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언론 '황교안 리더십 부재로 선거 패배" 지적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15일 오전 제주시 한라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노형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의 투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15일 오전 제주시 한라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노형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의 투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1대 총선이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초 예상보다 여야 간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외에는 다 할 수 있다는 180석을 차지하게 된 반면, 미래통합당은 수도권에서 참패하며 103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16일 국내 주요 언론은 전날 치러진 총선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매체에 따라 초점은 서로 달랐다. <이코리아>는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주요 일간지 보도 내용을 비교해봤다.

◇ 조간 헤드라인, ‘안정’ 원한 민심 덕에 여당 ‘압승’ 

이날 주요 조간신문 1면은 매체의 성향을 막론하고 여당의 압승을 소개하는 헤드라인이 대부분이었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민주당 전례없는 압승… 범여 180석 넘었다”라는 헤드라인으로 총선 결과를 전했으며, 경향신문 “민주당 ‘단독 과반’ 범여권 180석 가능성”, 한겨레 “민주당 170석 안팎... 집권당 최대 압승”, 서울신문 “177석, 역대급 슈퍼 여당” 등 선거 결과를 소개하는데 중점을 뒀다.

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민심에 주목한 매체도 많았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민주당 압승, 코로나 민심은 안정을 택했다”, “‘국난 극복’ 힘실은 민심... 與 압도적 과반” 등의 헤드라인으로, 코로나19 사태 안정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정부·여당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는 “민주당 대승... 민심은 야당에 등돌렸다”며 미래통합당이 내세운 ‘정권심판론’이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매체별로 총선 결과 해석 달라

반면 세부적인 기사 및 사설에서는 매체별로 총선 결과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 일부 매체는 미래통합당의 선거 전략을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조선일보는 이날 “文정권 실정 아무리 커도, 민심은 통합당을 안 찍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현 정권과 미래통합당 양쪽을 모두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과 탈원전 정책, 조국 사태 등을 언급하며 “이번 선거는 야당이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지금의 야당에는 표를 주지 않았다. ‘정권의 실정(失政)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통합당만은 찍을 수 없다’는 국민이 너무 많은 것”이라며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부족과 공천 번복 파동, 막말 논란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대로는 2년 뒤 대선에서도 통합당의 미래는 없다”며 통합당 내부의 완전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여러 갈래로 흩어졌던 보수 정치세력이 총선을 앞두고 하나로 뭉쳤지만, 선거 결과는 기대했던 수준에 훨씬 못 미친 게 현실”이라며 “몸집만 불렸지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한겨레는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모두 낙선한 건, 지금의 인물과 가치로는 안 되니 뿌리부터 확 바꾸라는 국민의 준엄한 경고”라며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뼈를 깎는 자성과 완전히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는 “보수 유권자들은 이번만큼 적극적으로 통합당을 지원한 적이 없을 정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탄핵을 당하고도 환골탈태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라며 “이번 패배는 통합당이 자초했다”고 진단했다.

문화일보는 “여당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정 안정 프레임을 내놨는데, 1950년대식 ‘못 살겠다, 갈아보자’구호로 대응했다”며 통합당이 “제대로 된 보수 정책”으로 승부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 당정, 오만과 독주 경계해야

전례없는 압승으로 인한 당정의 독주 가능성을 경계하는 매체도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라는 유례 없는 조건 하에서 치러진 선거인 만큼, 총선 압승을 정권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은 이번 총선 승리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 이은 4연속 전국단위 선거에서 승리한 기록을 세웠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유권자가 민주당이 만족스러워서 당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그간 정부 여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심판을 유보했을 뿐”이라며 “당장 급한 코로나 위기 극복의 과제 해결에 집중하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또한,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부여당의 오만과 독주다. 그동안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성찰과 반성보다는 총선 승리에 취해 국정을 독선적으로 끌고 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는 “지금의 경제 위기는 일방적인 국정 운영과 진영싸움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당정이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협치를 통해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을 때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지역주의 심화, 국론 분열 경계 시각도

한편, 이번 총선에서 처음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부작용과 강화된 지역주의 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도 많았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와 반칙을 감행한 거대 양당이 비례 의석마저도 싹쓸이해 갔다”며 “거대 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완화하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민주당과 통합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선거가 “거대 양당의 기득권과 독과점 구도 강화”로 귀결됐다며, “대화와 타협이라는 다당제 정치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정치 개혁 차원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기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했던 초라한 성적표”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다.

한국일보는 이어 “꼼수와 반칙을 쓰더라도 결국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거대 양당의 자만과 오만함을 봐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여야가 선거법 개정에 조속히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역주의에 대한 지적도 뒤따랐다. 조선일보는 이날 “되살아난 지역주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4·15 총선을 통해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였던 지역주의가 극단적 형태로 되살아났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 수도권과 호남 등 서쪽 지역을 석권했고, 미래통합당은 영남과 강원 등 동쪽 지역을 차지했다”며 “지역적으로는 동서로 양분되고, 이념적으로는 보수·진보로 나라가 갈라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또한 이날 사설에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경기·호남에서는 우세했지만 이른바 ‘낙동강 전선’이라고 하는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에서는 참패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주의가 완화됐던 20대 총선보다 더 심화됐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주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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