졌다. 마음만 먹으면 컴퓨터 조작만으로 일반인의 통화기록과 내용을 빼내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는 자국 내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통화내역과 관련정보를 수집했다. 

2013년에 일어난 NSA 기밀자료 폭로사건은 NSA의 계약요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가디언과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전 세계 일반인들의 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정보 등의 개인정보를 NSA가 무차별적으로 수집, 사찰해온 사실을 폭로한 내부고발 사건이다.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이 미국 주재 각국 대사관 뿐 아니라 유럽연합 본부 및 35개국 정상들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메르켈 독일 총리를 포함한 해당 국가의 정상들은 거세게 항의하며 외교 문제로 번졌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도청에 대해 사과하며 동맹국 정상의 도·감청 중단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도청은 중단되지 않았다. 덴마크 공영 라디오 DR은 NSA가 2012∼2014년 덴마크 국방정보국(FE)과 손잡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고위 정관계 인사들을 도청했다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해명을 촉구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청와대 등 한국 주요시설 도청은 밝혀진 것만 3차례에 달한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6년, 워싱턴포스트지는 ‘1970년 미 정보기관이 전자도청 녹음기 등을 이용하여 청와대에서 미국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 활동 관련 회의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무총리와 외무부 장관은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조속한 공개 해명을 촉구했다.

1977년엔 뉴욕타임스가 청와대 도청이 1970년이 아닌 1975년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폭로했다. 정부는 미국 정부가 도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문서로 밝힐 것을 요구하는 항의각서를 전달했다. 이번에는 두 달 뒤 터너 CIA국장이 직접 청와대 도청에 관한 보도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해명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1978년 4월 3일 전 주한 미국대사였던 포터가 CBS방송에 출연하여 1967년 이전에는 도청했으나, 자신이 그만두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1967년 이전부터 우리나라를 도청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정부는 미국 정부에 도청이 사실이라면 이는 주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당시 미국 카터 대통령은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서한을 보내와 청와대를 도청한 사실이 없음을 거듭 해명하고 전직 공직자의 발언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누를 끼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2013년 뉴욕타임스는 NSA가 청와대를 도청한 사실을 폭로했다. 도청 시기는 노무현 정권 말기부터 이명박 정권 초기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자회담, 전시작전권 문제 등으로 한미관계가 매우 민감했던 시절이었다. 이때도 정부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다.

미국의 용산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사실이면 명백한 주권침해 행위인만큼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대다수 안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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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감청 #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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