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7일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 방안과 관련해 SNS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40년 지기 친구로 알려진 석 처장은 검사 출신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차관급인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민주평통은 평화통일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 자문기구다.

석 처장은 “국가가 함부로 국민 개개인의 청구권리를 박탈한다는 뜻이 아니라 더 큰 이익을 위해 국민 개개인의 청구권 행사를 금하는 대신에 국가가 보상해준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일”이라며 “일본에게 반성이나 사죄 요구도 이제 좀 그만하자! 식민지배 받은 나라 중에 지금도 사죄나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이코리아>는 석 처장의 말처럼 과거 제국주의 시절 식민 지배를 받은 나라 중 배상을 요구하는 나라가 한국뿐인지 팩트체크했다.

식민지배 시절 입은 피해에 대해 배상금을 받은 나라가 있다. 바로 케냐다. 영국이 케냐를 무력지배 하는 가운데 시민들의 저항이 일어난다. 1952년 ‘마우마우 봉기’다. ‘마우마우’는 케냐의 무장 독립운동을 이끈 단체로, 당시 영국은 군대를 투입해 마우마우 관련자는 물론 그 주축을 이루는 키쿠유족을 학살했다. 

케냐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영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무력 개입한 1952년 이후 10년 동안 9만여 명의 케냐인이 영국 군대에 의해 숨졌고, 16만 여명을 수용시설에 감금하고 고문까지 자행했다. 

‘마우마우 피해자 조사’에 관한 논의는 1963년 독립한 케냐의 마우마우 지도자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모 케냐타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곧이어 이어진 독재 정권으로 인해 ‘과거사 배상’ 문제는 잊히는 듯 했다.

그러나 2009년, 70~80대가 된 마우마우 관련자 5명이 개인 자격으로 영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피해 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른 국면이 펼쳐졌다. 소송이 제기됐을 때 영국 정부는 “상호 협의 아래 임시정부를 거쳐 식민통치권을 이양한 만큼 과거사에 대한 책임은 케냐 정부에 있고, 관련 사건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한 영국의 태도에 케냐 국가인권위는 피해 배상과 사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영국 정부에 발송했고, 유엔 특별조사관은 데이비드 카메론 당시 영국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피해자 배상을 촉구했다.

영국 정부는 결국 대영제국 시절의 영국 정부 문서를 공개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공개된 문서에는 케냐의 마우마우 관련자를 처형·감금·고문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가혹행위가 사실로 드러나자 2012년 영국 고등법원은 소송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영국 정부의 주장을 기각하고, 마우마우 관련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결국 영국 정부는 무력진압과 가혹행위를 사과하고 피해자 5000여명에게 1990만 파운드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영국이 식민주의 피해자들에게 배상한 첫 사례였다. 2019년엔 키프로스 고문 피해자들에게도 100만 파운드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그 밖에 유럽 여러 나라에 의해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이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2022년 뉴욕타임스는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은 개별적으로 피해 금액을 산출해 배상을 청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자메이카를 방문한 영국의 윌리엄 왕자는 방문 기간 동안 노예제도와 왕실의 연관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포함, 식민통치에 대한 배상 요구에 직면해야 했다. 자메이카는 17세기부터 1962년 독립 때까지 300여 년간 자국을 식민 지배했던 영국에 106억달러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영국이 자메이카 노예 소유주들에게 지급한 수수료에 해당하는 액수다. 자메이카 측은 이를 자신들의 조상을 착취한 최소한의 몸값이라고 말한다.

부룬디는 2020년부터 독일과 벨기에에 총 430억 달러를 청구하며 두 나라에 1899∼1962년에 훔쳐 간 문화재와 유물도 반환하라고 말했다. 벨기에가 식민 지배 동안 부룬디를 세 부족으로 분류해 오늘날 정쟁의 씨앗을 뿌린 것과 수십 년에 걸친 강제노동, 식민주의 폭력을 경제적 비용으로 산출한 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도 1885년부터 1960년까지 75년간 식민 지배한 벨기에에 피해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레오폴드 2세 국왕이 식민 지배 당시 원주민을 강제 노동에 동원하고, 노역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팔과 다리를 잘라 천만 명 이상을 불구로 만들었다. 학자들은 벨기에의 지배를 받던 20년간 콩고 인구의 절반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리브해 15국으로 구성된 ‘카리브공동체’(CARICOM)는 유럽 국가들에게 500억 달러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청산할 ‘유산’에는 노예해방 뒤에도 계속되고 있는 고질적인 가난과 경제적 정체도 포함된다. CARICOM 식민 피해 배상위원회 베클스 위원장은 “500억 달러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유럽 주요국이 카리브해 국가들에게 200년 동안의 강제 무임노동으로 진 빚은 7조 파운드”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검증결과 

석동현 처장의 "식민지배 받은 나라 중에 지금도 사죄나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 있나"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들 중 상당수가  아직도  배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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