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전무. <사진=뉴시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물컵 갑질’ 사건 14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에 대해 진에어 노동조합,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함께 반발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지난 11일 ‘갑질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조종사 노조는 “대한항공이 ‘땅콩항공’, ‘갑질항공’으로 전락해버린 수치심, 그로 인한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가치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금전적 손실은 물론, 직원들이 감내한 자괴감, 고성과 갑질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등은 생채기로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직책이 바뀌어도 갑질은 반복된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상호 견제는 기업문화에도 필요하다”고 하며 “직원의 목소리는 묻힐 수 있지만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뭉쳐진 외침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 갑질에 대항할 힘이 된다”고 말했다. 

조종사 노조는 조 전무가 모든 직책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고 정부가 항공산업의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해제할 것을 강조했다.

같은 날 진에어 노동조합 또한 조 전무의 경영 복귀를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진에어 노조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희망의 불빛이 조금씩 보이며 앞으로의 미래를 꿈꾸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진에어 사태의 장본인이 지주사 한진칼의 임원으로 복귀했다”며 “이는 진에어 전 직원의 희망을 처참히 짓밟는 끔찍한 처사”라고 밝혔다.

진에어 노조는 조 전무의 불법 등기이사 등재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국토부에 의해 지난해 8월부터 신규 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제한 등의 제재를 받고 있다고 알렸다.

이후 진에어 직원들이 제재 해제를 위해 임금 협상을 미루고 국토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이노조는 “우리가 제재의 고통을 받고 있는 궁긍적인 이유는 외국인 조현민의 등기이사 재직과 총수일가의 갑질”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또 “한진칼 조원태 회장도 IATA 연차총회 기자회견에서 진에어 제재 관련 국토부의 의견을 존중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며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한진칼 회장이 동생 조현민을 지주사 임원에 복귀시킨 것은 진에어 직원뿐 아니라 온 국민이 납득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진에어 노조는 “진에어 지분의 60%을 보유한 1대 주주 한진칼 전무로의 복귀는 곧 진에어를 사실적으로 지배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며 “외국인 신분으로서 진에어의 직접 경영의 길이 막히자 우회적으로 진에어를 소유하겠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전날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도 성명을 통해 “작년 조현민씨가 던진 물컵으로 인해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업 이미지와 미래 가치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전무로 경영 일선에 복귀를 선언하는 모습을 볼 때, 여전히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구나’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알렸다.

직원연대는 또한 “검찰은 지난해 10월 조 전무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며 “법적으로 무혐의지만 그 어떤 반성이나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과 한번 한 적 없는 그들이 한진칼이라는 지주회사의 경영진이 된다는 것은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경영을 주장하던 그들의 민낯이 여실히 들어나는 행태”라고 강조했다.

세 노조가 성명을 제출한 데에 반해 대한항공 일반직 노동조합은 아직 관련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한진 그룹 측은 노조의 반발에 대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족벌 경영의 한계”라며 “‘한진그룹 방지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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