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스프링스틴.

우정과 사랑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 그리고 경쟁을 부추기며 성공만이 최대 미덕이라고 말하는 물질만능주의에 시원한 강펀치를 날리는 'No Surrender'는 청소년들에게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들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지혜를 던지는 멋진 선언이다.

좀 더 나은 성적과 인기, 그리고 좀 더 많은 연봉을 차지하기 위해 친구를 제압해야 하는 세상 속에서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은 “그들이 정해준 꿈이 아니라 네가 원하는, 너만의 꿈을 쫒으라.”(Follow your dreams down.)고 외친다. “부자가 돼 멋지게 살라.”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의 허상에 무릎 꿇지 말고 싸우라는 주장이다. 사수를 맹세한 겨울밤의 병사들처럼 후퇴도, 항복도 없이 말이다. (Like soldiers in the winter's night with a vow to defend, no retreat, baby, no surrender.)

그가 말하는 땡땡이는 공부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가르침에 대한 저항의 의미이다. 그릇된 가치를 부르짖는 그 바보들로부터 멀어져야 그들의 물질만능주의 교육에 물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스프링스틴은 탐욕을 가르치는 학교교육보다 진실한 3분짜리 노래에서 더 많은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그릇된 세상을 향한 투쟁은 젊은이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고 스프링스틴은 외친다. 비록 젊었던 얼굴이 슬프게 늙어버리고, 가슴에 더 이상 열정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젊음의 순수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말이다.(Even though young faces grow sad and old, and hearts of fire grow cold. We must be ready to grow young again always.)

회상 형식으로 진행되는 'No surrender'는 또한 친구의 소중함에 대한 격언을 전한다. 스프링스틴은 거의 매 공연마다 이 곡이 우정을 위한 노래라고 노골적으로 외쳐댄다. 'No Surrender'의 원제가 'Brothers Under The Bridges'(다리 밑 형제들)이었다는 사실도 이를 입증한다.

이 노래에서 스프링스틴이 말하는 친구의 개념은 캐주얼한 관계가 아니라 '피를 나눈 형제'(blood brothers)처럼 서로를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할 수 있는 사이를 말한다. 그런 친구라면 서로 힘을 모아 끊임없이 아름다운 관계를 무너뜨리며 개개인을 부패케 하려는 타락한 세상에 맞설 수 있다. 바람 앞에 함께 선(against the wind) 것처럼.

스프링스틴은 이 노래를 통해 특별히 초창기 힘든 세월을 함께 한 E. 스트리트 밴드(E. Street Band) 멤버들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로커로서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은 친구들과 함께 기타와 드럼 세트를 들고 연습할 공간을 찾아 헤매던 무명시절이다.

특히 멤버 중 평생 음악적 동지로 동고동락한 기타리스트/보컬리스트 스티브 밴 잰트(Steve Van Zant)와의 추억이 이 노래에 깃들어 있다. 솔로로서 앨범 여러 장을 내놓기도 한 밴 잰트는 스프링스틴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E. 스트리트 밴드 멤버로 돌아와 함께 순회공연을 치러준 고마운 친구였다. 지난 1984년 앨범 < Born in the USA > 발매 직전, 'No surrender'가 너무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담은 곡이라는 이유로 스프링스틴이 앨범에 담길 주저할 때 반대 의견으로 조언한 친구도 밴 잰트였다. 무려 7개의 빌보드 톱 텐 히트곡이 쏟아진 < Born in the USA > 중 가장 대중적 멜로디 감각을 지닌 곡이었음에 불구하고 스프링스틴은 고집스럽게 끝까지 'No surrender'를 싱글로 발매하지 않았다.

그는 1980년대 초반 레이건 정부의 보수적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의 선언으로 이 곡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때의 미국보다 현재 대한민국은 훨씬 더 가혹하게 청소년들의 경쟁을 부추기며 그릇된 성공지상주의를 가르치고 있다. 이런 교육현실 가운데 사육당하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고리타분한 학교교육보다 몇 배 더 값진 진리가 담긴 3분짜리 노래가 더 많이 쏟아지길 소망한다. 'No surrender'처럼.

지난 2004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존 캐리(John Kerry)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 곡을 선거 캠페인 송으로 썼다. 하지만 백악관 입성엔 실패했다.

 

Well, we bursted out of class
Had to get away from those fools
We learned more from a 3 minute record
Than we ever learned in school
Tonight I hear the neighborhood drummer sound
I can feel my heart begin to pound
You say you're tired and you just want to close your eyes
And follow your dreams down


그래, 우린 땡땡이를 쳤지
그 바보들로부터 멀어져야 했어
학교에서 배운 모든 걸 합친 것보다
우린 삼분짜리 도넛판에서 더 많은 걸 배웠지
오늘밤 이웃의 드럼소리에
내 심장이 뛰는 걸 느끼네
그대는 피곤하다 말하며 그저 눈을 감은 채
꿈을 쫒고 싶다 말하지


Well, we made a promise we swore we'd always remember
No retreat, baby, no surrender
Like soldiers in the winter's night
With a vow to defend
No retreat, baby, no surrender


그래, 우린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었지
후퇴도, 항복도 하지 않겠다고
사수를 맹세한
겨울밤의 병사들처럼
후퇴도, 항복도 하지 마세나, 그대여


Well, now young faces grow sad and old
And hearts of fire grow cold
We swore blood brothers against the wind
Now I'm ready to grow young again
And hear your sister's voice calling us home
Across the open yards
Well maybe we'll cut someplace of own
With these drums and these guitars


