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모두가 '사랑과 평화'(love & peace)를 부르짖던 1965년 여름, 온갖 미움과 비난으로 가득 찬 밥 딜런(Bob Dylan)의 독설이 대중음악계를 강타했다. 전통 포크음악과 좌파 문화진영의 기수가 되길 거부하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딜런은 'Like a rolling stone'의 노랫말을 통해 마치 한 많은 세상을 향해 복수의 칼을 휘두르듯 증오의 언어를 거침없이 쏟아내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그토록 조롱하고 싶었던 인물은 누구일까? 혹시 이 곡은 어느 특정한 한 사람을 겨냥한 게 아니라 저항과 좌파이념이 패션화된 1960년대 미국사회 전체를 향한 통렬한 비판이 아닐까? 어쩌면 그냥 전통 포크로부터 멀어짐으로 고독한 위치에 놓이게 된 딜런의 신세한탄인지도 모른다. 지난 1966년 오토바이 사고 직후의 인터뷰가 그 가능성을 말해준다. 그때 딜런은 “내 노래 속에 등장하는 그(he)와 그것(it), 그리고 그들(they)은 대부분의 경우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를 얘기한 거였다.”고 말한 바 있다.

딜런의 화살이 뚫으려했던 과녁이 무엇이든 'Like a rolling stone'은 세상 밑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한때 상류층으로 호사를 누렸던 한 여인에 대한 비아냥거림으로 시작된다. 모든 걸 다 일어버린 삶은 물론 그녀에게 엄청난 고통과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만, 동시에 지킬 게 없는 순전한 자유를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딜런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준, 모든 걸 다 잃고 다음 끼니와 잠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노래의 여주인공은 1960년대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패거리 중 하나였던 여배우 에디 세즈윅(Edie Sedgwick)이다. 워홀의 문화집단 팩토리(Factory)의 여배우로 다수의 저예산 영화에 출연했던 세즈윅은 노랫말 속 여주인공처럼 소위 뼈대 있는 가문출신이었다. 그녀의 조상 중 로버트 세즈윅은 미국독립 전 매사추세츠 지역을 다스리던 총독이었다.

지난 1965년 워홀의 총애를 받으며 다수의 싸구려 필름에 출연했던 그녀는 사실 배우라기보다는 금발의 예쁘장한 '파티 걸'(party girl)이었다. 그녀는 딜런과도 잠시 관계를 맺기도 했으나,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녀는 딜런이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통보도 하지 않은 채 11월 22일 다른 여자(사라 로운즈, Sarah Lownds)와 결혼해버렸다.

세즈윅은 또한 워홀로부터도 버림받았다. 딜런과의 짧은 연애가 세즈윅과 워홀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1965년 말부터 둘은 완전히 멀어졌다. 냉혹한 성격의 소유자인 워홀은 1971년 7월 24일 약물과용으로 인한 그녀의 사망소식을 접한 후 “에디가 누구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Like a rolling stone'이 딜런과 세즈윅이 사귈 당시 발표됐는지, 아니면 그 이후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어쨌든 딜런이 세즈윅을 팩토리의 마스코트로 내세우며 그녀를 이용하려던 워홀을 지독히 싫어했던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노랫말 중 일부는 이런 워홀에 대한 심한 증오와 거부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딜런이 '어깨에 샴 고양이를 맨 채 금속 말을 타던 사교에 능한 친구'(diplomat riding the chrome horse who carried on his shoulder a Siamese cat)라고 표현한 워홀은 당시 뉴욕 밤 문화의 최고 거물이었다. 여기서 'diplomat'은 '외교관'이 아니라 '외교관처럼 사교에 능한 사람'을 말한다.

당시 많은 이들이 워홀과의 관계를 이용해 일거리를 찾거나 스타덤에 오르려 했다. 딜런은 세즈윅을 그런 한심한 존재들 중 하나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딜런은 워홀이 세즈윅을 최대한 이용해먹은 후 버릴 것을 미리 예측한 듯하다. “그 놈이 너의 모든 걸 훔쳐간 후에, 결국 그 놈이 네가 생각하던 곳에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힘들지 않을까?”(Ain't it hard when you discover that he really wasn't where it's at, after he took from you everything he could steal.)

