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회 본회의장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출처-뉴시스]
[사진-국회 본회의장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출처-뉴시스]

[이코리아]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 법으로  보장된 본회의 발언 시간은 얼마나 될까.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2020년 12월 총 12시간 47분 동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입법에 반대하는 발언으로 국회의 필리버스터 국내 최장 기록을 세웠다.

필리버스터란 본회의 심의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제도로, 국회법에 명시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뜻한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찬성이 있으면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고, 1인당 1회에 한해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중단 결의가 없는 한 회기 종료 때까지 토론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효율적인 회의 진행과 발언 기회의 공정한 배분을 위해서 의원의 발언 시간이나 발언 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른 주요국의 경우 원내 정당 간 발언 시간의 배분 방식이나 개별 의원의 발언 시간제한 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자. 

국회입법조사처는 15일 ‘의원의 본회의 발언 시간에 대한 제한’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 국회와 주요국 의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총 발언 시간을 정하고, 교섭단체별 의석비율에 따라서 할당한다.”라고 설명한다.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발언자 수와 시간을 정하여 의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발언을 원하는 의원은 미리 의장에게 통지하여 허가를 받아야 하며, 논의 중인 의제와 무관하거나 허가받지 않은 발언은 금지된다. 또, 같은 의제에 대해서는 두 차례만 발언할 수 있다. 의장은 발언 시간이 초과할 경우 의사 정리권에 근거해 발언의 중지를 명할 수 있다. 

의원의 발언 시간은 일반적인 제안설명이나 심사보고의 경우 외에 발언 종류에 따라 제한된다. 의원의 일반적인 발언은 15분, 의사진행발언·신상 발언·보충 발언은 5분, 다른 의원의 발언에 대한 반론 발언은 3분을 초과할 수 없다. 대정부질문은 20분,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40분의 발언 시간제한이 있다. 그러나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찬성이 있으면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회처럼 본회의 총 발언 시간의 배분에서 원내 정당 간의 협의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례로는 프랑스를 들 수 있다.

보고서는 “프랑스에서도 법안심사를 위한 발언권 신청은 교섭단체 대표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의장은 사전 제출된 발언신청 목록에 기반하여 순서를 정한다.”라고 말한다. 의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법안심의의 경우에는 의장 직권으로 시간을 더 줄 수 있다. 

프랑스 하원에서는 본회의 의사운영 사항과 발언 시간은 의장단 회의에서 결정된다. 의장단 회의는 사전에 법안심사를 위한 최대 허용시간을 결정하고, 교섭단체별로 총 발언 시간을 배분한다. 교섭단체 별로 할당된 발언 시간을 다 쓰고 나면, 더는 발언할 수 없다.

일반적인 법안심의의 경우 교섭단체별로 1인의 의원이 5분간 발언할 수 있다. 다만 1개월 중 하루 배정되는 야당안 심사일에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속한 야당 소속의원은 10분간 발언할 수 있다.

의사진행발언은 2분을 초과할 수 없으며, 법안의 마지막 조항에 투표한 의원은 자신의 표결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서 2분간 발언할 수 있다. 의결에 대한 발언은 교섭단체별 전체시간에서 차감되지 않는다.

보고서는 “미국의 하원의원은 435명으로, 효율적인 의사 진행을 위해 모든 의원은 의장의 허가를 받아 발언할 수 있다. 본회의 발언은 1시간을 벗어날 수 없으며, 논의 중인 의제를 벗어나는 발언이나 모욕적인 발언은 금지된다.”라고 설명한다. 단, 비 논쟁적인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기 위해 만든 규칙정지(suspension of rules) 절차 시, 40분의 토론만 허용되며, 토론시간은 찬성자와 반대자 간에 균등하게 배분된다. 

대부분 주요 법안은 특별규칙(special rule) 아래에서 심사되는데, 채택된 특별규칙의 종류에 따라서 토론시간과 수정안 허용 여부가 달라진다. 본회의에서 토론을 원하는 의원은 소속 정당의 본회의 간사에게 사전에 발언신청을 하거나, 본회의 토론 중에도 의장에게 발언신청을 할 수 있다. 본회의를 전원위원회로 전환하여 법안을 심의할 경우 개별 의원의 발언은 ‘5분 규칙’의 적용을 받는다.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의원의 발언 시간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지만, 의원의 발언은 논의 중인 의제와 관련 있어야 하며, 동일 의원과 동일 의제에 대한 질문이 3회를 넘을 수 없다는 제한을 두고 있다.”라고 말한다.

발언을 원하는 의원은 사전에 통고해야 하며, 사전통고가 없었을 경우, 기립하여 의장에게 신청해야 한다. 의사 일정에 상정된 안건에 관해서 토론하고자 하는 의원은 찬성 또는 반대의 뜻이 명확해야 하며, 의제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의사진행발언은 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보고서는 “국회와 주요국 의회들은 공통으로 본회의 의사 정리권을 갖는 의장에게 의제 외 발언이나 모욕적 발언 등을 중지시키고, 정해진 발언 시간을 초과하는 의원의 발언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프랑스 의회의 이런 규칙은 오랜 민주주의 경험에서 나온 산물이다. 이런 선진국 의회에서는 우리 국회처럼 육탄전이 벌어지지 않는다. 또 필리버스터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면 역풍을 맞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국회의원에게도 해당된다. 국회의원의 발언은 유권자를 대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권자는 간곳없고 돌격대로  변신하는 사례가 종종 목격된다. 민주화가 된지 30년,  이제 우리 국회도 변해야 한다. 소수당에게도 발언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효울적인 의사 진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정치인의 몫이지만 유권자의 혜안도 필요하다. 참된  정치인을 뽑아  국회로 보내야 이런 실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