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리그.

세상에서 가장 불안정한 사랑은 단연코 이성, 혹은 동성 간의 육체적 사랑이다. 무지하게 마음이 끌리면서도 상대방을 시험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가 열병이 식으면 어떻게 무탈하게 헤어질까를 고민한다.

다행히 결혼까지 연결된다 해도 그 사랑은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불안정하다. 주례 앞에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겠다고 맹세하지만, 여전히 상대방을 향한 시험과 주도권 다툼은 배우자 중 하나가 사별이나 이혼으로 사라질 때까지 계속된다.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은 편이다. 상당히 많은 인연이 살인 등의 치정극으로 끝을 맺기도 하니까.

휴먼 리그(Human League)의 최고 히트곡 'Don't you want me?'는 사랑 노래가 아니다. 리더 필립 오키(Philip Oakey)의 말처럼 이 노래는 사랑 안에 교묘히 숨겨진 더러운 주도권 다툼과 쓸모없어진 사랑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비정한 인간의 마음에 관한 노래이다.

오키는 우연히 어느 싸구려 잡지에 실린 통속적인 스토리에서 이 곡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남자의 도움으로 무명에서 유명 엔터테이너로 성장한 여성이 결국 자신을 도운 연인을 버렸다는 얘기가 주된 내용이었다. 오키가 좋아했던 할리우드 클래식 < 스타탄생(A Star Is Born) >도 비슷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다.

가사를 완성한 오키는 여성과 함께, 이별 직전 각기 다른 남녀의 심정을 듀엣으로 부르기 위해 두 명의 여성 보컬리스트를 고용했다. 그중 약관 17세의 수전 앤 설리(Susan Ann Sulley)가 오키와 리드보컬을 이루었다.

노랫말처럼 마찰하는 인간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오키의 의도대로 'Don't you want me?'의 오리지널 리코딩은 전체적으로 거친 질감을 사운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좀 더 대중적 접근을 원했던 버진 레코드(Virgin Records)는 프로듀서 마틴 러센트(Martin Rushent)를 투입, 훨씬 더 팝적인 노래로 바꿔버렸다.

하지만 오키는 이 버전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Don't you want me?'는 81년 앨범 [Dare]의 맨 마지막 트랙으로 밀렸고, 싱글로서도 겨우 네 번째로 발매되는 등의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오키는 이 곡이 싱글로 발매되는 것조차 반대하며 레코드사와 대립했다. 

하지만 이런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본 'Don't you want me?'는 실로 대박이었다. 지난 1981년 11월27일 싱글로 발매 된지 한 주 만에 영국 싱글차트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반 년 후 미국에서도 이 곡은 엄청난 반응을 몰고 왔다. 댄스클럽과 라디오 등에서 매일 이 노래가 수차례씩 흘러나왔고, 빌보드 팝 싱글차트에서도 정상을 석권했다.

'Don't you want me?'는 아직도 80년대 최고 히트곡 중 하나로 끊임없이 리퀘스트가 이어지고 있다. 무려 삼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오키는 아직도 'Don't you want me?'가 과대 포장, 평가된 노래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시에 처음 이 곡을 평가절하 했던 자신의 판단은 상당히 잘못됐다고 시인하며 지금은 이 곡에 대해 어느 정도 자긍심을 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Don't you want me?'의 리코딩 당시 겨우 17세였던 설리는 당시 너무 성숙한 외모 탓에 이 노래가 자전적 얘기라는 루머에 휩싸이곤 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었던 그녀가 칵테일 바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다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했을 테니 전혀 설득력이 얘기다. 노랫말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섬뜩한 느낌이 든다. 복수심에 불타는 남자가 변심한 연인을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결국 사랑은 매우 무자비한 것이다. 연애는 두 사람의 동의가 있어야 이루어지지만, 헤어짐은 한 사람의 결심만으로 충분하다. 버림받은 사람은 비통한 심정으로 울거나 이 노래 주인공처럼 버린 자를 협박하거나 복수를 꾀할 수도 있다. 버림받은 자가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변심한 사랑은 더욱 더 멀어진다는 점을 이 노래 가사가 비정하게 입증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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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were working as a waitress in a cocktail bar
When I met you
I picked you out, I shook you up
And turned you around
Turned you into someone new
Now five years later on you've got the world at your feet
Success has been so easy for you
But don't forget it's me who put you where you are now
And I can put you back down, too

너는 칵테일 바 웨이트리스였지
널 만났을 때
널 선택하고, 개조해서, 
새사람으로 탈바꿈 시켰어
완전 새사람으로 만들었지
오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당신은 세상꼭대기에 서있지
성공이란 게 너에겐 너무도 쉬운 것
하지만 잊지 마, 널 거기 올려놓은 게 나란 걸
그리고 다시 널 끌어내릴 수도 있다는 걸

Don't, don't you want me?
You know I can't believe it when I hear that you won't see me
Don't, don't you want me?
You know I don't believe you when you say that you don't need me

날 더 이상 원치 않는 거니?
네가 더 이상 날 보고 싶지 않단 말을 난 믿을 수 없었지
날 더 이상 원치 않는 거니?
네가 더 이상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단 말을 난 믿을 수 없었지

It's much too late to find
You think you've changed your mind
You'd better change it back
Or we will both be sorry

이젠 너무 늦었지
네 마음이 바뀌었다고
그렇다면 다시 바꿔놓는 게 좋을 걸
아님, 우리 둘 다 망가지는 거야

Don't you want me, baby?
Don't you want me?
Don't you want me, baby?
Don't you want me

날 더 이상 원치 않는 거니?
날 더 이상 원치 않는 거니?
날 더 이상 원치 않는 거니?
날 더 이상 원치 않는 거니?

