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장사상을 전공한 최진석 교수는 "한국 사회도 다음 단계로 오르기 위해서는 철학적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혜기자 fristar@ekoreanews.co.kr
“후진국형 재난이 끊이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후진국적 시선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성적 수준이 제대로 작동돼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최진석 교수는 12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문 대상 연구 모임인 ASP(Asian Study Program) 특강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지난해 EBS ‘인문학특강’ 프로그램을 통해 노장사상을 이야기하며 최근 인문학 열풍의 중심에 있는 학자다.

최 교수는 “사회가 한 단계 오르려면 철학적 시선이 필요한데, 선진국들은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지성적 수준을 유지해 왔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도가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불거진 안전불감증과 관피아 논란 등을 돌이켜 볼 때 한국 사회가 근본적인 철학을 세우지 못했다는 아픈 충고이기도 하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철학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최 교수는 이를 ‘음악’에 비유했다.

“피아노의 기능을 잘 구현하는 사람은 ‘피아니스트’죠. 피아노의 기능을 넘는 단계에 오르면 ‘음악가’가 됩니다. 음악적 체계를 잘 구현해 음악을 초월하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예술가’가 되죠. 예술가는 이미 있는 것을 해석하거나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있습니다. 즉 이 단계에서 창조, 창의, 선도 뿐 아니라 안전이나 준비가 작동하는 것이죠.”

아는 것을 바탕으로 모르는 것까지 넘어가는 것이 바로 ‘도가’에서 이르는 지식이다. 지식을 진리화할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예측을 해낼 수 있어야 진짜 지식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기존에 없는 것을 만들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최진석 교수는 ‘질문’에서 그 답을 제시한다.

“아는 데서 모르는 데로 넘어갈 때 필요한 것이 ‘질문’입니다. ‘대답’은 이미 있는 이론을 뱉어내는 기능이에요. 나 자신이 아니라 지식과 이론이 지나가는 통로에 불과하죠. 하지만 ‘질문’은 호기심과 관심을 가진 독립적인 주체의 생명력이자 욕망, 정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순응과 답습에서 벗어나 욕망의 발의자가 되어야 해요. 이런 구체적 개별자들의 총아가 모여 강한 사회를 만들죠.”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최근 불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인문학 열풍’은 그 희망의 증거다. 서울시내 호텔 조찬모임마다 ‘인문학’ 초청 강의가 부쩍 많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 교수는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문예부흥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문학 열풍이 한순간의 유행이라기보다는 한국인들이 우수한 노력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아르헨티나도 잘 사는 나라였지만 선진국 진입에 실패했다. 부와 경제력의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시선을 업그레이드해 철학적 시선을 갖춰야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현대적 철학자인 노자를 공자와 비교하면서 “첫째, 바람직한 것을 하는가, 바라는 것을 하는가? 둘째, 해야 하는 것을 하는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가? 셋째, 좋은 것을 하는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가?” 물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바라고, 하고 싶고, 좋아하는가? 우리 사회도 철학을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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