딜런은 워홀을 '특유한 말투에 걸레 같은 옷을 걸친 나폴레옹'으로 표현하며 그에게 조종당하는 세즈윅에게 다음과 같은 노랫말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려한 것으로 보인다. “걸레를 걸친 나폴레옹과 그가 쓰는 언어에 너는 즐거워하곤 했지. 그에게 가. 그가 부르면, 너는 거절 할 수 없어.”(You used to be so amused at Napoleon in rags and the language that he used. Go to him now, he calls you, you can't refuse.)

딜런은 노랫말에서 자신을 '미스테리한 부랑자'(mystery tramp)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나중에 절대로 그녀의 편에 서서 그 입장을 대변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그의 눈에 담긴 공허함을 응시하며 네가 협상을 하자고 제안할 때에, 돈을 준다 해도 그는 결코 너의 알리바이를 입증해주지 않을 것이다.”(He's not selling any alibis as you stare into the vacuum of his eyes and say do you want to make a deal?)

하지만 'Like a rolling stone'이 워홀을 공격하고 세즈윅을 조롱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팝음악 관련 서적을 많이 쓴 작가 마이클 그레이(Michael Gray)는 한 인터뷰에서 “세즈윅은 'Like a Rolling Stone'의 노랫말과 아무 상관도 없다. 오히려 이듬 해 발표된 딜런의 앨범 < Blonde on Blonde >에 그가 세즈윅과의 인연으로부터 얻은 많은 영감이 실려 있다.”고 말했다.

 

 

어찌 됐든 그 노랫말에는 통쾌감이 서려있다. 가사 속 여주인공을 '배반하고 떠난 연인'이나 '허세를 부리다가 몰락한 졸부, 혹은 유명인사'라고 생각해보자. 입 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며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사랑과 평화'는 겸허한 자들끼리만 나눌 수 있는 미덕이다. 'Like a rolling stone'을 들으며 잘난 척하는 년놈들을 마음껏 조롱해보자.

음악전문지 '롤링스톤'(Rolling Stone)은 'Like a Rolling Stone'을 팝 역사상 최고의 노래로 뽑았다. 혹시 자기네 잡지 이름이 노래 제목에 들어 있어서가 아닐까? 물론 아니다. 곡은 롤링스톤지나 밴드 롤링 스톤즈와 아무 관계도 없다. 제목의 영감은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는 격언에서 따왔다고 할 수 있다. 딜런은 이 노래의 아이디어를 행크 윌리엄스(Hank Williams)의 노래 'Lost highway'의 가사 중 “I'm a rolling stone. I'm alone and lost.”에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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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upon a time you dressed so fine
You threw the bums a dime in your prime, didn't you?
People'd call, say, "Beware doll, you're bound to fall"
You thought they were all kiddin' you
You used to laugh about
Everybody that was hangin' out
Now you don't talk so loud
Now you don't seem so proud
About having to be scrounging for your next meal.


한때 너는 근사하게 차려입고
잘 나갈 때 거지들에게 잔돈푼이나 던져주었지, 안 그래?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조심해, 예쁜 아가씨야, 그러다가 무너질 거야.”라고 말하곤 했지
너는 그들이 농담하는 줄 알았지
너는 비웃곤 했지
하찮게 돌아다니는 그들을
하지만 지금 너는 말도 크게 하지 못하고
매우 쪽팔려 하는군
공짜 밥을 찾아 헤매 다녀야 한다는데 대해


How does it feel?
How does it feel?
To be without a home
Like a complete unknown
Like a rolling stone ?


기분이 어떤가?
기분이 어떠냐고?
집 없이 떠도는 것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구르는 돌처럼 살아가는 게?


