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WHO 공식 트위터채널 갈무리)
새로운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 업데이트. (출처=WHO 공식 트위터채널 갈무리)

[이코리아] 지난 11일 남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새 변이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홍콩에선 대면 접촉 없이 공기를 통한 돌파감염 사례로 추정돼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보건 당국은 지난 1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입국한 32세 남자 환자가 입국자 격리 전용 호텔에서 같은 층의 62세 남성에게 오미크론을 전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아공에서 입국한 32세의 남성은 13일 지정된 격리 호텔에 머물면서 오미크론 초기 확진자로 확인됐다. 5일 후 복도 건너편 방에 머물던 62세 남성도 오미크론 양성 판정을 받았다. 두 환자는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에서 오미크론에 돌파 감염된 것으로 전해진다.

CCTV 모니터 분석 결과 두 사람은 동시에 문을 열거나 만나지도 않았으며 완전한 보호 장비를 착용한 호텔 직원과만 접촉했다. 다만 첫 번째 환자는 음식물을 받기 위해 방문을 열 때마다 밸브형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마스크는 외부의 미세 물질은 막아주지만 내쉰 숨은 거름장치 없이 밖으로 배출한다. 

홍콩 정부의 전염병 대응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위엔 궈영 홍콩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62세 남성도 변이가 있었고 두 표본의 게놈이 너무 가까워서 한 표본이 다른 표본으로부터 바이러스를 확실히 옮았다”고 말했다. 

연기 테스트를 통해 현장을 조사한 위엔 교수는 호텔 방 중 한 곳에서 나오는 공기가 복도와 문 개구부를 통해 다른 방으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위엔 교수는 홍콩에서 격리 호텔 코로나 감염 의심 사례들을 여러 차례 조사한 바 있다. 그는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전염성이 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에 비해 높은 감염력은 우려되나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라프지는 오미크론에 대해 처음으로 보건당국에 알린 남아공의 안젤리크 쿠체 박사와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의 증상이 특이하긴 하지만 가볍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쿠체 박사는 “오미크론 감염자가 대부분 경증으로, 일반적인 코로나감염 증세인 미각이나 후각 상실을 경험한 환자들도 없었고 모두 완치됐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강할수록 치명률은 낮아진다. 다만 최근 남아공의 사망률은 불안정한 모습이어서, 명확한 결과를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백신업체들도 오미크론에 대한 대응 전략에 착수했다.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는 26일 성명을 통해 “자사의 잽 2상 시험 결과 오미크론 변종에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노바백스는 오미크론 백신이 몇 주 안에 테스트와 제조 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더나 역시 이날 성명에서 "오미크론에 대응할 부스터샷 개발을 시작했다"며 "최초 실험용 백신이 만들어지는 데 통상 60∼90일이 걸린다"고 내다봤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등도 새로운 변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변이의 정체와 백신 효능은 대략 2주 정도면 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 백신은 3개월이면 만들어 내년 초엔 대량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델타 포함 이전 변이들의 경우 백신이 감염과 사망자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6일 바이러스 진화 기술 자문단(TAG-VE)의 조언에 따라 이 변종 B.1.1.529를 오미크론이라고 명명했다. 오미크론은 지난 9일 수집된 표본에서 처음 확인됐다. 

WHO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많은 수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남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이 변이의 발병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오미크론을 ‘관심 변이’(VOI) 단계를 뛰어 넘어 ‘우려 변이’(VOC)로 분류했다. 

현지시간 27일 기준 남아공의 신규 확진자는 3220명으로 한 주 전보다 3.6배 증가했다. 28일 기준으로 남아공은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인 가우텡에서 약 109건의 오미크론 확진 사례를 확인했다. 남아공의 의료전문가들은 ‘신규 확진의 90%가량이 오미크론 변이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오미크론의 특이한 돌연변이가 치료되지 않은 HIV/에이즈 환자와 같은 면역결핍 환자의 만성 감염 과정에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학계에서는 남아공의 제한된 자료가 오미크론이 매우 전염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오미크론이 주요 변이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GISAID에 따르면 현재까지 남아공과 보츠와나, 네덜란드, 영국 등 최소 12개 나라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확산을 우려해 검역과 입국 규제를 속속 강화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남아공과 인근 국가를 출발하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했고, 이스라엘은 전 세계 처음으로 모든 외국인의 입국 자체를 2주간 전면 금지했다. 미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7개국으로부터 오는 여행을 금지했다.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이란 등 중동에서도 다양한 여행 금지를 도입했다. 

우리 방역당국도 오미크론 발생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접국인 보츠와나, 짐바브웨, 나미비아, 레소토, 에스와티니, 모잠비크 ,마라위 등 8개 나라를 방역강화국가와 위험국가, 격리면제 제외국가로 지정했다. 이에따라 해당 국가에서 출발한 외국인은 국내 입국이 허가되지 않고 내국인은 예방접종여부와 상관없이 열흘 간 임시생활시설에서 격리해야 한다. 

한편, 오미크론 변이의 발생 원인으로 국가 간 '백신 불평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역학전문가는 글로벌타임즈와의 28일자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이 낮은 국가에서 바이러스가 전파, 복제, 변이될 경우 바이러스가 더 위험한 변종으로 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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