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패트롤

진정한 사랑은 장황하지 않다. 단순하며 강렬하다. 스코틀랜드 그룹 스노우 패트롤(Snow Patrol)의 히트곡 'Chasing cars'는 불화와 냉소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사랑의 유일한 조건은 그 사랑의 당사자뿐이라고 외친다. 비록 '사랑'이란 말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지만 간절하게 사랑하는 대상과 영원히 함께 하고픈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런 사랑을 이루는 것이 마치 개가 차를 쫒는 것처럼 얼마나 어렵고, 때론 부질없는가를 말해준다.

초반 노래 속 주인공은 주위의 어떤 반대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꼭 이뤄나가겠다고 다짐한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워 세상 시름을 잊고 싶다고 얘기하며 동시에 그녀에게도 자신의 뜻을 따라달라고 애원한다.

“나와 함께 누워 세상 모든 것들을 잊을 수 있나요?”(Would you lie with me and just forget the world?)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는 한계가 있다. 특히 사랑하는 마음을 단지 세 단어(those three words, 즉 “I love you!”)로 표현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이 세상에 “사랑해요!”(I love you!)란 말은 너무도 흔하지만, 정작 사랑은 너무도 부족하다.

주인공은 그녀를 찬양한다. 그녀로 인해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의 삶이, 그리고 현재 자신의 모습까지도 모두 그녀의 두 눈에 담겨있다고 한다.

“지금 나의 모든 것, 그리고 과거 나의 모든 것들이 당신의 그 완벽한 두 눈 속에 들어있어요.”(All that I am and all that I ever was, is here in your perfect eyes.) 즉 그녀와 자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라는 뜻이다.

주인공은 그녀에게 “둘의 사랑이 무언가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한다.(Show me a garden that's bursting into life.) 그 결실은 결혼이거나 출산일수 있겠다. “주변의 부정적 얘기에 귀 기울이지 말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Forget what we're told before we get too old) 서둘러 사랑의 결실을 맺어보자.”는 말이다.

그런데 왠지 두 남녀가 결국 사랑을 이룰지는 미지수이다. 노래 제목 'Chasing cars'에 담긴 뜻 때문이다. 보컬리스트 게리 라이트바디(Gary Lightbody)의 말에 의하면 'chasing cars'는 무의미한 것을 쫒는 것을 뜻한다. 이린 시절 라이트바디가 한 소녀를 짝사랑하게 됐을 때, 그의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고 한다.

“사랑에 빠지는 건 마치 개가 자동차를 쫒아가는 것과 같아. 절대로 잡을 수 없고, 잡는다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거야.”(You're like a dog chasing a car. You'll never catch it and you just wouldn't know what to do with it if you did.) 추가로 그는 “사랑을 잡아도, 그것이 진실한지 아닌지 절대 모른다.”(You'll never know if it's real or not.)고 덧붙이고 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진정한 사랑이라는 게 참으로 이루기 힘들고, 쟁취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행복이 보장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고 보니 'Chasing Cars'는 연인을 찬양하는 단순한 사랑의 노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너무도 사랑하지만 결국은 함께 할 수 없는 연인과의 이별 직전 아쉬움을 노래한 것은 아닐까?

이 해석이 정확하다면 “Let's waste time chasing cars around our heads.”(우리 머리 주위의 자동차들을 쫒으며 시간을 흘려보네요.)란 가사가 매우 구슬프게 느껴진다. 사랑의 찬가인가? 아니면 헤어짐의 아쉬움인가? 'Chasing Cars'의 노랫말은 보면 볼수록 모호하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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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do it all
Everything
On our own

우린 해낼 거예요
모두 다
우리 스스로

We don't need
Anything
Or anyone

우린 필요하지 않지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 If I lay here
If I just lay here
Would you lie with me and just forget the world?

내가 여기 누우면
만약 여기에 눕는다면
나와 함께 누워 세상 모든 것들을 잊을 수 있나요?

I don't quite know
How to say
How I feel

난 모르겠어요
내 감정을
어떻게 말해야할지

Those three words
Are said too much
But not enough

그 세 단어를
많이들 말하지만
결코 충분하진 않죠

repeat * 

** Forget what we're told
Before we get too old
Show me a garden that's bursting into life

우리가 들은 것들을 잊어버려요
너무 늙기 전에
갑자기 삶 가운데 피어오르는 정원을 보여주어요

Let's waste time
Chasing cars
Around our heads

시간을 흘려보네요
우리 머리 주위의
자동차들을 쫒으며

I need your grace
To remind me
To find my own

내 스스로를 깨우치게 하는
나 스스로를 찾게 해주는
당신의 품위가 필요해요

repeat *

repeat ** 

All that I am
All that I ever was
Is here in your perfect eyes. They're all I can see

지금 나의 모든 것
그리고 과거 나의 모든 것들이 
당신의 그 완벽한 두 눈 속에 들어있어요. 그것들이 내게 보이는 전부에요

I don't know where
Confused about how as well
Just know that these things will never change for us at all

어디서
또 어떻게 만났는지도 헷갈리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어요

repea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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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chasing cars'는 '결코 잡을 수 없는 것을 쫒는 것'을 뜻한다.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사랑, 혹은 무지개를 잡으려 하는 행위 등이 아마도 'chasing cars'와 비슷한 게 아닐까.

