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드물게 노엘 갤리거(Noel Gallagher)가 부른 오아시스(Oasis)의 히트곡 'Don't look back in anger'는 약물의 영향 하에 만들어졌다는 그의 주장처럼 노랫말이 거칠고 몇몇 부분은 해석이 난해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노래가 이별을 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만남은 설렘과 환희로 시작되지만, 반대로 대부분의 이별은 슬픔과 분노로 얼룩진 상처를 남긴다. 'Don't look back in anger'는 붙잡을 수 없는 인연에 매달리거나, 상처를 남긴 옛 연인에 대한 울분으로 허송세월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사랑뿐만 아니라 세상의 다른 모든 것들도 결국은 변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삶이 유한한 것처럼 모든 인연 또한 언젠가 끝을 맞이하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이 곡의 노랫말은 남자 주인공이 새 여자 친구와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샐리(Sally)라는 옛 연인과 맞닥뜨리는 얘기다. 어떤 이유로 헤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직 둘 사이에 마음의 정리가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아닌 듯하다. 주인공 남자는 아직도 샐리가 과거를 잊지 못한 채 자신을 기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엔 그녀를 향한 분노, 혹은 아쉬움이 서려있다. 현명한 그녀의 새 연인은 그에게 권고의 말을 던진다. 분노의 표정으로 바라보지 말라고(Don't look back in anger). 이 말을 샐리가 남자 주인공에게 한 거란 주장도 있다.

남자 주인공은 로커(rocker)인 듯하다. “Please don't put your life in the hands of a Rock&Roll band. Who'll throw it all away.”(로큰롤 밴드의 손에 인생을 맡기지 마요. 그들은 당신 인생을 망가뜨릴 거예요.)란 가사를 보면, 록밴드에 속한 뮤지션이 안정적인 연인이 되는 게 얼마나 힘든가를 잘 말해준다. 노엘의 자전적 얘기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남자 주인공은 로커로서 대성공을 거머쥐었다. 샐리는 성공이 그를 매우 거만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You said the brains I had went to my head.”(당신은 내가 잘난 척 한다고 했지요.)

결국 둘은 헤어진다. 아직도 남은 감정이 있지만, 남자 주인공은 더 이상 옛 연인 샐리가 자신을 아프게 하지 못할 거라며, 그녀에게 얼굴을 찌푸리지 말라고 외친다.(Take that look from off your face. You ain't ever gonna burn my heart out.)

“Take that look from off your face.”는 어릴 적 노엘의 어머니가 그를 벽난로 옆에 세워둔 채 사진을 찍으며 그가 얼굴을 찡그릴 때마다 자주 했던 말이라고 한다.

노래 속 옛 연인의 이름 샐리를 비틀즈(the Beatles)의 'Long tall Sally', 혹은 스톤 로지스(Stone Roses)의 'Sally cinnamon'에서 따왔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우선 'Long tall Sally'는 비틀즈의 오리지널 넘버도 아니다. 원래는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의 곡이다. 스톤 로지스의 팬인 노엘은 'Sally Cinnamon'에서 이름을 빌렸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해봤지만, 그랬다면 아주 멋졌을 것 같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정확한 사실은 이렇다. 지난 1995년 4월 22일 오아시스의 첫 '대 공연장 공연'(arena concert)인 '셰필드(Sheffield) 콘서트' 사운드체크를 할 때였다. 노엘이 작곡만을 완성한 상태에서 어쿠스틱 기타로 아무 가사나 흥얼거리고 있는데, 동생 리암이 스쳐 지나가며 “So Sally can wait! 그 가사 좋은데!”라고 말해줬다. 리암은 노엘이 아무렇게나 흥얼거리던 가사를 “So Sally can wait.”으로 들었던 것이다. 이 노랫말에 매료된 노엘은 그날 공연 직전 백 스테이지에서 모든 가사를 완성했다.

작곡과 작사를 모두 완성한 노엘은 'Don't look back in anger'만큼은 자신이 꼭 부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소망을 달성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오아시스의 리드보컬리스트로 대부분의 곡들을 부르는 동생 리암이었다. 노엘은 리드 기타리스트였다.

