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갈무리
출처=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갈무리

[이코리아] “1,400만 명 개인투자자, 우리나라 국민들은 피눈물이 나는 상황에 몰려있습니다. 공매도 세력들이 우리 증시를 과매도 상황으로 몰아가면서 국민의 자산손실은 물론 국부유출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3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1,400만명 개인주주를 절망에 빠트리고 건전한 자본시장을 좀먹는 공매도의 한시적 폐지에 관한 청원’ 내용의 일부다. 이 청원은 일주일 만에 약 2만여 명 가까이 동의를 얻으며 최다동의 2위에 올라있다. 이 청원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해당 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된다.

청원인 박 씨는 “본 청원은 우리 증시를 글로벌 증시 대비 과도하게 하락한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폐지하기 위함”이라며 “공매도의 전체인 주식의 차입방식에서 개인투자자가 외국인/기관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 있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폐지하기 위함”이 청원의 취지라고 밝혔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나중에 시장에서 사서 갚는 매매 기법을 말한다. 주로 큰 자금을 움직이는 기관이나 법인이 공매도를 활용하고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해 왔다. 현재 공매도는 지난해 5월 이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부분 재개된 상태다. 

청원인은 “과거에는 기업들이 코스피200과 코스피150에 편입되면 수급개선 기대감에 호재로 받아들였지만, 현재는 공매도세력들의 타깃으로 전락하면서 편입된 기업들이 지수 대비 큰 폭으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렇기에 개인들은 국내 증시의 급락 배경을 지나친 공매도에서 찾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공매도는 주가 거품 방지 등의 순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주가하락을 가속화하고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역기능 측면이 훨씬 강하기만 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현재 개인이 공매도를 할 경우 담보비율이 140%, 상환기간 3개월인 반면 외국인과 기관의 담보비율은 105%에 불과하고 상환기간은 무기한 연장돼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그렇기에 국내 공매도 시장은 줄곧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수차례 지적받고 있지만, 제도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분명 공매도는 선진 자본시장에서 더욱 활발히 운영되는 매매기법으로 여러 순기능이 있지만 어느 한 쪽이 공정하지 못한 조건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공매도의 역기능만 극대화되어 있는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이런 “공정”이 확보될 때까지 공매도는 한시적으로나마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청원 외에도 개미들의 공매도 금지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개인투자자 단체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 28일 정의정 대표 명의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우편물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키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8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93조6500억 원, 코스닥은 27조7490억 원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공매도 거래대금은 121조399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96조9178억 원)보다 25% 이상 늘어난 규모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만큼 증시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선 공매도 금지 카드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달 9월에 발표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금융산업 리스크 대응 방향’에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증시안정펀드의 매입을 확대하고 공매도를 금지하며, 최악의 경우 주가지수선물의 매도 포지션 한도의 설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금융당국도 공매도의 한시적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불안이 극대화돼 있는 상태에서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어떠한 시장안정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공매도 금지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7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외국도 필요하면 시장이 급변할 때 공매도 금지를 한다”며 “시장 상황을 봐서 필요하면 공매도뿐 아니라 증권시장 안정펀드도 활용해야 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이번에도 공매도가 금지된다면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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