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국민의힘 김상훈의원, 출처-뉴시스]
[사진- 국민의힘 김상훈의원,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인 김상훈 위원이 MBC에 광고를 주면 안 된다고 대기업들을 압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협회와 시민단체 등은 여당이 노골적으로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지도부 공개회의에서 “MBC는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에 악의적인 보도와 의도적인 비난으로 뉴스를 채우지만, 유력 대기업 광고로 도배돼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MBC 광고기업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 서명한 사람들이 33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라며 “이분들은 사회적 기업이자 국민기업인 삼성 등이 MBC에 광고를 제공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하고 이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말한다.”라고 했다. 덧붙여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MBC와 광고주들은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회의를 주재한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당의 공식 입장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피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광고 중단을 하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닫았다. 

파문이 커지고 있지만, 국민의힘에서 MBC에 대한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18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MBC의 고위급 인사 중 민노총 출신 아닌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그렇기에 MBC는 민노총에 의해서 운영되는 노영방송이다. 그리고 민주당을 위한 방송이다.”라고 발언했다. 

다만, MBC 광고 불매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모든 의원의 의견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MBC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광고 불매운동은 언론 탄압의 쌍둥이 거울”이라며 “헌법을 수호하는 의무를 지닌 국회의원이 특정 기업 이름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을 협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한다고 노골적으로 광고주들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행위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꿈꾼다는 자기 고백이자 징표”라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줄 것을 촉구했다.

야당은 “용납할 수 없는 언론 탄압”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비판적인 언론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고는 비단 MBC만을 향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고,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보도록 만들겠다는 것입니다.”라며 유신 시대, 5공 시절에나 가능했던 관제 언론을 부활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언론협회와 시민단체들도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기자협회는 17일 성명서에서 “김상훈 위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당장 비대위원을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또 “정권의 눈 밖에 나면 어느 언론사든 가만두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나 마찬가지다. 기자협회는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정권의 탄압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7일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방송통신위원회 압박, KBS 무차별 감사, MBC 세무조사 및 520억 추징, TBS 조례 폐지, YTN 매각 추진 등 동시다발로 공영방송 말살을 위한 칼춤을 추더니 광고주까지 겁박하고 나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정희 정권이 벌인 동아일보 백지 광고 탄압사태를 기억하라. 희대의 광고 탄압은 1만 건에 달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 광고로 역풍을 맞았고, 4년 후 유신 독재는 스스로 무너지며 막을 내렸다.”라고 경고했다.

정권의 광고를 무기로 한 언론 탄압은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1974년 일어난 박정희 정부의 ‘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태’가 있다. 이는 계약된 광고들이 모두 해약되어 광고면이 백지로 나갔기에 불리는 이름이다. 1974년 10월 동아일보 기자들은 ‘자유 언론 실천 선언’을 발표했고, 이는 군사정권의 압력으로 이어졌다. 결과는 대기업들이 광고 계약 취소였다. 

12월 26일부터 광고면이 백지가 되었고, 27일에는 동아일보의 호소문이 실렸다. 그러자, 28일부터 독자들의 개인 광고가 실리기 시작했다.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중앙정보부가 공권력을 발동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조직적으로 탄압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혀졌는데, 중앙정보부는 지난 1974년 동아일보와 계약한 광고주들을 불러 광고를 게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사회단체가 언론사의 광고를 불매 운동한 경우, 업무방해의 죄로 유죄를 선고당하기도 했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은 2008년 광우병과 관련해 왜곡 보도를 한다며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벌였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에 대해 2013년 대법원은 광고주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 중단을 압박한 행위는 광고주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으로서 위력에 해당한다며 광고 불매운동을 벌인 이들에게 업무방해죄 위반의 유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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