You've gone to the finest school all right, Miss Lonely
But you know you only used to get juiced in it
And nobody has ever taught you how to live on the street
And now you find out you're gonna have to get used to it
You said you'd never compromise with the mystery tramp
But now you realize
He's not selling any alibis
As you stare into the vacuum of his eyes
And say do you want to make a deal? 


외로운 여인(Miss Lonely)이여, 그대는 명문 중의 명문학교를 다녔지
그러나 너는 그 속에서 흥분하곤 했지
아무도 네게 거리에서 사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지
이젠 그저 너 스스로 익숙해져야 할뿐이야
너는 미스테리한 부랑자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지
하지만 이제 너는 깨우치고 있지
돈을 준다 해도 그가 결코 너의 알리바이를 입증해주지 않을 거란 걸
그의 눈에 담긴 공허함을 응시하며 
네가 협상을 하자고 제안할 때에


How does it feel?
How does it feel?
To be on your own
With no direction home
Like a complete unknown
Like a rolling stone?


기분이 어떤가?
기분이 어떠냐고?
집 없이 떠도는 것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구르는 돌처럼 살아가는 게?


You never turned around to see the frowns on the jugglers and the clowns
When they all come down and did tricks for you
You never understood that it ain't no good
You shouldn't let other people get your kicks for you
You used to ride on the chrome horse with your diplomat
Who carried on his shoulder a Siamese cat
Ain't it hard when you discover that
He really wasn't where it's at
After he took from you everything he could steal.


너는 결코 광대와 곡예사들의 찡그림을 보려 돌아서지 않았어
그들이 네게 다가와 묘기를 펼칠 때
그것이 나쁘지 않다는 걸 넌 절대 이해하지 못 했어
네 재미를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지 말았어야지
너는 사교에 능한 네 친구와 함께 금속 말을 타곤 했지
어깨에 샴 고양이를 매고 다니는 그 자와
힘들지 않을까?
그놈은 결국 네가 생각하던 곳에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놈이 너의 모든 걸 훔쳐간 후에


How does it feel?
How does it feel?
To be on your own
With no direction home
Like a complete unknown
Like a rolling stone ?


기분이 어떤가?
기분이 어떠냐고?
집 없이 떠도는 것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구르는 돌처럼 살아가는 게?


Princess on the steeple and all the pretty people
They're drinkin', thinkin' that they got it made
Exchanging all precious gifts 
But you'd better take your diamond ring. you'd better pawn it babe
You used to be so amused
At Napoleon in rags and the language that he used
Go to him now, he calls you, you can't refuse
When you got nothing, you got nothing to lose
You're invisible now, you got no secrets to conceal.


탑 꼭대기의 공주, 그리고 모든 예쁜 척하는 인간들
그들은 마셔대며, 다 이루었다고 착각했지
온갖 종류의 귀한 선물을 나누며
빨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집는 게 좋을 거야. 얼른 전당포에 맡겨야지
너는 즐거워하곤 했지
걸레를 걸친 나폴레옹과 그가 쓰는 언어에
그에게 가. 그가 부르면, 너는 거절 할 수 없어
아무 것도 없을 때, 너는 잃을 것도 없어
이제 너는 눈에 띄지도 않는 하찮은 존재, 더 이상 감출 비밀 하나도 없지


How does it feel?
How does it feel?
To be on your own 
With no direction home
Like a complete unknown
Like a rolling stone ?


기분이 어떤가?
기분이 어떠냐고?
집 없이 떠도는 것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구르는 돌처럼 살아가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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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threw the bums a dime in your prime.”에서 'bum'은 원래 '게으름뱅이'나 '쓸모없는 인간'을 뜻하는데, 대체적으로 떠돌며 '구걸하는 사람'(beggar) 을 말한다. 영국에서는 'bum'이 '엉덩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형용사로는 '잘못된', '보잘것없는' 등의 의밀 갖는다. 무의미하게 어슬렁거리거나 여행하는 것을 'bum around'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학교가 끝난 후 한두 시간 우리는 그냥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고 싶다면 “We bummed around for a couple of hours after school.”이라고 하면 된다. 'bum out'은 '실망키다', '마음을 상하게 하다' 등의 뜻을 갖는다. 'disappoint', 'annoy', 'upset'등과 뜻이 비슷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It really bums me out when the kids don't do their homework. (아이들이 숙제를 하지 않을 때 나는 실망한다.)

