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세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던 2009년 어느 봄 날, 영국 록그룹 뮤즈(Muse)의 보컬리스트 매튜 벨라미(Matt Bellamy)는 시끄러운 소음에 자신의 런던 아파트 창문 아래를 내려다봤다. 각국 대사관들이 즐비한 그곳, 거의 매일 다양한 시위가 벌어지는 그 광장은 “은행가들에게 죽음을!”, “세계화 반대!”, “이젠 혁명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는 성난 시민들의 물결로 뒤덮여 있었다.

얼마 후 시위대는 스코틀랜드왕립은행으로 돌진했고, 결국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대형 유리창이 박살나고, 시위대는 컴퓨터와 의자 등 은행집기들을 창밖으로 내던졌다. 그들의 목표는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장으로 비양심적인 치부와 온갖 사치행각을 저질렀던 프레드 구드윈(Fred Goodwyn)이었다. 그는 부당하게 수령한 연금의 반납마저도 거부했다.

벨라미는 시위를 지켜보며 커다란 실망감과 동시에 작은 희망을 느꼈다. 아무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정치가들과 국민들의 주머니를 훔치는 악독한 금융가들은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수호해야 할 자본주의의 규칙을 깨뜨렸다. 그리고 그들은 체제를 신뢰하고 돈을 맡긴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하지만 이 악독한 체제수호자들에게 맞선 런던 시민들은 무려 5천 명의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비폭력을 유지하려 애썼다. 이에 깊은 감명을 받은 벨라미는 이 위대한 싸움이 단 한 차례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길 소망하며, 'Uprising'의 노랫말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런던 시민들과 벨라미에게 인류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더 이상 제3세계 독재자들이 아니라, 돈을 갖고 국민을 농락하는 금융전문가들과 그들을 비호하는 정치세력이었다. M-TV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벨라미는 'Uprising'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제 더러운 은행가들과 정치인들이라면 신물이 난다. 남의 돈을 물 쓰듯 쓰는 그들은 결국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못 쓰게 만드는 악한 자들이다. 이제 더 이상 권력이 체제나 그 체제수호를 위해 애쓰는 몇몇 사람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손에 맡겨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Uprising'을 만들었다.”

'Uprising'은 국민의 권리와 재산을 침탈하는 정부와 금융정책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을 바보취급하며 무작정 체제를 옹호하는 방송매체에도 돌을 던진다. 마치 약물로 중독자를 만들듯 방송은 국민들에게 그릇된 정보를 심어 넣어 그들을 바보로 만들려한다. 거짓을 진실로 위장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이 옳은 가를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다.

그들은 약속한다, 더 나은 상황을. 그럼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헛된 꿈을 꾸게 한다. 성공한 자신들처럼 조금만 욕심을 가져보라고. 그러면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을 다 소유할 수 있다고. 이렇게 체제와 그 수호자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작은 탐욕을 꿈꾸게 하고, 자신들은 그에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소유와 소비를 즐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런 공약들은 알맹이가 없는 선물처럼, 포장지에 쌓인 거짓말일 뿐이다.

거짓말에 속지 않으려면 인간은 '세 번째 눈'(the third eye)을 크게 떠야한다. '세 번째 눈'은 '육의 눈'이 아니라 '영의 눈'이다. 그 눈으로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두 눈으로 보면 모든 게 두렵지만, 진정으로 세 번째 눈을 떠 볼 수 있다면 결코 죽음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단 얘기다. 죽음이 무섭지 않다면 정의를 위해 목숨마저도 내놓을 수 있지 않은가.

'반란', 또는 '봉기'란 의미의 'Uprising'은 분명 선동을 목적으로 만든 노래다. 벨라미는 개개인이 잃어버린 각자의 권한을 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서여 한다고 주장한다. 부패한 고양이들에게 더 이상 생선을 맡겨둘 수 없다고, 세상의 모든 약자들이 하나로 뭉쳐 그들의 깃발을 날릴 때 비로소 부패한 고양이들이 심장마비로 쓰러질 것이라고 그는 외친다.