노엘은 꾀를 내어 앨범 <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1995년)의 세 번째 싱글 'Wonderwall'을 부르고 싶다고 떼를 썼고, 이를 거부한 리암은 형 노엘에게 'Don't Look Back in Anger'를 대신 양보했다. 이렇게 해서 노엘의 차지가 된 이 곡은 앨범의 네 번째 싱글로 영국 차트 정상을 석권했다.

평단과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얻은 곡이지만, 'Don't look back in anger'는 존 레논의 히트곡 'Imagine'과의 유사성 때문에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전주 부분의 피아노 연주와 코드 진행의 유사성은 노엘도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인정한 바 있다.

곡 도입부의 피아노 리프는 'Imagine'에서 절반 정도는 빌려왔다 할 수 있다. 맞다. 이 노래가 'Imagine'과 같은 위대한 음악의 영향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Imagine'을 몰랐던 열세 살 소년이 'Don't look back in anger'를 듣고, 이 인터뷰를 읽고 나서 존 레논의 음반을 산다면 좋은 게 아닌가?”

오아시스 멤버들 모두가 비틀즈, 특히 레논의 열렬한 팬이란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노엘은 레논에 대한 자신의 존경심을 피아노 연주뿐만 아니라, 가사에도 깔아놓았다. 바로 “So I start a revolution from my bed.”(내 침대에서부터 혁명을 추구하려 해요.) 부분이다. 지난 1969년 레논이 아내 요코 오노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캐나다 몬트리올의 호텔 침대위에서 잠옷만 걸친 채 벌였던 두 차례의 반전시위에 대한 오마주(homage)이다. 이 노래에서 'revolution'은 사실 '혁명'이라기보다는 '변화' 정도의 의미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Don't look back in anger'는 레논뿐만 아니라 1950년대 후반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서 공연됐고, 이후 영화로도 세 차례나 만들어진 존 오스본(John Osborne)의 연극 < Look Back in Anger >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젊은 세대의 혼돈과 울분을 담아낸 '성난 젊은이들'(angry young men)이란 표현이 이 작품에서 처음 쓰였다.

이 노래에서 가장 멋진 표현은 “영혼이 멀어져간다.”(The soul slides away.)이다. 추억이나 사랑이 멀어져간다는 말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오아시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도 벌써 3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형제애와는 거리가 먼 앙숙관계로 겨우 밴드활동을 지속했던 노엘과 리암은 이제 서로의 영혼으로부터 너무도 멀어졌다. 이 노래 제목처럼, 그들이 과거를 돌아보며 서로를 더 이상 분노의 눈길로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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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p inside the eye of your mind
Don't you know you might find
A better place to play?
You said that you'd never been
But all the things that you've seen
Will slowly fade away 

마음의 눈 속으로 들어간다면
놀기 더 좋은 곳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모르나요?
당신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당신이 본 모든 것들은
서서히 사라져갈 거예요

So I start a revolution from my bed
You said the brains I had went to my head
Step outside, summertime's in bloom
Stand up beside the fireplace
Take that look from off your face
You ain't ever gonna burn my heart out

내 침대에서부터 혁명을 추구하려 해요
당신은 내가 잘난 척 한다고 했지요
여름이 한창인 밖으로 나가 봐요
벽난로 곁에 서서
그런 표정은 짓지 말아요
당신은 더 이상 내 가슴을 태워버릴 수 없을 거예요

* And so Sally can wait
She knows it's too late as we're walking on by
Her soul slides away
But don't look back in anger
I heard you say

샐리는 기다릴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를 스쳐 지나갈 때 그녀는 알 겁니다, 너무 늦었다는 걸
그녀의 영혼이 멀어지네요
하지만 분노의 표정으로 바라보지 말라는
당신의 말을 들었지요

Take me to the place where you go
Where nobody knows if it's night or day
But please don't put your life in the hands
Of a Rock&Roll band
Who'll throw it all away

당신이 가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 줘요
아무도 낮인지 밤인지도 모를 그런 곳으로
하지만 당신의 인생을
로큰롤 밴드의 손에 맡기지 마요
그들은 당신 인생을 망가뜨릴 거예요

I'm gonna start a revolution from my bed
You said the brains I had went to my head
Step outside 'cos summertime's in bloom
Stand up beside the fireplace
Take that look from off your face
You ain't ever gonna burn my heart out

내 침대에서부터 변화를 추구하려 해요
당신은 내가 잘난 척 한다고 했지요
여름이 한창인 밖으로 나가 봐요
벽난로 곁에 서서
그런 표정은 짓지 말아요
당신은 더 이상 내 가슴을 태워버릴 수 없을 거예요

repeat * 

repeat * 

At least not today
최소한 오늘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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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 slowly fade away'에서 'fade away'는 '서서히 사라지다'는 의미를 갖는데, 많은 경우 '서서히 멀어지다', 또는 '서서히 죽어가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Fade away'가 멋지게 쓰인 두 가지 유명한 케이스가 있다. 먼저 한국동란 당시 미국군 총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장군이 하원에서 했던 고별사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노병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다만 사라질 뿐입니다.)

