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가 천근만근으로 우리네 삶을 옥죄어올 때 이보다 더 큰 위로를 던지는 노래가 있을까? '레게음악의 전도사' 밥 말리(Bob Marley)의 노래 'No Woman, No Cry'(안돼요, 여인이여, 울지 말아요)는 지금 처한 상황이 최악이라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더라도 절대로 눈물 흘리지 말고, 희망을 버리지 말라며 위로한다. 그렇다면 이 노래속의 그녀는 과연 누구를 뜻하는 것일까? 말리의 아내 리타(Rita)일까? 가사를 잘 살펴보면 분명 사랑하는 배우자나 연인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가 아님을
“마치 아이들이 하나도 없는 도시에 사는 것 같이 느껴졌지.”(I feel like I've been living in a city with no children in it.)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자본주의는 현재 전 세계를 지배한다. 하지만 그들의 세상에는 천진한 아이들로 상징되는 미래의 희망이란 눈곱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캐나다 록그룹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세 번째 앨범 < The Suburbs > 수록 싱글 'City with no children'은 약자를 향해 그 어떤 자비도 베풀지
구십 년대 초반 록그룹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이하 RHCP)의 보컬리스트 앤소니 키디스(Anthony Kiedis)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록그룹으로서 성공을 목전에 둔 호기였지만 그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밴드 동료였던 힐렐 슬로박(Hillel Slovak)이 헤로인 과용으로 사망한 후 곧바로 마약에서 손을 뗐지만, 3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금단현상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고 밴드 동료인 베이시스트 플리(Flea)와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는 둘이서만
1980년대 후반. 정확히 89년 샌프란시스코. 가난한 여성 뮤지션 둘이 만났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돈도 없이, 세상의 멸시를 받는 여성 동성애자들은 룸메이트가 되었고, 매일매일 기타를 두들기며 음악을 만들었다. 그들의 이름은 기타리스트/보컬리스트 린다 페리(Linda Perry), 그리고 베이시스트 크리스타 힐하우스(Christa Hillhouse)였다.페리와 힐하우스는 역시 동성애자인 기타리스트 쇼나 힐(Shaunna Hill), 드러머 완다 데이(Wanda Day)와 함께 연주활동을 시작했지만 레코드 계약을 따내는 건 하늘
록그룹 킬러스(the Killers)의 최대 히트곡 'Human'은 “우리는 인간인가요, 아니면 춤을 추는 사람인가요?”(Are we human or are we dancer?)라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Human'은 누구나 다 쉽게 이해하지만 'dancer'가 문제다. 과연 'dancer'는 무엇인가? 주어진 안무에 충실하게 춤을 추는 무용수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결국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의 영향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pup
모두가 '사랑과 평화'(love & peace)를 부르짖던 1965년 여름, 온갖 미움과 비난으로 가득 찬 밥 딜런(Bob Dylan)의 독설이 대중음악계를 강타했다. 전통 포크음악과 좌파 문화진영의 기수가 되길 거부하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딜런은 'Like a rolling stone'의 노랫말을 통해 마치 한 많은 세상을 향해 복수의 칼을 휘두르듯 증오의 언어를 거침없이 쏟아내었다.그렇다면 과연 그가 그토록 조롱하고 싶었던 인물은 누구일까? 혹시 이 곡은 어느 특정한 한 사람을 겨냥한 게 아니라 저항
붐타운 래츠(the Boomtown Rats)의 리더 밥 겔도프(Bob Geldof)는 1984년 가을 어느 날 우연히 TV를 통해 에티오피아의 기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아프리카의 현실은 참담했다. 굶어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을 지켜보며 죄책감에 사로잡힌 그는 친구인 그룹 울트라박스(Ultravox)의 리더 미지 유어(Midge Ure)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에티오피아를 위해 음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곧바로 의기투합한 둘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 서둘러 노래를 만들었다. 겔도프가 가사를 쓰고, 작곡은
인간이 삶에 대해 가장 큰 두려움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좋았던 철부지 시절이 다 지나가고, 앞으로 모든 것들을 책임지며 살아야 하다는 것을 깨닫는, 어른으로서의 삶 문턱에 다다랐을 때가 아닐까?모던 러버스(Modern Lovers)와 텔레비전(Television) 등 저주받은 미국 펑크/뉴웨이브 밴드들의 후예로 뉴밀레니엄 초기 포스트 펑크(post punk)/개러지 록(garage rock) 리바이벌의 선두에 섰던 스트록스(the Strokes)의 초기 히트곡 'Someday'는 사랑했던 여인과의 헤어짐을 통해 질
아주 오래 전 고인이 된 브라이언 존스(Bryan Jones)가 피아노와 리코더(세로로 연주하는 목관악기)를, 그리고 빌 와이먼(Bill Wyman)과 키스 리처즈(Keith Richards)가 각각 손으로, 그리고 활로 어쿠스틱 베이스를 연주한 'Ruby Tuesday'는 그 애절한 멜로디로 지난 45년간 듣는 이들의 가슴을 적셔왔다. 보컬리스트 믹 재거(Mick Jagger)는 'Ruby Tuesday'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말 아름다운 노래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사랑스러운 노랫말, 비록
수많은 팝송 중 'Smells Like Teen Spirit'처럼 노랫말이 모호하고, 해석에 따라 의미의 차이가 큰 노래를 찾긴 힘들 듯하다.'Teen spirit'은 메넨(Mennen)사에서 생산한 십대들을 위한 냄새제거제다. 이 제품과 노래의 탄생은 91년 초반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이 제품을 염두에 두고 노래를 만든 건 결코 아니다.재미있는 사실은 이 노래의 폭풍 같은 인기에 힘입어 'Teen spirit'은 엄청난 판