영어를 배우면서 'lay'와 'lie'의 차이를 분별하는 것만큼 짜증나는 경우도 없을 듯하다. 일단 'lay'는 '놓다', '눕히다'라는 의미의 타동사이다. 과거와 과거분사는 모두 'laid'이다. 자동사인 'lie'는 일단 '눕다', 혹은 '놓여있다'라는 뜻의 자동사이다. 그런데 'lie'는 '거짓말하다'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의 동사로도 사용된다. 여기까진 그래도 꾹 참으면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눕다', 혹은 '놓여있다'라는 'lie'의 과거형은 'lay'이다. 타동사의 현재형이 자동사의 과거형과 똑같은 것이다. 정말 헷갈리는데, 이 경우 과거분사는 'lain'이다.

쉽게 생각하자. 내가 만약 'lie'한다면, 내가 눕는다는 얘기다. 내가 만약 'lay'한다면, 내가 무언가를 갖다 놓거나 눕힌다는 것이다. 물론 '거짓말하다'(lie)로 쓰이는 경우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이 노래에서 “If I lay here. If I just lay here.”에서 'lay'는 'lie'(눕다)의 과거형이지, 타동사 'lay'의 현재형이 아니다. “If I just lay here, would you lie with me and just forget the world?”에서 볼 수 있듯 'if'를 이용하여 '만약 (누구, 혹은 무언가가 ...을) 한다면'이라는 상황을 설정해 놓고, 'would (누구, 혹은 무언가가 ...을) 하겠느냐?'라고 물을 때는 무조건 'if'와 주어(subject) 이후의 동사를 과거형으로 써야 한다.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노래 'Tears in Heaven'의 가사 중에 “Would you know my name, if I saw you in heaven?”이란 가사가 등장한다. 이 경우를 봐도 'if' 후에 현재형인 'see'(보다)가 아니라 과거형인 'saw'가 쓰인 걸 볼 수 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고 불평해도 아무 소용없다. 'If'를 써서 가상적 상황을 설정해놓고, 'would'를 이용해 질문할 때는 무조건 'if'와 주어 후에 과거형 동사를 쓴다고 외우는 수밖에 없다.

타동사 'lay'가 독특하게 쓰이는 경우 몇 가지만 살펴보고 넘어가자.
1. I got laid last night. (난 어젯밤 섹스를 했다.)
2. The hens lay eggs every morning. (암탉들은 매일 아침 달걀을 낳는다.)
3. Please, stop laying the blame on me! (제발 내 탓 좀 그만해!)

'Those three words'에서 'three words'(세 단어)는 거의 대부분 'I love you'(사랑해)를 말한다. 'these three words'라고 할 수도 있다. '사랑'이란 단어를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 사랑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이 노래 외에도 다른 팝송의 가사에서도 'three words'가 등장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보자.

1 세릴 콜(Cheryl Cole)의 'Three words' 중에서 
“It was those three words that saved my life.” (사랑한다는 말이 나를 살렸어요.)
2 레빌 42(Level 42)의 'Three words' 중에서 
“All I want are three words from you.” (내가 당신에게 원하는 건 사랑한다는 말 뿐이에요.)

미스 클로디아 & 포르노라마(Miss Claudia & Pornorama)의 'The I love you song' 가사 중에 'eight little letters in a row'란 표현이 등장한다. '이어지는 여덟 개 알파벳'이란 뜻이다. 'I love you'의 알파벳을 모두 합치면 여덟 개다. 그러니까 'three words'와 마찬가지로 '사랑해'란 말인 것이다.

“Show me a garden that's bursting into life.”에서 'burst into'는 '갑자기 무언가를 내뿜다', 혹은 '...를 터뜨리다', '솟아오르다', '피어오르다' 정도의 의미로 쓰인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The girl burst into tears when her parents showed up. (부모가 나타났을 때 소녀는 눈물을 터뜨렸다.)
2. both cars burst into flame. (두 자동차가 모두 폭발했다.)
3. The audience kept bursting into a laugh by his jokes. (그의 조크에 관객들은 계속 웃음을 터뜨렸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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