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통합정비사업예시-대규모블럭(상), 역세권(하), 출처-국토부]
[사진- 통합정비사업예시-대규모블럭(상), 역세권(하), 출처-국토부]

[이코리아] 정부가 1기 신도시 등 20년 이상 된 노후계획도시를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여 안전진단을 완화하고 용적률을 높여주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추진 중이다. 

특별법이 정부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은 200% 전후인데, 용적률을 500%로 올린다면 ‘닭장 아파트’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현재의 도로나 전기, 수도 등도 포화상태라 결국 용적률을 높여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은 제반시설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노후된 도시를 정비하는 과정은 더 높은 건물을 짓는 것 뿐 일까. <이코리아>는 도시의 재생사업을 ‘건축’의 문제에서 벗어나 ‘도시’의 문제로 바라보고 진행 중인 프랑스 미라마시를 살펴봤다. 

'그랑 앙상블(Grands Ensembles')은 전후 도시 복구문제와 베이비붐 세대로 급격히 늘어난 인구에 따른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의 주요 도시 외곽에 건설되었다. 그러나 이 단지들은 특정 사회계층의 밀집과 외부 도시공간과 단절 같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공식적으로 건설이 중단되고 만다. 

프랑스의 실패한 대형 주거단지인 그랑 앙상블은 주거환경 개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도시계획의 방향성을 재검토하게 하는 초석이 되었다.

프랑스는 2003년 ‘도시혁신국립기관(ANRU)’를 설립해 전반적인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지시·감독 총괄토록 하였다. 특히, 2014년부터 2030년까지 ‘신도시재생국가계획(NPNRU)’을 통해 450개 지역에 지역의 사회적 통합을 목표로 더욱 포괄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마유1(Maille 1)과 멕퀴흐(Merure) 지역, 출처-미라마 시청 누리집]
[사진-마유1(Maille 1)과 멕퀴흐(Merure) 지역, 출처-미라마 시청 누리집]

프랑스의 남부 도시 ‘미라마(Miramas)’는 마유1(Maille 1)과 멕퀴흐(Merure)지역의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사회학자 그룹 아데우스(Adeus)를 총괄팀으로 임명했다. 아데우스는 지역의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주민들의 사회적 환경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도시재생사업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삶의 질 향상부터 주민들의 교육, 직업활동, 건강, 복지와 같은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들을 바탕으로 한 도시공간의 변화를 추구한다.

총괄팀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0여번의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해 진단-전망-계획-설계라는 4단계를 거쳐 주민들이 겪는 일상의 문제와 요구를 구체화했다. 이는 낙후된 주택문제와 녹지가 부족한 지역 내 공공장소 뿐 아니라 교통순환, 교육·복지 등을 위한 공공인프라 구축, 직업활동 장려와 지역 경제력 향상까지 논의하게 하였다. 

최근엔 도시 재정비 팀을 공모하며 '건축·조경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 보건문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팀을 구성해야 하며 ‘트랜지셔널 어바니즘(Transitional Urbanism)’을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은 도시계획 사업을 확정하기 전, 해당 지역에 가장 적합한 사업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단계다. 주민 참여를 통한 소규모 이벤트와 시설물 설치 활동이 대표적이며, 프로젝트 진행 결과에 따라 도시계획의 발전 또는 수정 방향을 제시한다. 

마유1-멕퀴흐 재생사업은 마을 규모의 공동체를 형성하며 마을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한편 지역의 전체적인 연결성과 순환성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추민아 공간 디자이너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회적 환경을 바꾸다’란 글에서 “마유1-멕퀴흐 재생사업은 도시를 물리적 구조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공존하는 사회적 공간으로 이해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하며, “오늘날 도시의 규모와 구조가 복잡한 만큼 그에 대한 접근 또한 다각화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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