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차담회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차담회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언론은 역대 최소 득표차를 기록할 정도로 박빙의 승부였던 이번 대선에서 당락을 가른 핵심 요인이 무엇인지,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국정과제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역대 최소 득표차? 양극화된 한국 정치의 자화상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얻은 표는 1639만4815표(48.56%)로 2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1614만7738표)와는 불과 24만7077표차(0.8%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당초 국민의힘 내부에서 최대 10%포인트 차이의 승리를 자신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매우 작았던 셈이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우위를 보였던 윤 당선인이 생각보다 적은 차이로 당선된 이유에 대해 언론은 이번 선거가 역대급 ‘비호감 선거’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하는 후보의 낙선을 위해 표를 행사한 유권자가 많다 보니 표가 몰리지 못했다는 것.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이번 대선에 투표한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윤 당선인에게 투표한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정권교체’(39%)와 ‘상대 후보가 싫어서/그보다 나아서’(17%)였다. 

한겨레는 13일 기사에서 “양당이 택한 전략은 70%로 압승하려 노력하기보단 49%로 안전하게 이기는 대안”이었다며 “당내 경선에서 각 당은 부동층을 향한 확장성이 있는 주자보다 강력한 지지층을 가진 후보를 ‘전략적’으로 택했고 그 결과가 ‘비호감 경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이어 “선거 기간 두 진영은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 정당도, 지지자들도 서로를 악마로 규정했다. 후보들은 ‘서로의 감옥행’을 공약했다”며 “이번 선거가 ‘역대 최악의 선거’라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특정 집단을 포섭하기 위해 다른 집단은 배제하는 극단적인 정치적 메시지가 늘어난 것도 표 차이가 줄어든 이유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10일 기사에서 득표율 차이가 좁혀진 이유에 대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윤 당선인 메시지의 극단화”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원래 윤 당선인은 이 후보에 대해서는 적극 공세를 펼치면서도,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한 온건적인 표현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표현이 거칠어졌다”며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재명-윤석열’ 양강 구도가 확고해지면서 양측 지지층이 결집한 탓에 부동층의 비중이 줄어들자 메시지의 중심을 중도층에서 지지층으로 옮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지난 10~14일 보도된 대통령 선거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자료=빅카인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지난 10~14일 보도된 대통령 선거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자료=빅카인즈

◇ 윤석열 당선인 당면 과제는 ‘국민통합’

한편 언론이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게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국민통합'의 역할이었다. 동아일보는 10일 사설에서 “대선 후유증을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종 결과에 대한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며 “대통령 당선인은 상처 난 국민 마음을 치유하는 포용 행보부터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국가 지도자가 옳고 그름에 대한 일방적이고 편향적 기준을 정해놓고 ‘나를 따르라’는 식의 국정 운영을 펼치면 이전 대통령들과 똑같은 전철을 밟는 길”이라며 “청와대와 국회, 내각 및 일선 공직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국정을 논의하고 실행하는 ‘시스템 국정’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시대정신 없이 네거티브·혐오 전술로 점철된 이번 대선은 국민 분열과 갈등, 혐오가 심각하게 악화하는 후유증을 남겼다. 윤 당선인이 책임을 통감하고 수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특히 2030세대 여성 표심이 윤 후보를 외면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노골적인 젠더 갈라치기의 결과임을 자각하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혐오 대상으로 삼은 여성·노동자·장애인 등의 분노한 표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평등과 통합의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성찰과 쇄신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겨레는 10일 사설에서 “지금 민주당이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은 ‘촛불’이 만들어준 정권을 불과 5년 만에 내줬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촛불을 든 시민들이 ‘5년 시한부’로 위임해준 권력을 자신들이 ‘적폐’라 낙인찍었던 세력, 적폐청산의 적임자로 낙점해 칼자루를 쥐여준 전직 검찰총장에게 넘겨버렸다. 턱없는 자만과 근거 없는 자기 확신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어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성폭력과 2차 가해, 국민을 양분시킨 ‘조국 사태’, 집 있는 사람이나 집 없는 사람 모두 힘들게 만들어버린 부동산 정책 실패의 근원에 자리잡은 것도 집권세력의 오만과 확증편향이었다”며 “지금 민주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초박빙 패배’에 안도하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주문 삼아 현실에 안주하려는 유혹”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에게 새 정부와의 협치를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11일 사설에서 “지난 5년간 민주당 정부는 조국 전 장관 사태와 윤미향·이상직 의원 비리 등으로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내로남불’이 정권의 상징어가 됐다”며 “그러면서도 반성 없이 도리어 폭주만 거듭했다. 무리하고 비합리적인 법안 밀어붙이기, 공수처 신설, 선거법 야합 등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제 곧 새 정부가 내각 인선을 발표하면 국회 검증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정당한 검증인지 아니면 정치 공세인지는 국민 눈에 구별되기 마련”이라며 “새 정부의 출범 자체를 가로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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