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태원 거리 인근에서 한 시민이 추모글을 작성하고 있다.출처-뉴시스]
[ 사진- 이태원 거리 인근에서 한 시민이 추모글을 작성하고 있다.출처-뉴시스]

[이코리아]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대형참사  때도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만큼 언론의 명단 공개는 문제가  될 것 없다는 주장과 희생자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 <이코리아>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민들레측이 언론사로서 재난보도 준칙을 지켰는지, 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 등 법적 문제는 없는지 따져봤다.

민들레 측은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이태원에서 158명의 생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명백한 ‘사회적 죽음’으로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려는 심정이었다.”라고 설명한다. 또,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의 극치에 의해 참사가 일어났다.”라며, “희생자들은 정부의 부재와 실종에 의해 죽었고, 참사 원인에 대한 무책임과 호도에 의해 두 번 죽고 있다.”라고 했다.

앞서 15일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며 이들 매체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김건희 여사의 팬 카페 ‘건사랑’과 보수단체 ‘새희망결사단’ 등도 같은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장을 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15일 “희생자 전체 명단은 공무원이 아니면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라며 이를 제공한 것으로 추측되는 공무원을 수사해달라고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민들레 측은 유족들의 동의 여부에 대해서 "유가족협의회가 구성되지 않았고, 개별적으로 연락, 접촉하는 것은 오히려 실정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사정도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 탐사’에 대한 고발 사건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수사를 개시했다고 16일 밝혔다.

정부는 유족들의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15일 개인정보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는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이기에 사망자의 정보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망자에 관한 정보라도 유족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정보는 유족의 개인정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해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가족의 동의조차 완전히 구하지 않고 공개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희생자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대응 태스크포스(TF)’도 희생자 유가족의 진정한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하거나 명단을 공개하려는 것에 깊은 우려하며 철회를 요청했다. 

TF는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 행위와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 및 배상의 권리에 관한 기본 원칙과 가이드라인’은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하며 언론과 시민들의 희생자 유가족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존중을 요구했다.

법조계에서는 민들레와 더 탐사가 형사처분 받을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이 많다. 

동국대 법학과 김상겸 교수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개인정보 침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름만 가지고는 누군지 알 수 없으니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하면서 “개인정보의 침해를 받지 않았으니 법리상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전교조 명단공개사건’ 때의 명단 공개가 금지된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자명예훼손은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해야 성립하기 때문에 민들레와 더 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여론은 법리적 판단을 떠나 유족의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사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매체에 대해 설문조사, 출처-옥소폴리틱스]
[사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매체에 대해 설문조사, 출처-옥소폴리틱스]

20만명 회원을 보유한 정치 데이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매체에 대해 설문조사(응답자 565명)를 진행한 결과, 반대가 71.5%로 대부분 유가족의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많았다. 찬성은 18.4%, 중립은 10.1%였다.

반대 의사를 밝힌 누리꾼들은 대부분 ‘이태원에 왜 갔냐’며 부정적 인식을 내비치는 대중도 많은 상황에서 명단공개를 한 것에 대해 유가족이 받을 피해를 걱정하는 의견이 많았다. "언제나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의 의향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유가족이 원하지 않는 대중들의 관심은 지양해야 할 것같다."라고 말했다.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 참사 모두 명단공개 했고, 9.11테러 당시 모두 공개됐었다. 5.18 자유공원가면 희생자 명단 모두 새겨진 비석도 있다. 문제가 아닌걸 문제로 만드려는 것 같다.”고 말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시민언론의 표방하는 민들레가 재난 보도준칙을 지키고 있는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 보도준칙’을 마련한 바 있다. 재난 보도준칙 상 ‘재난 보도’는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재난보도준칙 제11조에 따르면 ‘피해 규모나 피해자 명단, 사고 원인과 수사 상황 등 중요한 정보에 관한 보도는 책임 있는 재난관리 당국이나 관련 기관의 공식발표에 따르되 공식발표의 진위와 정확성에 대해서도 최대한 검증해야 한다.

공식발표가 늦어지거나 발표 내용이 의심스러울 때는 자체적으로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되 정확성과 객관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자체 취재임을 밝혀야 한다.’라고 공적 정보의 취급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적 정보라도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을 때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제18조에 따르면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 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제19조에선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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