이제 그 젊었던 얼굴은 슬프게 늙어버렸고
불 끓던 가슴은 차가워지고 말았지
우린 바람에 맞선 채로 피를 나눈 형제가 되기로 맹세했었지
이제 난 다시 젊어지려해
자네 여동생이 우릴 부르는 소리가
운동장 건너편으로부터 들려오네
그래, 우리들만의 공간을 마련해보세
이 드럼, 기타들과 함께 할


Well, we made a promise we swore we'd always remember
No retreat, baby, no surrender
Like soldiers in the winter's night
With a vow to defend
No retreat, baby, no surrender


그래, 우린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었지
후퇴도, 항복도 하지 않겠다고
사수를 맹세한
겨울밤의 병사들처럼
후퇴도, 항복도 하지 마세나, 그대여


Now on the street tonight the lights grow dim
The walls of my room are closing in
There's a war outside still raging
You say it ain't ours anymore to win
I want to sleep beneath
Peaceful skies in my lover's bed
With a wide open country in my eyes
And these romantic dreams in my head


오늘밤 거리의 불빛이 어두워지고
내 방의 벽들이 조여들어오네
바깥세상의 전쟁은 여전히 격렬한데
그대는 우리가 더 이상 이길 수 있는 전쟁이 아니라 하네
난 평화로운 하늘 밑
내 사랑하는 사람의 침대에서 잠들고 싶어
전원의 풍광을 눈에
그리고 낭만적인 꿈을 머리에 담은 채


Once we made a promise we swore we'd always remember
No retreat, baby, no surrender
Blood brothers in a stormy night
With a vow to defend
No retreat, baby, no surrender


언젠가 전에 우린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었지
후퇴도, 항복도 하지 않겠다고
사수를 맹세한
겨울밤의 병사들처럼
후퇴도, 항복도 하지 마세나, 그대여

 

'A 3 minute record'는 물론 '3분짜리 노래 한 곡'이지만 더 구체적으로는 과거 45회전 싱글음반, 즉 도넛판을 뜻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47년생이니까, 환갑을 훨씬 넘어선 나이다. 그가 어렸을 때 주크박스(jukebox) 등에서 들었던 음악은 주로 도넛판이었다. 

“I can feel my heart begin to pound.”에서 'pound'는 '쿵쿵 뛰다'를 뜻하지만, 동사와 명사로 훨씬 더 폭 넓게 활용된다. 동사로 다르게 활용되는 경우로는 '두드리다', '머리가 지끈거리다', '(주먹, 혹은 폭탄 등으로) 공격하다' '성교 시 남자가 여자에게 피스톤운동을 하다'가 있다. 몇 갖지 예를 살펴보자. 
1. Stop pounding at the door! (문 좀 세게 두들기지 마!)
2. I had to go home early, because my head began to pound. (머리가 지끈거려서 일찍 집에 갔다.)
3. The champion kept pounding on his opponent, and knocked him out eventually. (챔피언이 상대방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한 끝에 KO승을 거두었다.)
4. He was pounding her very hard. (그는 그녀에게 매우 강하게 피스톤 운동을 해댔다.)

'With a vow to defend'에서 'vow'는 동사로는 '약속하다', '맹세하다', 명사로는 '맹세', 혹은 '서약'을 뜻한다. 명사의 경우 캐주얼한 '약속'을 뜻하는 'promise'와 같은 느낌으로 쓰일 수 있으나, 굳이 따지자면 'promise'보다는 좀 더 강하며 공식적인 느낌을 준다. 'Pledge'나 'oath'에 더 뜻이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맹세를 하다'는 'to make a vow'나 'to take a vow'이고, '맹세를 저버리다'는 'to break a vow'가 된다. 결혼식에서 하는 혼인서약은 'a wedding vow', 혹은 'a marriage vow'이고, 성직자들의 순결서약은 'a vow of chastity'이다. 그룹 폴리스(the Police)의 노래 'Every Breath You Take'중에 'every vow you break'란 표현이 있다. '네가 지키지 않는 모든 맹세들'이란 말이다.

“No retreat, baby, no surrender.”에 등장하는 'retreat'과 'surrender'를 살펴보자. 각각 동사로는 '후퇴하다'와 '항복하다', 명사로는 '후퇴'와 '항복'을 뜻하지만, 실제 활용범위는 이보다 훨씬 더 넓다. 먼저 'retreat'은 동사로 쓰일 때 추가로 '멀어지다', '도피하다', '물러서다', '(화폐 등의) 가치가 떨어지다.' 등의 의미로도 쓰인다. 명사로도 '도피', '철회', '조용한 곳', 또는 '조용한 장소에서 수행을 하거나 칩거하는 행위' 등을 뜻한다. '후퇴'란 뜻 외에 명사로 쓰이는 몇 가지 예를 보자.

1. Playing computer game is a retreat from reality for him. (컴퓨터 게임이 그에게는 현실로부터의 도피이다.)
2. The labor union made a retreat from its original request. (노조는 원래의 요구를 철회했다.)
3. The serial killer went into retreat for a while. (연쇄살인범은 한동안 은둔했다.)
4. Jeju Island is my favorite summer retreat. (제주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름 휴양지다.)

명사로서 'surrender'는 '항복'이나 '굴복' 외에 '양도'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The husband had agreed to an unconditional surrender of the whole fortune to his wife. (남편은 아내에게 모든 재산의 무조건적 양도를 약속했다.)

“We swore blood brothers against the wind.”(우린 바람에 맞선 채로 피를 나눈 형제가 되기로 맹세했었지.)에서 'blood brother'는 핏줄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의식을 통해 맺어지는 '피를 나눈 형제 같은 사이'를 말한다. 원래 손가락을 베어 서로 나눠 마시는 등의 의식을 통해 맺어지는 관계이지만, 실제 이처럼 피를 흘리는 행위가 없더라도 형제처럼 가까운 친구/선후배라면 'blood brother'라 부를 수 있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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