한국동란을 승리로 마무리 짓기 위해 중국에 핵폭탄을 투하하려다 당시 대통령 해리 트루먼(Harry Truman)에 의해 반강제로 군복을 벗은 그가 하원에서 했던 연설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좀 더 길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And like the old soldier in that ballad, I now close my military career and just fade away. (노병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다만 사라질 뿐입니다. 그 군가 속 노병처럼 이제 나는 군 생활을 접고 사라지려 합니다.) 맥아더가 말한 군가는 'Old Soldiers never die'란 제목의 발라드이다.

또한 닐 영(Neil Young)의 1979년 앨범 < Rust Never Sleeps > 수록곡 'Hey hey, my my (into the black)'의 노랫말 중에 “It's better to burn out than to fade away.”(서서히 사라지기보다는 한 번에 불타 없어지는 것이 낫다.)란 표현도 매우 유명하다. 이 가사는 최전방에서 펑크 사수를 외치다 말랑말랑한 뉴웨이브 뮤지션으로 변신을 시도한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보컬리스트 쟈니 라튼(Johnny Rotten)을 비꼬았던 말이다. 라튼은 섹스 피스톨즈 해체 이후 뉴웨이브 그룹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Public Image Ltd.)를 만들며 펑크에 대한 수절을 포기했다.

하지만 멋진 느낌으로 들렸던 이 말은 이 말은 지난 1994년 4월 5일 자살로 삶을 마감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유서에 등장함으로 록 팬들에게 많은 충격을 안겼다. 아끼던 후배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영은 같은 해 발표된 앨범 < Sleeps With Angels >를 코베인의 영전에 바쳤고, 이후 모든 공연에서 문제의 가사 부분을 “Once you're gone, you can't come back.”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조금 생뚱맞지만 농구에서 선수가 블로킹을 피하기 위해 바스켓으로부터 몸이 멀어지며 쏘는 슛을 'fade away (jump) shot'이라고 한다. 

“You said the brains I had went to my head.”에서 'go to one's head'는 '자만하다', '건방져지다', 혹은 '취기가 돌다' 등의 뜻을 갖는다. 이 노래에서는 아마도 남자 주인공이 로커로 크게 성공한 이후 무명이었던 시절 여자 친구의 눈에는 건방져진 것으로 보였다는 의미인 듯하다.

“Don't let it go to your head.”란 표현이 있다. “우쭐해하지 말라.”는 말이다.

“You ain't ever gonna burn my heart out.”에서 'burn (something) out'은 '다 타다', '(가열되어) 고장 나다', 또는 '기력이 소진되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각기 다른 예를 들어보자. 
1. I'm completely burnt out. (난 완전히 에너지가 고갈됐다.)
2. Sungnyemun was burnt to the ground by an arsonist in 2008. (숭례문은 2008년 방화범에 의해 잿더미가 돼버렸다.

“My soul slides away.”에서 'slide away'는 'fade away'와 거의 뜻이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슷한 말이다. 애써 차이를 설명하자면, 'fade away'는 '서서히 사라지다', 'slide away'는 '슬며시 사라지다' 정도가 될 것이다. 보통 대화를 할 때는 잘 안 쓰는 표현이다.

'At least'는 아주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최소한', '적어도', '어쨌든'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수치를 말할 때, 또는 부정적 상황 가운데 긍정적인 것을 끄집어내려 할 때 주로 쓰인다. 각기 예를 들어보자. 
1. She had probably eaten more than 10 slices of pizza. (그녀는 적어도 피자 열 조각 이상을 먹었다.)
2. The result may not be encouraging, but I know that he tries hard all the time. (결과가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그가 항상 최선을 다한단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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