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씨가 지난 1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법원종합청사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예계 마약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주요 피의자들이 조사 전 제모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마약을 투약했더라도 제모를 하면 양성반응을 피할 수 있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마약투약혐의로 체포됐다 풀려난 방송인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는 과거 두 차례나 의혹을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당시 할리는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한편, 다른 신체 부위는 모두 제모해 마약투약 여부를 검출할 수 없었다. 가슴 부위에 남아있는 체모를 검사에 사용했지만 길이가 짧아 약물 검출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투약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박유천도 최근 경찰 조사에서 전신 제모한 모습으로 나타나 의심을 샀다. 박유천의 법률대리인 권창범 변호사는 18일 “박유천 씨는 과거 왕성한 활동을 할 때부터 주기적으로 신체 일부를 제모해 왔다”며 “경찰이 제모하지 않은 다리에서 이미 충분한 양의 다리털을 모근까지 포함해 채취했고,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고 증거인멸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다리털도 가슴털과 마찬가지로 모발이 얇고 짧아 약물 검출이 어렵다는 점에서 의혹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황하나 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박유천 씨가 17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과연 제모는 마약사범들이 법망을 피할 수 있는 황금열쇠인 것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답은 ‘아니오’다. 전문가들은 마약은 체모뿐만 아니라 신체 여러 곳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며, 체모 외의 다른 신체부위를 통해 약물을 검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제모를 하더라도 미처 처리하지 못한 체모에 마약투약의 흔적이 남아있을 수 있다. 최근 마약투약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한 50대 남성의 경우 전신을 제모하고 머리를 1cm 길이로 짧게 자른 뒤 염색까지 하는 등 철저하게 대비했지만 무소용이었다. 경찰이 남아있는 눈썹을 뽑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한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례에 의하면 6가지 체모를 다 제거한 경우도 있다”며 “그런데 항문의 중요한 모발로 채취를 해서 한 5년 전에 검찰에서 검거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체모가 아니더라도 신체 다른 부위에서 마약이 검출될 가능성도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은미 모발정밀연구실장은 18일 JTBC 인터뷰에서 “머리카락에도 들어가고 피부에도 들어가고 지방조직에도 다 그 약이 스며들게 된다”며 “인위적으로 그 흔적을 100% 다 없애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변이나 혈액 외에도 손발톱, 피부조직, 침, 땀 등에 마약성분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

윤 교수는 “지금까지 검거 사례를 보면 마약 피의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투약 사실을) 은닉한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링거 주사를 맞아서 혈액을 변화시켜주고, 목욕탕 사우나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원인들에 의해서는 다 발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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