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박스가 MSCI 선진국 지수인 'MSCI World Index'에 포함되는 국가들. 오른쪽은 신흥국 지수인 'MSCI Emerging Markets Index'에 들어가는 국가들이다. 출처=MSCI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정부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외환거래시간 연장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올해 6월 관찰국 대상(Watch list) 등재가 목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 해외 투자자 시장접근성 제고와 외환시장 안정성 유지를 함께 고려하면서 외환거래시간 연장, 해외기관 외환시장 참여 허용 등 외환시장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지난 14일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에 대해 전향적 자세로 접근 중이며, 이런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MSCI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작성하는 지수로,  글로벌 펀드가 투자 여부를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는 대표적인 지표다. 세계 각국을 선진국과 신흥국, 프런티어 시장으로 구분한다. 한국 증시는 1992년 신흥국으로 분류됐다. 지난 2008년부터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해왔으나 30년째 제자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에 들어갈 경우 최대 61조 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코스피가 4000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국내 투자가 많은 글로벌 투자기관 50여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해외 금융기관들은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가 불가능 ▲외환시장 마감 후 환전 곤란 등을 불편사항으로 제기했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은행간 도매시장)은 정부 인가를 받은 국내 금융기관만 참가가 가능하다. 또 국내 외환시장에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만 거래가 가능하다.

우선 정부는 국제금융 인프라와 관련해 개인·기업·금융기관의 외환거래 규제 부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도록 외환거래법령을 전면 개편하는 등 외환 거래 체계를 선진화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대해 "해외투자자 시장접근성 제고와 외환시장 안정성 유지를 함께 고려하면서 외환거래시간 연장, 해외기관 외환시장 참여 허용 등 외환시장 개선도 추진할 것"이라며 "외환제도 개선 TF를 통해 상반기 중 종합 개편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자본시장 접근성 확대를 위한 대안으로 정부는 ▲ 국내 외환시장 개장시간 대폭 연장 ▲ 개장시간 연장 및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참여 허용 ▲ 해외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원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외환규제 자유화 등 3가지 예시를 들었다. 

정부는 국내외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2월까지 최종 방안 마련 후, MSCI와 본격 협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외환시장 개방 타협을 MSCI 선진국지수 성사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MSCI는 공매도 재개 외에 24시간 원화 거래가 가능한 역외(한국 외 지역) 원화 시장 설립을 편입 조건으로 내세운 상태다.  

앞서 헨리 페르난데즈 MSCI회장이 지난 2017년 7월 내한해 금융당국과 만난 자리에서 "투자용이성 부분에서는 글로벌 펀드(특히 패시브펀드) 운용사들이 역외 원화거래 등에 있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 지수 편입에 따른 외환시장 개방을 두고 원화나 국내 주식 등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25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환율의 변동성 측면에서 지금은 역외선물환(NDF) 거래 시장을 외환당국에서 모니터링하기 어렵다. 만약 국내 외환시장을 야간에도 개장한다면 NDF를 거래하는 사람들이 국내 외환시장으로 들어오게 될 거다. 지금보다 최소한 나빠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NDF(Non-Deliverable Forward, 역외선물환)는 본국의 세제나 운용상의 규제를 피해 금융ㆍ조세ㆍ외환관리 면에서 특전을 누릴 수 있도록 타국(역외)에서 운용하는 선물환으로,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이다. 보통 역외선물환, 차액결제선물환이라 부른다. 

기재부 관계자는 “선진지수 편입으로의 방향성 자체는 옳다고 본다. 중국 및 인도가 신흥국 지수에서 계속 파이를 키우고 있는데 우리는 점점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가 선진국지수로 갈아타야 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지수 내 우리나라 비중이 어떻게 될 지는 궁극적으로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금리가 오르고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통한 외국인투자자금의 유입은 전폭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 지수에 포함된다고 해서 바로 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며, 외국인 투자자금 촉진을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발표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누적 투자액 상위 100대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71% 가량이 불법 사업자로 전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갖가지 규제 장벽이 기업들의 혁신 및 투자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경기증진을 위해 설비투자를 북돋워주려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물밀 듯이 들어와야 한다. 외국 투자금 유치를 위해 외환자유화를 통한 선진지수 편입도 좋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내부에 겹겹이 쌓인 규제완화가 우선해야 한다"면서 "규제완화 정책이 함께 하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효과도 배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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