'Uprising'은 자본주의의 오만함에 대한 날카로운 독설을 뿜어낸다. 인간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이 창조한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간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과 금융자본세력은 권력을 등에 업고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약점을 이용, 적절히 그들을 조종하고 노예로 부린다. 자본을 소유한 세력은 과거 폭군들이 총칼로 그들의 백성을 다스렸던 것처럼, 돈으로 사람들을 갖고 놀며 그들에게 굴욕감을 안긴다. 프레드 구드윈처럼 말이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U.S.S.R.)의 붕괴로 공산주의가 몰락했다. 하지만 공산주의의 몰락이 결코 자본주의의 승리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대로 자본주의가 그 오만한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 가랑이가 찢어져 공산주의가 맛봤던 쓰라린 패배감을 동일하게 맛보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게 될 것이다. ('Uprising'은 블론디(Blondie)의 'Call Me'의 리드기타 리프와 베이스라인 등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Children of the Grave'와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Paranoia is in bloom 
The PR transmissions will resume 
They'll try to push drugs that keep us all dumbed down 
And hope that we will never see the truth around
(So come on)


피해망상으로 가득 찰 때
선전을 위한 방송이 재개될 거야
우리를 무기력하게 하려고, 그들은 약을 먹이려 할 거야
우리가 절대 진리를 깨우치지 못하길 바랄 거야


Another promise, another scene 
Another packaged lie to keep us trapped in greed 
And all the green belts wrapped around our minds 
And endless red tape to keep the truth confined
(So come on)


또 다른 약속, 또 다른 상황,
우리를 탐욕에 가두려는 또 다른 포장된 거짓
우리의 마음을 속박하는 모든 제한들
진실을 가둬두려는 끝없는 붉은 테이프


They will not force us 
They will stop degrading us 
They will not control us 
We will be victorious
(So come on)


그들은 우리를 억압하지 못해
그들은 우리를 더 이상 모욕치 못할 거야
그들은 우리를 조종할 수 없어
우리는 결국 승리할 거야


Interchanging mind control
Come let the revolution takes its toll
If you could, flick the switch and open your third eye
You'd see that, we should never be afraid to die
(So come on)


마인드 컨트롤의 나눔
이제 고통스러운 혁명을 시작해요
할 수 있다면 스위치를 켜고 제 3의 눈을 떠요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단 걸 알게 될 거예요


Rise up and take the power back
It's time the fat cats had a heart attack
They know that their time's coming to an end
We have to unify and watch our flag ascend
(So come on)


일어나 우리의 권리를 되찾아요
부패한 고양이들은 심장마비로 쓰러질 거예요
놈들은 알죠, 그들의 시대가 끝나고 있단 걸
우리가 하나 되어 우리의 깃발이 오르는 걸 지켜봐야 해요


They will not force us
They will stop degrading us
They will not control us
We will be victorious
(So come on)


그들은 우리를 억압하지 못해
그들은 우리를 더 이상 모욕치 못할 거야
그들은 우리를 조종할 수 없어
우리는 결국 승리할 거야


They will not force us
They will stop degrading us
They will not control us
We will be victorious
(So come on)


그들은 우리를 억압하지 못해
그들은 우리를 더 이상 모욕치 못할 거야
그들은 우리를 조종할 수 없어
우리는 결국 승리할 거야

 

'Transmission'은 '전송(혹은 송신, 또는 방송)하다', '전염시키다'라는 뜻의 동사 'transmit'에서 파생된 단어로 '방송'이나 전염, '전파', '전달', '전송' 등을 의미한다. '병의 전염'은 'transmission of disease'인데, 성병의 경우는 'sexually transmitted diseases'라고 한다. '생방송'은 'live transmission'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자동차의 '트랜스미션'(자동변속기)도 같은 단어다.

이 노래에서 'drug'은 실제 '약'이나 '약물'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기 위해 동원되는 수법을 뜻한다. 'Dumbed down' 역시 원래 의미는 '(다수의 이해를 위해) 지나치게 단순화하다'란 의미인데, 여기서는 그냥 '바보가 되게 하다'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 “Dumb'은 주로 '바보 같은', '말을 못하는' 등의 형용사로 쓰이고, 동사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 끝에 '...ed'가 붙어 과거분사로 쓰이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Dumb'처럼 단어의 뒤가 '...mb'로 끝나는 경우 'b'는 묵음으로 처리된다. 그러니까 'dumb'은 '덤브'가 아니라 '덤'으로 발음해야 한다. 'Numb'(감각이 없는, 혹은 멍한)은 '넘', 'thumb'(엄지)은 '썸'으로 발음한다.

