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에너지 기술 확보 위해 맞춤형 인재 양성 필수적"

이지미 미국 퍼듀대 공학박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인력양성사업실 수석연구원 

[이코리아] 현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75%가 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비율이 87%로 상당히 높다. 이에 청정에너지 구조로 에너지 부문을 전환하는 것이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중의 하나다. 

이지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인력양성사업실 수석연구원(공학박사)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시스템의 세계적인 트렌드는 탈탄소화, 분산화, 디지털화”라면서 “선도적인 에너지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의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환경공학을 전공한 이 수석연구원은 2009년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입사, 현재 인력양성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 시대를 개척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현재 산업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인력양성사업의 주요 목적이다. 

또한, 인력양성실에서는 해외 선도기술 확보와 시장진출을 위해 우리나라 석박사 학생들을 해외 우수 연구기관으로 파견해 기술개발 경험을 획득하도록 돕고, 해외 신흥국의 공무원의 국내 학위 과정을 지원해 신흥국 인재양성 뿐만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코리아>는 11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이 수석연구원을 만났다. 

Q.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은 에너지법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으로 에너지기술개발 사업을 평가·관리하는 공공기관이다.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시장 및 특허 동향, 국내 기술 수요 등을 바탕으로 우수 전문가들과 과제 기획을 하고 이를 공고하여 산업체·연구소· 대학의 연구자가 성공적인 기술개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평가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Q. 기후변화와 관련해 탄소중립/에너지전환(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왜 필요한지 핵심사항을 간략히 설명해달라.

기후변화는 홍수, 가뭄, 한파 등의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화재, 질병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으로 개인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세계 주요국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에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에서 흡수되는 온실가스 양을 상쇄한 순배출이 0이 되는 것, 즉 넷제로를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75%가 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비율이 87%로 상당히 높다. 따라서 청정에너지 구조로 에너지 부문을 전환하는 것이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중의 하나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시스템의 세계적인 트렌드는 탈탄소화, 분산화, 디지털화다. 화석연료 원에서 신재생에너지 원으로, 중앙 집중형 에너지 공급에서 소규모 분산자원 중심으로,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효율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기술과 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또한 탄소세 등 유럽을 시작으로 탄소배출을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려는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은 기후 위기의 대응 수단인 동시에 신산업 육성과 성장의 기회이며 피할 수 없는 과제다.

Q.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현재 가장 시급하게 인력이 투입되어야 할 산업 분야는 어디인가?  

에너지산업 기술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에너지산업에 종사하는 기술인력은 약 30만명 정도 된다. 이중 효율향상분야의 종사인력이 약 44%로 가장 많고, 신재생분야는 15%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10년간(`21~`30) 23만명 가량의 에너지산업기술인력 수요가 창출될 전망이나, 석박사급 기술인력이 수요대비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효율향상 분야의 기술인력 수급이 가장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자료=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Q. 탄소중립을 위해선 산업에서 상당한 양의 탄소배출을 감축해야 하는데, 이는 특히 중소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을 위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번 2022년도 인력양성사업 신규과제 기획을 위해 몇몇 중소·중견기업 CEO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걸림돌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중소·중견기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들 중의 하나는 탄소중립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력이었다. 탄소중립이 왜 필요한지, 해당 기업의 어떤 부분에서 탄소감축이 가능할 수 있을지, 관련 비용이 얼마나 들지 등등을 산정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인력을 확보하기위해 신규 채용을 하자니 대기업이 아니라서 우수 인력 채용이 어렵고, 기존 직원을 재교육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업에 꼭 맞는 교육 과정을 찾기가 힘들고 비용도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에기평에서 중견기업 특화 인력양성프로그램을 2022년에 새롭게 지원하게 된 것도 이러한 중소·중견기업의 애로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Q.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데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태양광과 풍력 자원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ESS 등 에너지 저장 수단이 필요하다. 현재 대용량 규모의 ESS가 개발되고 있으며, 수소는 에너지저장의 수단이자 연료로 직접 사용할 수 있고 지역적으로 편중되지 않고 존재하여 에너지자원으로 큰 매력이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관련하여 정부 발표에 따르면 3년 연속 보급 목표를 초과달성하고 있으며, 수소차 보급 및 연료전지 발전 설비용량도 2021년 8월 기준 각각 16,206대, 688MW로 미국(11,088대, 527MW)과 일본(6,437대, 352MW)을 앞서고 있다.

더 나아가 앞으로 탄소중립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더욱 확대하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수소의 자급률을 높이며, 에너지효율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목표에 따르면, 청정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0년 기준 5.6%에서 2030년 27.2%, 2050년 70.8%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청정수소 자급률은 2020년 기준 0%에서 2030년 34%, 2050년까지 60%로 상향토록 추진하고 있다.

자료=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자료=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Q. 온실가스 배출량 통제뿐만 아니라 잔존배출량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관련 기술은 어디까지 개발됐는지 궁금하다.

에기평에서는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집하여 이용하거나 저장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탄소 포집·저장·활용)에 대한 기술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대규모 저장소를 조기 확보하기 위해 대륙붕을 탐사·시추하고, 저장효율을 혁신하기 위한 R&D를 추진하고 있으며 동해가스전 CCS 실증, 범부처 CCU 실증 등 대규모 실증을 위한 예타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Q.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중립과 관련해 주목할 직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에기평에서는 에너지산업 일자리내비게이션(http://jobnavi.ketep.re.kr/gate)을 구축했다. 탄소중립과 관련된 에너지 핵심 분야로의 취업 및 경력개발을 위해 종합적인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현재 태양광 분야 86개 일자리를 태양광 산업 생태계와 직종별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 또 각 일자리에 대한 평균연봉, 필요경력, 전공지식, 자격증, 직무역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ESS 일자리가 제공되고 2023년에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에너지관련 유망한 일자리 정보가 지속적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Q. 산업별 탄소중립 맞춤형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유관기관·기업 등 다양한 협력이 필요할 텐데, 에기평에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또, 이 연구원이 보기에 현실적으로 이런 점은 보완됐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에기평에서는 과제 기획 단계에서 에너지산업 기술인력 실태조사 외에 산업체, 정부, 대학의 인력양성 수요를 조사한다. 또한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기획 자문위원회를 운영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인력양성을 위한 과제 기획에 반영한다. 더불어 매년 인력양성사업 수혜 학생들의 만족도 조사를 진행해 프로그램의 개선사항을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해마다 학생들의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향상되고 있고, 인력양성사업에서 지원받는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추천 지수도 개선되고 있다.

다만, 현재 에너지인력양성사업은 신입생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데, 중소·중견기업의 인력양성에는 한계가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중소·중견기업에서는 재직자 교육과정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신입생 및 재직교육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면 보다 에너지 분야 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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