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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구, 그리고 우주
  • 임하영
  • 승인 2018.11.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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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더하기 나와 지구 빼기 나의 차잇값은 얼마일지 종종 생각해본다. 0.1? 0.01? 아니, 소수점 100자리까지 가야 겨우 근삿값이 나올 것 같다. 낳아주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지구 전체로 본다면 나 한 사람이 살거나 죽는다고 해서 큰 차이는 없다. 셀 수 없는 생명체 가운데 하나, 먼지 같은 존재이니 말이다. 그러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면, 심지어 지구보다 더 큰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우주. 그 광대한 공간과 무한한 시간 가운데 나는 어떤 존재일까? 지구마저도 티끌로 만드는 압도적인 스케일 속에서, 나는 그저 무(無)에 수렴하는 하나의 원소일 뿐이다.

『코스모스』를 처음 펼칠 때 드는 느낌은 바로 경이로움이다.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감각의 세계 너머, 저 아득한 시공간을 마주할 때의 짜릿함이란…. 지구, 태양계, 우리 은하, 국부은하군, 처녀자리 초은하단, 그리고 천억 개의 은하가 모인 현재 관측 가능한 최대한의 우주까지, 우리의 현주소를 차례차례 짚어가다 보면 한없이 겸손해진다. 그리고 부끄러워진다. 우주에서 내가 어떤 위치인지도 모른 채 역사와 철학을 공부했구나. 이제껏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회, 국가, 도덕 등의 가치들이 별안간 소소하게 여겨진다.

그 다음에는 자연스레 인생을 고찰하게 된다. 148억년에 이르는 우주의 역사 속, 기껏해야 100년을 머물다 가는 나는 누구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 문뜩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적은 『명상록』의 구절들이 머리를 스친다. “네 뒤의 무한한 시간과 네 앞의 무한한 시간을 보라. 무한 시간 속에서 사흘을 산 아이와 세 세대를 산 노인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머지않아 순식간에 너는 재나 유골이 될 것이며, 이름만, 아니 이름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이름은 공허한 소리나 메아리에 불과하다. 살아 있는 동안 높이 평가받던 것들도 공허해지고 썩고 하찮아지며, 서로 물어뜯는 강아지들이나 금방 웃다가 금방 울음을 터뜨리는 앙살스러운 아이들과 같다.”

그렇다. 무한한 시공간 앞에서 유한한 인생은 그저 스러지고 말 찰나에 불과하다. 이것이 전부라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부질없을까?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그저 작디작은 먼지의 미미한 발버둥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삶은 기적인 것이다. 우주 전체로 시선을 돌려보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얼마나 낮은가. 설령 존재한다 한들 우리처럼 우주를 숙고하는 생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역사를 이루는 수많은 고리 중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인류는 이 자리에 없었을 텐데…. 지금 이 순간,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너무도 놀라운 사건이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인식한다고 해서 일상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진 않는다. 우리는 똑같이 밥을 먹고, 빨래를 개고, 출근을 한다. 자신이 세계의 전부라고 믿는 사람은 여기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세계의 일부라고 믿는 사람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삶이라는 기적은 그저 흘려보내기 너무나 아깝기에, 부단히 자신을 확장하려 애쓴다.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일,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일을 찾아 열렬히 매진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모여 조금씩 미래를 앞당긴다.

인류는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상상했고, 그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냈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사는 시대가 문명의 최고점이라 생각했지만, 기술은 발전을 멈추지 않았다. 진보를 거듭하고 거듭하여 행성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우리에게도 끝이 있을까? 우리도 언젠가는 영영 사라지고 말까? 

칼 세이건은 말한다.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의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됐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 됐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1998년 끝자락에 태어났다. 지금까지 학교에 다니지 않는 대신 홈스쿨링으로 공부했다.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철학에 관심이 많다. <소년여행자>,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을 지었다.

임하영  kntimes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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