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는 국민정책참여플랫폼 ‘광화문1번가’ ‘국민생각함’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이코리아>는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서 소통을 돕기 위해, 플랫폼에서 토론하는 주제와 쟁점을 해설해 보도한다.

카페에서 음료를 담기 위한 일회용컵을 쌓아둔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카페에서 음료를 담기 위한 일회용컵을 쌓아둔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이 내달 17일까지 진행된다. 청원인 A씨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라며 이 같은 청원을 시작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순환경제 및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해 환경부가 추진한 제도다. 2020년 6월 자원재활용법 개정으로 도입 근거가 생겼고, 내달 10일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12월 1일로 연기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컵에 카페·패스트푸드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컵은 연간 28억 개에 달한다. 국민 1인당 1년에 56개씩 소비하는 셈이다. 이 중 23억 개 분량을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보증금제를 적용한다.

소비자의 경우 제도를 이용하기 편리하다. 음료를 구매한 곳이 아닌 매장에 일회용컵을 내도 보증금 300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소비자에게 이 같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매장에서 사용하는 컵의 규격을 통일하기도 했다. 컵이 같으면 보관 및 운반이 쉬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

문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처리와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먼저 매장은 보증금제 이행을 위해 일회용컵에 붙일 바코드라벨을 구매해야 하는데, 가격이 1장당 311원에서 317원이다. 일회용컵 음료 판매 시 소비자로부터 받는 보증금이 300원이므로, 매장은 차액인 한 잔이 팔릴 때마다 11원에서 17원을 손해본다.

하루 100잔을 판매한다면 최대 1700원에 그쳐 가맹점주도 감내할 수는 있는 수준이다. 이에 더 우려하는 부분은 돌려받은 일회용컵을 처리하는 일이다.

컵은 최소 1000개가 쌓여야 회수를 요청할 수 있다. 점주들은 요청부터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을 약 3일 정도로 예상한다. 그동안은 이물질 등 사용 흔적이 있는 컵을 매장에서 보관해야 하는데, 악취와 세균번식 등 위생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문제는 매출이 적은 매장에서 특히 심각할 수 있다. 하루 10잔을 판다면, 100일간 보관해야 하는 탓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이행 절차 자체도 버거운 이들도 있다. A씨는 “청년조차도 자원순환센터 가입부터 인증, 라벨 신청, 비용 납입, 수령 과정이 순탄치 않았는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점주들에게는 도저히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끝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여느 소상공인과 다름없는 개인사업자”라며 “하루 매출로 다음 날을 생활하는 이들도 있는데, 라벨 구매비용 몇천만 원을 보유하거나 일회용컵 처리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직영점들의 관점에서 시행한 잘못된 법”이라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현재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둘러싸고 환경부·환경단체와 갈등하고 있다. 환경부는 제도 이행에 따르는 점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유예기간 사이에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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