'Scene'은 보통 '현장', '장소', '풍경', '상황', '(영화 등에서의) 장면', '(연극이나 오페라에서의) 막', '계(활동 분야)', '부끄러운 꼴이나 모습' 등으로 쓰이는데 이 노래에서는 '상황' 정도로 번역하는 게 가장 적절할 듯하다. 'Another promise, another scene'은 '지켜지지 않은 약속, 예기치 않은 또 다른 상황'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Scene'이 사용되는 여러 가지 경우를 살펴보자.
1. Why does the police always arrive late at crime scenes? (왜 경찰은 항상 범죄현장에 늦게 나타나는 걸까요?)
2. That was the most beautiful scene of nature a man can witness. (그것은 인간이 목격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광경이었다.)
3. It was the most disgusting scene I've encountered in my life. (그것은 내가 겪은 가장 역겨운 상황이었다.)
4. I've probably seen that sex scene more than 20 times. (아마도 그 섹스 씬을 스무 번 이상은 봤을 거야.)
5. He is a veteran in the music scene. (그는 음악계의 베테랑이야.)
6. Let's not make a scene in front of kids. (아이들 앞에서 볼썽사나운 꼴 보이지 말자.)

벨라미의 의도를 정확히 판단키 어려운 부분이 꽤 있다. 먼저 “All the green belts wrapped around our minds, and endless red tape to keep the truth confined.”(우리의 마음을 속박하는 모든 제한들, 진실을 가둬두려는 끝없는 붉은 테이프.)를 먼저 해석해 보자. 'Green belt'는 물론 '개발규제 상태의 녹지대'를 말한다. 벨라미는 분명 'green belt'를 '녹지대'보다는 '규제'의 의미로 썼을 게 분명하다. 또한 'green belt'에서 'green'은 '돈'을 뜻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all the green belts wrapped around our minds'는 '인간의 마음에 돈을 향한 탐욕을 불어 넣어, 이를 통해 억압하려는 의도' 정도로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어려운 것은 'endless red tape to keep the truth confined' 부분이다. 도대체 이 'red tape'(빨간 테이프)는 무얼 의미한단 말인가. 아마도 영국이나 미국 행정부 등의 서류에 찍히는 붉은색 인장을 말하는 게 아닌가 한다. 이 인장에 담긴 리본 모양을 'red tape'으로 표현한 듯하다.

'Interchanging mind control'(마인드 컨트롤의 나눔)도 어렵지 않은 단어들의 조합이지만 정작 해석은 쉽지 않다. 'Mind control'은 개인이 스스로에게 적용할 경우 '자신의 생각과 행동, 감정, 마음 등을 절제하고 조절하는 행위'라는 긍정적 의미를 갖게 된다. 하지만 국가권력이나 힘 있는 자가 타인(들)의 'mind'를 'control'한다면 이는 '인간의 자유를 속박하고 그(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나쁜 행위'가 된다. 이 노래에서는 분명 전자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Come let the revolution takes its toll.”도 참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다. 직역하면 “혁명으로 하여금 고통 받게 해라.”가 된다. 그냥 “혁명을 일으키자.”라고 하면 될 길 왜 굳이 이렇게 가사를 썼을까. 아마도 그 어떤 혁명이든 고통을 수반하기에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추측할 수 있다.

'Take ... toll'은 '피해를 입다', 또는 '타격을 주다'이다. 마룬5(Maroon 5)의 'This Love'에 이 표현이 담긴 “This love has taken its toll on me.”란 노랫말이 있다. “이 사랑이 내게 큰 피해를 주었다.”, 또는 “이 사랑이 나를 매우 고통스럽게 했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Third eye'는 '영의 눈', '마음의 눈', '초능력의 눈'. '양심의 눈' 등을 뜻한다. “So come on!”은 번역을 가사부분에 넣지 않았다. “힘내!”, “어서!”, “서둘러!” 정도의 뜻으로 이 노래에 쓰였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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