I was working as a waitress in a cocktail bar
That much is true
But even then I knew I'd find a much better place
Either with or without you
The five years we have had have been such good times
I still love you
But now I think it's time I lived my life on my own
I guess it's just what I must do

나는 칵테일 바 웨이트리스였지
그래,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때도 나는 훨씬 더 나은 곳을 찾으리라 믿었어
너와 함께든, 아니든
오년의 세월 동안 우린 정말 행복했었지
난 아직도 널 사랑해
하지만 이제 나 스스로의 인생을 살 때가 됐어
어쩔 수 없이 난 그래야만 해

Don't, don't you want me?
You know I can't believe it when I hear that you won't see me
Don't, don't you want me?
You know I don't believe you when you say that you don't need me

날 더 이상 원치 않는 거니?
네가 더 이상 날 보고 싶지 않단 말을 난 믿을 수 없었지
날 더 이상 원치 않는 거니?
네가 더 이상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단 말을 난 믿을 수 없었지

It's much too late to find
You think you've changed your mind
You'd better change it back
Or we will both be sorry

이젠 너무 늦었지
네 마음이 바뀐 줄 알지
그렇다면 다시 바꿔놓는 게 좋을 걸
아님, 우리 둘 다 망가지는 거야

Don't you want me, baby?
Don't you want me?
Don't you want me, baby?
Don't you want me (Repeat)

날 더 이상 원치 않는 거니?
날 더 이상 원치 않는 거니?
날 더 이상 원치 않는 거니?
날 더 이상 원치 않는 거니?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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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기 싫은 여자에게 남자가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며 과거를 들먹이는 것으로 노래는 시작된다. “I picked you out, and shook you up and turned you around. I turned you into someone new.”는 모두 버림받기 싫은 남자의 투정이다. 예전 여자가 별 볼일 없을 때 자신이 얼마나 챙겨주었는지에 관한 공허한 넋두리다. 하나하나씩 살펴보자.

'To pick someone(혹은 something) out'은 '누군가(또는 무언가)를 고르거나 뽑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1. She picked out rotten apples. (그녀는 썩은 과일들을 골라냈다.)
2. Can you pick out the color that you want? (네가 좋아하는 색깔을 고를 수 있니?)
3. The woman failed to pick out the murder suspect. (여자는 살인 용의자를 지목하지 못했다.)

'To shake up'은 '뒤집어엎다', '개편, 혹은 개혁하다'를 뜻한다. 그러니까 이 노래에선 매우 못나고 촌스러웠던 그녀를 '때 빼고 광내줬다'는 얘기가 되겠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1. The team needs to shake things up in order to be competitive again. (다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팀의 대대적 개혁이 필요하다.)
2. Son, you need to shake yourself up! (아들아, 정신 차려야 돼!)

'To turn around'는 '돌아서다', 또는 '호전되다'를 뜻한다. 노래 속 남자는 그녀를 'shake up'한 것처럼 'turn around'하게 해주었다고 주장한다. 역시 예를 들어 보자.
1. The government was finally able to turn the economy around. (정부는 결국 경제를 호전시킬 수 있었다.)
2. I wish we could turn our relationship around. (우리 관계가 좋아졌으면 해.)

“I turned you into someone new.”는 “내가 널 완전히 새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1. Many years of imprisonment and torture had turned him into an old man. (오랜 수감생활과 고문이 그를 늙은이로 만들었다.)
2. He always turns into a monster when the fight starts. (시합이 시작되면 그는 꼭 짐승으로 돌변한다.)

“You've got the world at your feet.”는 말 그대로 “당신은 세상 꼭대기에 올라서있다.”는 뜻이다. 너무 잘나서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인정과 존경을 받는 상황을 말한다. 비슷한 뜻을 다르게 표현하려면 “'You're standing on the mountain top.”(당신은 산꼭대기에 서있다.)이라고 하면 된다.

“Success has been so easy for you.”(성공이란 게 너에겐 너무도 쉬운 것이었다.)에서 남자는 너무 쉽게 성공가도를 달리는 여자에 대한 열등감을 드러낸다.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이룰까말까 한 성공이 쉽다니 얼마나 얄미운가. 이 문장의 틀에 'success'와 'easy'대신 다른 단어를 집어넣어 응용해 보자.
1. Making money has been so easy for me. (돈 버는 일은 내겐 너무도 쉬웠다.)
2. Life has been so unkind to me. (인생은 내게 별로 친절하지 않았다.)

“We will both be sorry.”는 우리 둘 다 후회할 거란 말이다. “We'll both be happy.”는 “우리 둘 다 행복할 거야.”, “We'll both be crazy”는 “우리 둘 다 미쳐버릴 거야.”가 된다.

“I'd find a much better place either with or without you.”(너와 함께든, 아니든, 그때도 나는 훨씬 더 나은 곳을 찾으리라 생각했어.)에서 'with or without you'는 아일랜드 그룹 U2의 80년대 말 히트곡 제목과 같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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