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출처-뉴시스]
[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출처-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정치 양극화의 해법으로 제안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 개정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서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관련 논의를 공식화했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 선거구 안에서 2~3명의 대표를 뽑는 제도다. 청년·여성·장애인 등 다양한 의사가 대변될 수 있고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오히려 거대 양당 체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기록한 의원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다. 중·대선거구로 선거구제도를 개정하려면 법정기한인 총선 1년 전인 2023년 4월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야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앞으로 정개특위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한하고 그것을 본회의를 통해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 회부해서 3월 중순까지는 내년 시행할 총선 선거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오는 9~10일 정치관계법심사소위원회를 열고, 2월에는 전국을 돌며 공청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의견은 분분하다. 여·야 할 것 없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다양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KBS라디오에 나와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지금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에 결사반대를 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또 “영호남 갈등이 중대선거구 한다고 해서 해소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대선거구를 해도 호남에서 또 민주당이 다 돼버리고 영남에서 국민의힘이 다 돼버리면 똑같은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에, 윤석열 대통령에 날을 세우던 유승민 전 국회의원은 SNS를 통해 적극 환영의 의사를 표했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우리 정치가 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여야가 기득권을 버리고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은 내부적으로 의견이 나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점으로는 소수자들 진입이 가능하고 신인 진출이 용이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득권, 소위 유명하고 경제력이 큰 사람들만의 장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런 장단점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당내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일 ‘중대선거구제 개편론’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보면 (소선거구제보다) 중대선거구제 폐해가 더 크다는 것이 현재까지 증명된바”라며 “여전히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를 통해 소수 정당 진출과 비례성을 맞추는 것이 제도 정합성과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감안할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대선거구제는 사실상 거대 정당들이 ‘나눠 먹기’를 하기 훨씬 편리한 제도”라며 이같이 말하며 “대통령제 하에서는 소선거구제가,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제와 어울리는 측면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소선거구제가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중·대선거구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과거 1973~87년 사이 군사 정권에서 야당을 견제하는 장치로 중선거구제를 사용해 안정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가 1987년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다시 소선거구제로 환원된 바 있다. 2006년부터는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부터 기초의원 선거에 한해 선거제도를 소선거구제에서 중선거구제로 전환했다. 최근엔 2022년 6월 지방선거 시·군·구 기초의원 선거 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했다. 

실제 2022년에 치뤄진 6·1 지방선거에 3∼5인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하기로 한 전국 30개 기초의원 지역구(국회의원 지역구 기준 11곳) 중 12곳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제외한 제3당 출마자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제3당 후보가 출마하지 못한 배경으로 거대양당에 비해 군소정당의 인력풀이 협소하다는 한계와 당선 가능성에 대한 고려를 꼽았다. 중대선거구제가 거대 정당으로 양분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나라에선 어떤 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소선거구제는 영연방 계열의 국가들이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영국이며 캐나다 등 45개국이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은 1928년 중의원 선거부터 1993년 선거까지 정수가 2~5인 중선거구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중선거구제가 계파 갈등과 부정부패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1996년 중의원 선거부터 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로 전환되었다. 

지방의회 선거의 경우 소선거구와 함께 중선거구제를 적용하고 있는 곳도 있으며, 참의원 선거는 인구가 많은 선거구에 한해 대선거구제가 시행되고 있다. 지방의회의 경우, 시 전체가 하나의 선거구가 되어 수십 명이 같은 선거구에서 한꺼번에 당선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그러한 이유로 정치 신인이나 시민단체에서 적극 지방의회선거에 나가 당선되기도 한다. 

대만은 1948년 첫 선거를 중선거구제를 적용한 이래 2004년 입법원 총선거 때까지 중선거구제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2008년 의원수를 절반으로 축소함과 동시에 소선거구제로 전환했다. 다만, 대만 원주민 유권자끼리 치르는 대만 원주민 대표 의원을 선출할 때는 아직도 중선거구제를 채택한다.

2018년 지방선거부터 각 향진시구를 단위로 하는 대선거구제로 전환되었다. 인구 과소지역은 1명짜리 소선거구제를 시행하지만, 최대 선거구는 16명까지 뽑는다. 각 정당은 선거구 정수의 절반까지만 후보 공천이 가능해 특정 정당의 의회 독점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소선거구제와 중선거구제를 혼합해서 채택하고 있으나, 중선거구에서 후보 개개인이 아니라 정당에 투표하며, 1위를 기록한 정당이 해당 선거구의 의석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중선거구제와는 차이가 있다. 

그밖에 아르헨티나는 상원에 한해서 주요 선거구에 중선거구제가 적용되고, 브라질은 하원선거에서 비례대표제와 함께 중선거구제가 적용된다. 스웨덴에서는 전체적으론 비례대표제이나, 지역구 의원을 최소 2인에서 최대 44인까지 대선거구제로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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