수려한 멜로디만으로도 듣는 이의 가슴을 적시는 엘튼 존(Elton John)의 'Daniel'. 하지만 이 노래만큼 뜻이 곡해된 팝송도 드물 것이다. 엘튼 존이 동성애자란 이유 하나만으로 노래 속의 주인공이 그의 전 남자친구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무지한 자들이 있었다. 그자들은 엘튼 존 노래의 가사 전부(거의 전부)를 파트너인 버니 토핀(Bernie Taupin)이 썼다는 기초상식도 모르는 바보들이다.엘튼 존/버니 토핀 노래가 대부분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동생의 내레이
에이미 와인하우스만큼 매력적이고, 당당하고, 뻔뻔하며 야성미 넘치는 여가수가 또 있을까? 그녀는 'You know I'm no good'에서 자신이 못 말리는 바람둥이임을 떳떳하게 밝힌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대담한 '악년 선언'이다. 그런가 하면 'Love is a losing game'을 통해서는 이 세상 모든 연애는 결국 불행으로 끝나는 허접한 게임이라며 극도의 허무감을 조장한다. 싸구려 모텔을 드나드는 삼류 창녀의 옷차림과 술과 약물에 찌든 무표정한 얼굴, 불길한 기운이
그룹 월플라워스의 보컬리스트 제이콥 딜런(Jacob Dylan)의 음악과 문학적 재능은 분명 그의 아버지 밥 딜런으로부터 물려받은 게 틀림없다. 특히 다양한 은유적 표현을 활용하는 작사 스타일은 완벽하게 아버지를 빼어 닮았다.사랑하는 친구나 가족, 혹은 연인의 죽음을 주제로 한 'One Headlight'(1997년)는 일단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그리움을 드러내며,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묵묵히 삶을 지속해나가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밝힌다. 하지만 헷갈리는 시제 가운데 전개되는 노랫말은 이 곡이 단순히 한 사람의 죽음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 < 레미제라블 >의 작가 빅트르 위고의 말이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헌신은 절대적이다. 살아서 자식을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하는 자식사랑은 죽어 저 세상에 가서도 결코 변함이 없나보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어머니 메리(Mother Mary)도 분명 그런 어머니 중 하나일 것이다.비틀스가 종말을 향해 치달을 무렵, 홀연히 아들의 꿈에 나타난 메리는 그에게 삶의 지혜와 무한한 위로를 전한다. 명곡 중의 명곡 'Let it be'의 노랫
정통 록 넘버로는 드물게 빌보드 팝 싱글 차트 정상까지 오른 'Viva la vida'는 성경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으나, 종교적 색채를 띤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반대로 가사 전체를 해석해보면, 신의 피조물들 중 다수가 영원히 뜨거운 지옥에서 고통 받게 된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비판하는 느낌마저 준다.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은 멕시코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그림에 적혀 있는 "Viva la vida!"란 문구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스페인어인 “V
펄 잼의 음악 대부분은 모두가 드러내길 꺼려하는 세상의 모순을 이야기한다. 'Daughter'는 학습장애로 고통 받는 아이의 가정 얘기고, 'Better Man'은 여성 파트너에 대한 학대와 폭력을 고발한 노래다. 물론 그 어떤 예술도 세상을 구원할 수 없듯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하지만, 펄 잼은 꾸준히 부조리한 삶의 거미줄을 고발함과 동시에 그 안에 갇힌 자들을 향해 측은지심을 전한다.펄 잼의 메이저 데뷔작 < Ten >(1991년)의 최고 히트곡 'Jeremy'는
지난 1977년 앨범 < Hotel California > 이전까지 록그룹 이글스(the Eagles)는 컨트리 성향의 하드 록를 지향하는 밴드였다. 가사도 도회적이라기보다는 대체적으로 순박한 전원의 정서를 담아내곤 했다. 하지만 그해 'New kid in town'에 이어 이글스에게 또 다시 넘버원의 영예를 안겨준 싱글 'Hotel California'는 사운드와 메시지 면에서 모두 이들의 이전 행보를 완벽히 부정하는 새로운 형식의 노래였다.트윈기타의 완벽한 조화가 돋보이는 'Hotel Cali
지난 1960년대 대표적 사이키델릭 록 그룹인 도어즈(Doors)의 최고 히트곡 'Light my fire'는 얼핏 보기에 단순한 사랑노래인 듯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히피세대의 약물과 프리섹스 문화, 그리고 지독한 허무감을 광란의 몸부림으로 탈피하려는 당시 젊은이들의 모습과 사회상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Light my fire'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이 노래가 도어즈의 핵심인 짐 모리슨(Jim Morrison)의 작사, 작곡으로 완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노래 대부분을 만든 사람
뉴 밀레니엄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중 하나로 추앙받고 있는 존 메이어의 대표곡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2006년)는 현재 미국 지도층의 부도덕에 대한 불만을 표시함과 동시에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기엔 너무도 힘이 부족한 젊은 세대의 무기력감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비록 세상이 엉망으로 돌아가고 있고 아무 해답도 없어 보이지만, 구세대가 물러가고 도덕적 흠집이 덜한 젊은이들이 힘을 갖게 되면 분명 세상은 훨씬 더 나아질 거라는 순진한 희망을 드러낸다.언젠가 젊은이들이 권력을 갖
“He who fights with monsters might take care lest he thereby become a monster. And if you gaze for long into an abyss, the abyss also gazes into you.”(괴물과 싸우는 자는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깊은 물을 너무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그 물도 당신을 들여다본다.)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격언으로 미국 코네티컷 출신 밴드 엠지엠티(MGMT, 매니지먼트를 줄인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