이 노래에서 'prime'은 '전성기'를 뜻하는 명사로 쓰였지만, 많은 경우 '주된', '주요한', '전형적인', '뛰어난' '가장 적합한' 등의 형용사로 활용된다. 먼저 명사의 경우를, 그리고 이어서 형용사로 쓰이는 경우 몇 가지를 살펴본다.

1. While they're in their prime, people usually do not realize it. (사람들은 자신들의 전성기 때 이를 깨우치지 못한다.)
2. He is the prime suspect in this murder case. (이 살인사건에 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다.)
3. The music of Elvis Presley is a prime example of 1950's rock&roll.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은 50년대 로큰롤의 전형이다.)

“Beware doll.”에서 'beware'는 '주의하다', '조심하다' 등의 의미로 'to be cautious', 'to be careful'과 거의 흡사하게 쓰인다. 'Beware of dogs'란 사인을 가끔 볼 때가 있다. 말 그대로 개들을 조심하라는 얘기다.

'Scrounging for your next meal'에서 'scrounging'은 '공짜로 무언가를 얻어내다'는 의미인 'scrounge'의 동명사형이다. 몇 가지 예.

1. She always try to scrounge free meals off her friends. (그녀는 항상 친구들에게 공짜 밥을 얻어먹는다.)
2. He swore that he quit smoking but I saw him scrounging for a cigarette this afternoon. (그는 담배를 끊었다고 맹세했지만, 오늘 오후 그가 담배를 구걸하는 걸 보았다.)

'To be on your own'은 '너 혼자서', '너 스스로', '네가 독립적으로' 등의 의를 갖는다. 록그룹 플릿우드 맥(Fleetwood Mac)의 'You can go your way'란 노래가 있다. “너 스스로의 길을 가라.”는 말이다. “Now, you're on your own.”은 “이제 너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Like a complete unknown'은 그야말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완벽한 무명씨'(無名氏), 즉 이 세상에서 있으나마나한 존재를 의미한다.

“But you know you only used to get juiced in it.”에서 'to get juiced'는 원래 '(약물 등에) 도취되다', '광기에 사로잡히다', '(스포츠 경기 등에서) 환호하다' 정도의 의미이다. 이 노래 속에서는 워홀의 패거리 중 하나로 약물을 탐닉하는데 집착했던 세즈윅에 대한 조롱의 의미로 쓰인 듯하다.

“He's not selling any alibis.”의 뜻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직역하면 “그는 어떤 알리바이도 팔지 않는다.”가 되는데, 어색하다. 풀어서 해석하자면, 돈을 준다 해도 딜런은 세즈윅에 대한 그 어떤 우호적인 변명이나 증언 따윌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면 적절하다.

“As you stare into the vacuum of his eyes.”에서 'vacuum'은 주로 '청소를 하다'의 의미의 동사나, '진공청소기'를 뜻하는 'vacuum cleaner'로 많이 알려져 있다. “거실을 진공청소기로 청소했니?”라고 하고 싶다면, “Did you vacuum the living room?”이라고 말하면 된다.

하지만 'vacuum'은 '진공상태'나 '텅 빈 공허감', '(누군가의 부재 등으로 인한) 공백' 등을 뜻하기도 한다. 이 노래에서는 눈 속에 담긴 '텅 빈 느낌' 정도가 적절한 해석인 듯싶다.

샴 고양이(a Siamese cat)는 상아색이나 갈색의 짧은 털을 지녔다. 마른 편이고, 눈이 파랗다. 귀와 꼬리는 주로 어두운 색이다. 처음에는 타이의 왕실에서 길렀는데 나중에 영국에서 개량하였다고 한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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