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OECD 2021년 남녀임금격차 비교 그래프, 출처-OECD]
[사진-OECD 2021년 남녀임금격차 비교 그래프, 출처-OECD]

[이코리아] 정부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고용 단계별·항목별 성비를 공시하는 성별근로공시제는 올해 공공부문부터 시범 운영해 민간으로의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 <이코리아>는 ‘성별근로공시제’에 대해 알아보고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와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1996년 OECD 가입 이래 우리나라가 26년째 1위를 독주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남녀 성별 임금 격차’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2021년 기준 성별 임금 격차’ 조사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문제는 종사하는 직무가 달라 임금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직무‧직종‧직장이 같은 남녀 간에 임금 격차가 난다는 게 각종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국 15개국 중 직종‧직무‧사업장별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편에 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알면서도 교정하고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성 불평등이 저출산 등의 각종 사회문제와 관련이 깊다며 이를 위해 고용격차 완화와 육아 부담에 따른 여성 경력단절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28일 ‘저출산·고령화 종합대책’에서 공공부문부터 ‘성별근로공시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성별근로공시제는 각 기업이 직원 채용-근로-퇴사 단계까지 중요 항목에 대해 성별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채용 단계에서는 서류 합격자부터 최종 합격자까지 성비를 공시하고, 근로 단계에서는 부서별·승진자·육아휴직 사용자 성비를 공개한다는 게 성별근로공시제의 골자다. 퇴직 단계에서는 해고자·조기 퇴직자·정년 은퇴자 성비를 공시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의 경우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과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성별정보를 포함하여 임원진의 연봉, 직원평균 보수, 신규채용 및 유연근무현황, 임직원수, 임직원 채용정보, 수입지출 현황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공시제도는 그 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성별 고용, 임금 현황 이외에 직종·직급·직무별 고용현황, 임금액 및 비율 등 임금체계와 수준, 임금의 산정방식, 임금 구성요소 등에 관하여 알 수 없어 완전한 의미에서 성별정보의 공개라고 할 수 없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의해 상장회사는 사업보고서에 임직원 현황과 등기임원의 임금, 직원의 평균임금도 포함하여 공시하고 있지만, 이는 상장회사 임원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기업 전체의 세부적인 성별 현황, 여성의 비율, 임금의 수준, 제도의 수준 등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객관적이고 설명 가능한 차이들을 고려하면서 성별간의 드러나는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기반으로 하는 성별 공시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스웨덴과 독일의 정책에서 그 모범 답안을 찾을 수 있다.

스웨덴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여성고용률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 여성이 경력단절 없이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가정양립정책, 공보육시스템 마련,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이 마련되어 있다. 스웨덴의 남녀 고용률은 70%에서 형성되고 있다. 남녀의 고용격차도 4%내외로 OECD국가 중에서도 격차가 작은 국가에 속한다. 남성이나 여성 모두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여성의 경력단절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스웨덴은 통계청에서 해마다 평균임금과 성별 임금 차이를 공표하고 있다. 남녀 간의 임금차이에 대해서도 그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원인, 결과,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노동생애에서 소득의 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기업 ‘임금감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994년 「차별금지법」에 ‘동일임금 및 동일임금 조사를 강제하는 규칙’이 신설되었으며, 이 조치는 계속 강화되었다. 

규칙에 따르면 모든 차별의 근거와 관련하여 임금 설정 및 부가혜택, 보너스 등에 대해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를 조사하고 사용주와 노동조합은 매년 남녀 노동자들의 임금이 법률과 기준관행 등을 따르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여 분석해야 한다. 

임금감사제도는 10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며 사용주는 감사결과를 문서화하고 보관해야하며,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지만 노동자가 평등임금과 관련하여 고충을 제기할 경우, 평등기구나 노동조합에 사용주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임금감사에 대해 ‘평등감사관’을 도입하여 사용주가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감독하며 임금조사를 정확히 수행했는지 이를 문서화 하고 있는지를 감사하고 있다. 만일 사용주가 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독일도 여성고용률이 높은 나라다. 독일의 여성 고용률은 2010년 66.9%이후로 계속해서 상승하여 2021년 72.2%를 나타내고 있다. 전체 임금격차는 2011년 11%에서 「임금투명화법」이 시행된 2018년 이후부터 20% 아래로 하락하고 있다.   

독일은 2017년 「임금투명화법」을 제정하여, 200명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독일기업은 성별에 따른 동료 직원의 평균 근로조건 정보(월급, 연봉, 복지혜택, 식비, 교통비 등)를 제공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기업은 평균 임금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동일하거나 동등한 작업을 수행할 시 임금의 구성요소 및 임금 수준과 관련하여 성별에 따른 직간접적인 차별의 금지를 법조문에 명시하고 있다.

전윤정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조사관은 ‘성별공시제도 도입을 위한 과제’에서 “주요 국가에서는 방식과 수준은 다르지만 고용과 임금의 불공정성과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정책적 개입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며, “'성별공시제도'의 도입은 임금공개에 대한 막연한 반감, 동료 간의 위화감 등의 문제를 넘어, 우리사회가 당면한 공정성과 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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