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국회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출처=국회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이코리아] 직방 등 부동산 플랫폼 업체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 개정안을 놓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플랫폼 업체들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교란 행위 예방’과 ‘특정이익 단체 독점화’라는 명분이 대립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제2의 타다 금지법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4일 공인중개사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명 ‘직방금지법’이라고 알려진 해당 개정안은 약 11만여 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공인중개사 단체인 한공협을 법정단체로 인정하고, 앞으로 공인중개사가 개업하려면 한공협 회원으로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협회가 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까지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가 놓칠 수 있는 사기 등 무질서한 부동산 중개 행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앞서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중개사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시장 교란행위가 성행하고 있고 아직도 절반에 가까운 부동산 거래가 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되고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결코 공인중개사협회의 이익 실현을 위해 법정단체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법정 단체화가 됐다고 해서 그걸 강제한다든지 하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프롭테크 업체에서 법안을 ‘제2의 타다 금지법’, ‘직방 죽이기’라고 하지만 절대 아니다. 음지의 거래를 양지화시켜 오히려 플랫폼 업체들도 파이가 커져서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업체들은 개정안 중 협회가 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까지 할 수 있도록 한 대목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프롭테크 업계에서는 낮은 중개수수료 등 혁신 서비스가 교란 행위로 단속돼,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국내 376개 기업이 모인 한국프롭테크포럼은 법안 저지를 위해 공동 대응키로 하면서 법안 처리를 반대하는 국민청원도 진행 중이다. 

오는 11월 16일까지 진행되는 ‘시대를 역행하는 중개협회 의무가입 법안 발의 반대에 관한 청원’은 2일 기준 현재 9587명 동의를 받은 상태다. 이 청원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해당 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된다.

청원인은 법안에 대해 “협회 기득권의 이득 보호에만 치중된 편협하고 비상식적인 법안이다. 더 나아가 소비자들의 권리마저 침해할 소지가 다분히 농후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런 법안이 절대 입법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2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중개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체 50만 명 중 단지 11만 명만이 가입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전체 중개사를 대변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고, 이미 그동안 수많은 고소, 고발 등을 통해 프롭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의 혁신 노력을 방해, 신규 중개사의 시장 진입을 막으며, 기득권 보호에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단 하나의 법정단체를 지정하는 것은 헌법에서 정한 단체 설립 및 자유로운 활동의 보장이라는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공익적 목적이 불분명하고, 이해충돌 당사자가 있는 상태라면 협회 일원화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의무가입을 규정한 협회는 변호사협회, 변리사협회, 감정평가사협회, 건축사협회 등 네 곳이다. 이 중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은 지난 8월부터 시행돼 22년 만에 부활했는데 이 또한 위헌 논란이 지속돼 왔다.

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국민 편익 침해 및 서비스 다양성과 품질 저해는 물론, 물론 집단행동 강화로 혁신 기반 스타트업 및 기업 종사자들에 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프롭테크포럼 중심업체들이 별도의 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럼 중심으로 제휴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 옛날부터 이야기해오던 것”이라면서 “기존 중개사협회들이 시장의 청년중개사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있었고, 최근 한공협이 법정단체화할 움직임에 구체화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새로운 공인중개사협회 설립이나 그런 것은 파악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기득권 단체의 직간접적인 규제로 혁신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무경 의원은 이번 법안과 관련해 “직방과 같은 혁신 서비스 기업이 성장하는데 굉장히 제약 요인이 많다”며 “중소벤처기업부가 나서서 협단체들의 그림자 규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이영 중기부 장관은 “협단체들 신구 산업 간 갈등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직방금지법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나온 정부 입장으로, 향후 어떤 방식으로 중재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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