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된 ESG 관련 주요 상장지수펀드(ETF)의 지난해(1월 3일~12월 29일) 수익률.
국내 상장된 ESG 관련 주요 상장지수펀드(ETF)의 지난해(1월 3일~12월 29일) 수익률.

[이코리아] 증시 침체로 인해 지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하락 전환했다. 하지만 코스피·코스닥에 비해 ESG ETF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위기에 잘 견디는 모습을 보였다.

<이코리아>는 ‘KODEX 200ESG’, ‘ARIRANG ESG가치주액티브’ 등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ESG 관련 ETF 32개를 분석했다. 32개 ETF의 지난해(1월 3일~12월 29일) 수익률의 단순 평균은 –17.53%였으며,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ETF는 단 3개에 불과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강력한 통화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코로나’ 등 글로벌 악재로 증시가 침체하면서 꾸준히 성장해왔던 ESG ETF도 하락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 증시의 하락폭과 비교하면 ESG ETF의 방어 효과가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증시 개장일인 1월 3일 2988.77에서 마지막 날인 12월 29일 2236.40로 752.37포인트(-25.2%) 하락했으며, 코스닥 또한 같은 기간 1,037.83에서 679.29로 358.54포인트(-34.5%) 하락했다. ESG ETF의 수익률과 코스피·코스닥 전체 수익률 사이에는 약 8~17%포인트의 격차가 있었다.  보이며 앞서나간 셈이다. 32개 ETF 중 코스피보다 수익률이 낮았던 것은 11개였으며, 코스닥보다 낮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ESG ETF 중에서도 대형주만 골라 담아 ‘무늬만 ESG’인 ETF와 그렇지 않은 ETF 간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ESG 관련 ETF 32개를 수익률 순으로 줄 세우자, 상위권은 대부분 해외 재생에너지 기업이나 탄소배출권에 투자한 ETF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장된 ESG ETF 중 지난 한 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미국의 S&P글로벌클린에너지 지수를 추종하는 ‘KBSTAR 글로벌클린에너지S&P’(2.37%)였다. ‘KBSTAR 글로벌클린에너지S&P’의 포트폴리오는 미국의 대표적인 ESG ETF인 아이셰어글로벌클린에너지 ETF, 미국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 엔페이즈 에너지, 덴마크 풍력터빈 제조업체 베스타스 윈드 시스템, 세계 2위 재생에너지 기업이자 스페인 최대 전력기업인 이베르드롤라 등으로 구성돼있다. 

지난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ESG ETF 중 남은 두 가지는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 등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을 추종하는 ETF였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이 현실화되면서 탄소배출권 ETF도 상승세를 탔기 때문. 이 밖에도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 등 탄소배출권 관련 ETF가 수익률 상위 5개 중 4개를 차지했다. 

반면 수익률 하위권은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으로 구성된 ETF가 차지했다. 32개 ESG 관련 ETF 중 지난해 수익률이 가장 낮은 것은 ‘ACE ESG액티브’(-30.69%)였는데, 해당 ETF는 삼성전자(18.44%), LG화학(11.90%), SK하이닉스(8.26%), 네이버(6.78%), KB금융(6.21%) 등 대형주로 구성돼있다.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29.55%), ‘ACE 친환경자동차밸류체인액티브’(-29.46%), ‘ARIRANG ESG성장주액티브’(-28.67%), ‘KBSTAR ESG사회책임투자’(-26.24%) 등 수익률이 낮은 다른 ETF도 대부분 시총 상위권의 대형주를 골라담았다. 

이처럼 이름에 ESG만 들어있을 뿐인 ETF들은 지난해 낙폭이 컸던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만큼, 재생에너지나 탄소배출권 등 ESG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기업에 투자한 ETF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 펀드와 뚜렷한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 ESG ETF의 수익률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투자자들도 ‘위장 ESG’ ETF를 판별하기 위해 신중한 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ESG 펀드를 표방하지만, 내용상 그러하지 않을 때 이에 대한 행정 제재 방안이 없기 때문에 의도적인 그린워싱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펀드가 추구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특성에 적합한 준거지수를 채택하고 지수 산출의 원리와 방법론에 관한 설명을 지적재산권 보호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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