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나리오별 철강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료=기후솔루션
탄소중립 시나리오별 철강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료=기후솔루션

[이코리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다양한 산업분야로 탄소저감 노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온실가스 고배출 산업인 철강부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철강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좀 더 적극적인 탄소중립 시나리오 이행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억1700만톤으로 국내 전체 배출량의 16.7%를 차지했다. 이는 산업부문 전체 배출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도 다른 산업에 비해 빠른 편이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내 철강산업 탄소중립 대응 동향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약 24% 증가했다. 이는 제조업 평균 증가율(15.2%)보다 8.8%p 높은 수준이다. 

철강산업에서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솔루션과 카이스트 엄지용 녹색성장대학원 교수팀은 지난 11일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한국형 통합평가모형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개발한 ‘한국형 통합평가모형(GCAM-KAIST) 2.0’을 기반으로 철강산업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제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시행 중인 에너지 및 기후정책 수단을 바탕으로 기존 국내 제철 기술 현황과 전망을 반영한 ①CurPol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 해당 시나리오에서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5년 최대치에 도달한 뒤 완만히 감소한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50년까지 감소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0% 수준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는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철강산업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수립·실천돼야 함을 뜻한다. 연구팀은 시행 중인 정책은 동일하게 적용하되 2025년부터 탄소 가격을 부과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정한 속도로 감소시켜 2050년에 순배출량 ‘0’을 달성하는 ②NZ2050 시나리오, NZ2050 시나리오에 건물의 수명 연장, 건물 디자인 개선 및 최적화, 철의 재활용, 고강도 철을 이용한 경량 소재 사용, 철강 생산 효율 향상 등으로 2050년까지 철강 산출량을 앞의 두 시나리오 대비 22% 감소하는 ③NZ2050_Eff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두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0년 대비 9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철강산업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세 가지 시사점도 함께 제시했다. 우선 연구팀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철강 부문에 잔존하는 이산화탄소 직접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간접배출 부문의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및 그린 수소에 대한 중장기적 투자를 통해 철강산업의 탈탄소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

또한, 수소환원제철 기술(HDRI-EAF)과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이 탑재된 직접환원철 기반 전기로 공정(DRI-EAFCCS)을 빠르게 확대하고 CCS가 갖춰지지 않은 고로를 퇴출하는 한편, 철스크랩을 주원료로 하는 전기로(EAF-Scrap)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고로-전로 방식에서 철강 1톤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약 2톤으로 전기로 방식(0.45톤)의 4배가 넘는다. 고로→전기로의 전환만으로도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철강 소비 효율을 높여 철강 산출량을 감소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는 못하지만, 철강 부문의 전력과 수소 수요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EU, 2023년부터 철강제품에 탄소국경세 적용

연구팀이 강조한 대로 철강산업의 탈탄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수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다. 실제 철강산업의 ‘탈탄소’는 이미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42개국이 참여한 ‘글래스고 돌파구’ 협약이 발표됐는데, 이 협약은 2030년까지 철강 등 핵심 산업분야에 청정기술을 적극 도입해 탄소배출량을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기후대응 법안 패키지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하고 오는 2023년부터 철강제품 등에 대한 탄소국경세 적용 계획을 밝혔다.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철강이 탄소저감 흐름에 뒤처질 경우, 국내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정책 이상의 적극적인 탄소중립 시나리오 이행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국내 철강업체들도 청정기술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탈탄소 기술개발계획’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철강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포스코는 이미 파이넥스 공정에서 수소를 25% 활용하는 유동환원로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단계적으로 고로를 전환하고 수소 활용 비중을 높여, 2050년까지 생산량의 100%를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또한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돕기 위해 수소 생태계 조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2월 열린 그린철강위원회 1차 회의에서 "연구개발 지원, 수소·그린전력 기반 확충, 국제 탄소규제논의 대응 등 업계 건의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관계부처·유관기관과 협의하며 환경과 성장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엄지용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부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철강부문이 매우 즉각적이고 빠르면서도 광범위하게 탄소배출을 줄여나가야 함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의 확대와 그린수소 확대로 철강부문 자체의 탄소감축 부담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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