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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의 전쟁' 베네치아의 생존 비결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10.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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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저녁놀이 아드리아 해를 아름답게 물들이기 시작할 때쯤 곤돌라를 타고 뱃사공이 불러주는 세레나데를 듣는 것은 베네치아 여행의 백미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들과 파도에 흔들리는 곤돌라, 그리고 하나둘씩 불을 밝히는 야경은 왜 이곳이 죽기 전에 꼭 방문해야 할 여행지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이처럼 낭만적인 곤돌라는 원래 장례용으로 사용하던 배였다. 옛날 베네치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성당에서 장례를 치른 뒤 시신을 묘지가 있는 이웃의 섬으로 옮겼다. 이때 시신의 운반을 담당하던 배가 바로 곤돌라였다.

사실 베네치아는 거대한 석호의 섬에서 비롯된 도시다. 5세기 중반 로마제국이 분열되면서 훈족이 침략하자 베네토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피난처로 선택한 곳이 바로 석호의 토르첼로 섬이었다. 석호는 바닷물이 모래를 운반해 만든 모래톱의 발달로 해안의 만이 바다로부터 분리되어 형성된 호수를 말한다.

베네치아의 지반은 연간 2㎜씩 가라앉고 있다. ⓒ UNESCO / Author : Lodovico Folin-Calabi

이후 다른 섬들에까지 피난민이 몰려들면서 인구가 점차 늘어나자 섬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거대한 나무말뚝을 박아 지반을 다진 후 그 위에 건물들을 지었다. 예를 들어 베네치아의 상징으로 알려진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의 경우 육중한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110만여 개의 나무말뚝이 사용됐다.

이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무말뚝으로 인해 베네치아는 자연섬과 인공섬을 합해 모두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물의 도시가 되었다. 또 섬과 섬을 연결하는 400여 개의 다리와 200개가 넘는 운하를 중심으로 항만 시설과 창고, 집 등이 들어섰다. 즉, 농민과 어부의 임시 피난처가 점차 영구 정착지로 변한 것이다.

따라서 베네치아의 모든 교통수단은 자동차가 아니라 배다. 50~200여 명이 탈 수 있는 버스를 비롯해 5~10명이 타는 택시, 그리고 각종 물건을 운반하는 트럭까지 모두 선박이다. 그밖에 쓰레기수거차, 앰뷸런스, 소방차도 모두 물 위를 달리는 배가 담당한다. 곤돌라는 관광용 택시에 해당한다.

해양도시 베네치아에서는 ‘바다와의 결혼’이라는 의식이 매년 열린다. 1172년 베네치아의 총독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아드리아 해에서 반지를 바다에 던진 것에서 유래한 의식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다이아몬드 반지는 베네치아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다이아몬드가 보석의 왕이 된 것도 베네치아에서 연마법이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는 독특한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토르첼로 대성당, 산마르코 광장, 두칼레 궁전, 산조르조 마조레 성당 등과 같은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베네치아의 전성기를 상징한다. 특히 산마르코 광장과 연결된 골목들은 베네치아에서 한 번은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꼽히며, 산마르코 성당은 나폴레옹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칭송했을 정도다. 개성 있는 건축물로 연결된 베네치아는 도시 전체가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건축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식수다. 물 위에 살면서도 베네치아의 주민들은 늘 물 부족을 겪어야 했다. 사방이 바다인데다 땅이 진흙이어서 지하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베네치아인들은 빗물을 모으는 우물을 만들어 사용했다.

베네치아의 또 다른 고민은 도시가 점점 물에 잠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근대 들어 산업용수로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지반이 가라앉아 침수가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 20세기에만 120㎜나 가라앉았던 것.

2000년대 들어 침강이 멈춘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GPS와 우주 레이더 자료를 종합한 결과 여전히 침강이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 및 미국의 과학자들에 의하면 베네치아의 지반은 연간 2㎜씩 가라앉고 있을뿐더러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면은 연간 2㎜씩 상승하고 있어 실제 지면의 침강효과는 연간 4㎜에 이른다.

게다가 평소보다 물의 높이가 높아지는 ‘아쿠아 알타’라는 해수 고조 현상이 최근에 매우 빈번해져 도시 건물의 1층에는 아예 사람이 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네치아에서는 현재 ‘모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03년에 착공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아주 간단하다. 베네치아가 있는 석호에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3개의 입구가 있는데, 그곳에 대형 금속제 방벽 78개를 이어붙이는 것이다. 가로 및 세로 20~30m, 높이 5m, 무게 300톤의 이 방벽들은 평소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어서 바닷물이나 배가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해수면이 높아질 경우 속이 텅 빈 방벽의 내부에 압축공기를 주입해 부력으로 일으켜 세우면 물의 유입을 막을 수 있다. 이 금속제 방벽은 해수면이 정상보다 110㎝ 높을 때 작동해서 최대 3m 높이의 해수로부터 베네치아를 보호할 수 있다. 기상예보 발령으로부터 금속제 방벽이 일어서 물을 막기까지는 30분, 보의 역할이 끝나 다시 방벽들이 물 아래로 가라앉는 데는 15분이 걸린다고 한다. 모세 프로젝트는 현재 시행 중인 해수면 상승 대비 토목 프로그램 중 가장 거대한 규모로 꼽힌다.

베네치아는 인류가 바다와 거친 개펄이라는 적대적인 환경을 극복하고 도시를 세운 점, 여전히 생생하게 유지되고 있는 고고 유적, 차별화된 양식의 예술적 성취물 등을 인정받아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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